1.
요즘 신문을 보면 뒤에서 시작합니다. 뉴스보다는 칼럼이 휠씬 더 재미있습니다. 인터넷 등으로 소식을 거의 실시간으로 접하기때문에 뉴스를 바라보는 시각을 전하는 칼럼에 눈길을 줍니다. 요즘 재미있게 읽고 있는 칼럼이 ‘이상수의 고전중독’입니다. 오늘은 ‘한비지와 마키아벨리의 조언’이라는 제목으로 신뢰를 다루었습니다. 이 글속에서 韓非子의 ‘증자살체(曾子殺彘)’, 즉’증자의 돼지’라는 고사가 등장합니다.
曾子之妻가 之市에 其子隨之而泣한대
증자의 처가 시장에 가는데, 그 아들이 그녀를 따르며 징징거렸다.其母曰 “女還하라 顧反하여 爲女殺彘하리라.”
아내가 말하기를 “너는 돌아가거라. 내가 돌아와서 너를 위해 돼지를 잡아주겠다.” 하고 하였다.妻適市來어늘 曾子가 欲捕彘殺之한대
아내가 갔다가 시장에서 돌아오자 증자가 돼지를 잡아 죽이려고 하였다.妻止之曰 “特與嬰兒戲耳” 하니
아내가 증자를 말리면서 말하길 “그저 어린애와 더불어 농담을 했을 뿐입니다.” 하니曾子曰 “嬰兒는 非與戲也라. 嬰兒는 非有知也하니 待父母而學者也라
증자가 말하길 “어린애는 더불어 농담을 하여서는 안됩니다.어린애는 지각이 있지 않아 부모를 따라 배우는 것입니다.聽父母之敎어늘 今子欺之면 是는 敎子欺也라.
부모의 가르침을 따르거늘 이제 그대가 아이를 속이면 이는 자식에게 속임을 가르치는 것이요.母欺子하면 子而不信其母니 非所以成敎也라.” 하고 遂烹彘也하다.
어미가 자식을 속이면 자식이 그 어미를 믿지 않을 것이니 가르침을 이루는 방법이 아닙니다.”
하고 마침내 돼지를 잡아 삶았다.
2.
정치인들, 특히 박근혜씨가 자주 인용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2010년 중앙일보 기사에 나온 대목입니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얘기가 나오면 종종 ‘증자의 돼지’ 고사를 들려준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공자의 제자인 증자의 아내가 시장에 가는데 아이가 울면서 따라간다고 보챘다. 아내가 ‘돌아와서 돼지를 잡아줄 테니 집에 있으라’고 달래자 아이는 말을 들었다. 아내가 장을 보고 돌아오자 증자가 돼지를 잡으려 했다. 아내는 ‘아이를 달래려 한 말인데 정말 잡으면 어떡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나 증자는 ‘당신이 아이에게 뭐라고 했느냐. 아이에게 속임수를 가르치려고 하느냐. 어미가 자식을 속이면 자식이 어미를 믿지 않게 된다’며 돼지를 잡았다.”
박 전 대표는 이런 얘기도 한다. “박사 학위를 10개 가진 뛰어난 능력의 친구라도 신뢰를 깨면 누구도 같이 일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인이 중요한 약속을 안 지키면 국민들은 아무것도 믿지 않게 되고 정부 정책은 신뢰를 잃게 된다. 이는 비효율로 이어진다. 위정자가 국민을 믿게 하는 데 많은 에너지, 많은 인력과 예산을 낭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박근혜 화두는 ‘증자의 돼지’중에서
신뢰는 비단 정치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박근혜씨가 증자의 돼지가 시중에 회자할 때 이런 이야기를 덧붙였다고 합니다.
“돼지를 잡은 그날 밤 증자가 잠을 자는데 아들이 자다 말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더래요. 증자가 ‘어디 가느냐’고 물었더니 아들이 ‘친구에게 책을 빌렸는데 오늘까지 돌려주기로 약속했어요. 아버지가 약속을 지키려 돼지를 잡는 것을 보고 저도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녀오려 합니다’라고 말했대요. 그걸 본 증자는 흐뭇해 했더랍니다.”
중국인 교사 샤오춘셩(肖春生)이 쓴 <교자서(敎子書, 큰 인물을 키워낸 부모들의 자녀 교육법)>에 소개돼 있다고 합니다. 한번 실패한 저도 과거를 반성할 때 신용을 자주 떠올립니다.
세상의 끝에서도 지킬 수 있는 ‘신용’을 가진 사람들….
기업가에겐 신용=일관성
신뢰는 만남과 관계의 기초입니다.
부부로 살아가는 남과 여, 부모와 자식으로 만나는 가족, 경영자와 노동자로 함께 하는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증자의 돼지라는 제목만 보고 어떤 회사가 자본금을 엄청 늘렸나보다라고 생각했네요..^^;;
ㅋㅋㅋ 그러네요. 증자가 曾子가 아닌 增資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