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가 열린 어느 하루

1.
지난 11일은 대학교 동아리 송년회가 열리는 날이었습니다. 이 날 아침 우연히 한겨레신문에 동아리 후배기사가 실렸습니다. ‘강철서신’으로 알려진 김영환씨입니다. 고전연구회 82학번 후배입니다.

[한만사] 남한 첫 주사파서 뉴라이트로…김영환 ‘시대정신’ 편집위원

85년 군입대를 하고 일년쯤 지난 후 휴가 나왔을 때 ‘강철서신’이라는 글을 보았을 때 사실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팜플렛을 쓴 사람이 ‘김영환’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TV에서 다시 얼굴을 보았습니다. ‘구국학생연맹’사건이었습니다. 87년 군에서 제대하고 노동운동을 하고 있을 때 또 신문에서 기사를 보았습니다. ‘반제청년동맹’사건이었습니다. 고전연구회 후배들이 여럿 참여하였더군요…

언제부터 ‘김영환’이라는 이름에 따르는 말이 있었습니다. ‘변절자’.
11일 아침 신문을 보면서 “무엇이 생각을 바꾸게 하였는지” 실마리를 풀 수 있었습니다.? 동유럽 사회주의가 붕괴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상적인 혼란을 겪었습니다. 명망이 있는 사람들중 일부는 정치권으로 들어갑니다. 또 일부는 변호사나 회계사와 같은 전문직에 도전하였습니다. 또 일부는 생활을 위해 창업을 하거나 취업을 하였습니다. 세월이 흘러서 부지불식간에 생각이 변화합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2009년 현재 시점에서 보면 다들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변화입니다.? 그 시절에 있었던 변화와 현재의 좌표도 한 개인이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만나는 범위가 넓진 않습니다. 가끔 상가 같은 데서 보면, 몇몇은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다는 말을 하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냉담하게 대합니다…(중략)아내가 운동권에서 지도적 위치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이론적인 관심이 많았던 것도 아니기에 저한테 다른 의견을 제시한 건 아니었습니다만, 어쨌든 몇 년 동안 냉담했죠. 잘 모르지만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을 테니까요…

이런 인터뷰 기사를 보았을 때 연민이 느껴졌습니다.

2.
그 날 저녁 남산밑에 송년회에 갔습니다. 82학번 후배들이 많이 왔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아침에 보았던? ‘김영환’기사를 이야기했습니다. “이제는 이해할 수 있지 않느냐”라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그런데 82학번 동기들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변절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관계문제라고 합니다. 반제청년동맹사건때 같이 구속되었던 하영옥씨때문입니다. 하영옥씨도 82학번 후배입니다. 그런데 사건때 김영환씨가 법정에? 증인으로 나왔다고 하더군요. 수사관이 심문하듯 검사편에서 서서 증언을 하였다고 합니다. 동기들은 이 모습을 영원히 잊을 수 없었나 봅니다. “인간으로? 할 짓이 아니다”라고….

잠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내 가슴에 못을 박은 사람을 용서할 수 있을까?”
“넥스트웨어를 하면서 내 가슴에 박혀있는 못을 아픔을 잊고 빼낼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네요. 나와 관계가 없기때문에 난 쉽게 말하지만? 관계에서 상처받은 사람은 용서가 쉽지 않은가 봅니다. 용서.용서라는 말이 맞을지 의문입니다. 어찌보면 사상의 문제인데 한사람의 가치를 옳고 그르다라고 절대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으니까.
3.
사용자 삽입 이미지시간은 사람을 바꾸기도 하고 강철로 만들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래서 “젊어서 맑스주의자가 아니면 바보이고,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맑스주의자이면 더욱 바보이다”라는 말이 있는가 봅니다. 물론? 나이들어도 맑스주의자인 것이 바보는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서 가치를 중요히 판단하는 사람도 있지만 관계를 -? 부모와 형제만 바라보다가 가족이라는 새로운 관계 – 와 사회적 위치를 중요하게 판단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인생에서 정답이 없듯이 하나의 잣대로 다른 삶을 깍아 내릴 수 없습니다.

예전 노동단체에 있을 때 들었던 이름 하나가 있습니다. 이일재. 전평(전국노동조합평의회)시절부터 현재까지 내안의 신념을 올곧게 내 밖으로 표현하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아프시다고 합니다. 어둠속에서 빛나는 삶을 사셨습니다.

[최윤필 기자의 바깥] <25> ‘직업혁명가’ 이일재씨

81학번중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동기가 있습니다. 소중한 삶입니다.? 청주에 사는 친구가 있습니다. 초롱이네 도서관을 20여년 부부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동네 어르신과 함께 만두를 만드는 사회적기업(?)을 하고 있습니다. 금년에 지방의회선거에 나오겠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인생입니다.

송년회에 보인 얼굴 하나하나에 살아온 인생만큼의 내력이 숨어있습니다. 고통도 있고 기쁨고 있고.그렇지만 세월의 고통을 이겨낸 삶을 잣대 하나로 재단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렵니다. 힘들었지만 내 삶이 소중하듯이 그들의 삶도 역시 소중하고 아름답기에…

(*)김영환은 주체사상을 버리지 않았다
(*)조국의 만남 ⑫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김영환의 이념적 성향은… 한국적 관점선 우파, 한반도 관점선 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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