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돌, 박힌 돌

1.
지난 한 달은 심신이 피곤하였습니다. 두번 제안작업을 하면서 내가 딛고 있는 위치가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확인하였기때문입니다. 전 현재 있는 회사에서 굴러온 돌입니다. 임원중에서 유일한 굴러온 돌입니다. 비록 두개의 회사가 하나로 된 회사이지만 주요 구성원들은 십여년 이상을 함께 일했고 협력했던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그 속에서 문화적 환경도 다르고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른 사람이 굴러들어왔습니다.

지금 회사에 다닌지 22개월째입니다. 그중 11개월은 혼자 신한은행에 파견근무를 했습니다. 사실상 회사 생활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은 지난 3개월입니다. 3개월동안 의욕적으로(?) 했던 일들이 임원 독서모임 조직, 개발자독서토론 조직, 해외선물및FX관련 제안작업입니다.

독서모임이든 독서토론이든 회사에 긍정적 기여를 하려면 토론하였던 내용들이 조금이라도 업무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현재 조직이 안고있는 문제들을 판단하여 이런저런 문제를 던지고 토론을 통해 의견을 정리해봅니다. 다만 토론모임은 토론을 위한 조직이기에 관련된 문제의식은 각각이 속해있는 팀에서 실행계획을 짜는 형식으로 정리를 합니다. 그런데 몇번 해본 결과 따로 놉니다. 문제는 문제는 일은 일입니다 왜 그럴까?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전략기획입니다. 물론 형식입니다. 그에 맞는 내용을 채울 수 있는 토대가 없습니다. 2008년 봄 개발자들은 대상으로 기술세미나를 몇번 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알고리즘트레이딩입니다. 모증권사에서 요청을 받았기때문에 준비도 하였지만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실행계획을 만들어볼 요량이었습니다. 결과는 ‘꽝’이었습니다. 왜 그럴까?

2004년부터 FX를 해왔던 경험때문에 아직도 해외파생상품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 인연인지 몰라도 그동안 세번정도 관련된 일을 사내에서 정식으로 다룬 적이 있습니다. A증권은 사전영업을 다했는데 결국 경영진에서 참여포기. B증권은 제안작업을 PM으로 팀구성을 마무리했는데 결국 PM 불참. C증권은 아예 혼자서 제안, 팀조직을 다했는데 – 물론 내부 보고를 했지만 – 문제 발생. 왜 그럴까?

2.
저 개인의 경험을 되새겨봅니다. 1997년 11월 몇 년동안 같이 일했던 풀빛컴퓨팅이라는 회사와 같이 (주)넥스트웨어를 설립하였습니다. 풀빛컴퓨팅 사장님이 대표이사, 전 기획실장을 맡았습니다. 그러다 IMF를 거치면서 문제가 터졌습니다. 2002년말 제가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회사를 좀더 키워보고자 두사람을 영입하였습니다. PWC에 계셨던 분하고 펜타소프트에 있는 분을 임원으로 모셨습니다. 그리고 각각 사업부 하나씩을 맡도록 하였습니다. 두 분 모두 회사경영이 어려워지자 그만두었습니다. 한 분하고는 마지막 일 년동안 많이 싸우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험때문에 내 그릇의 크기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남을 담기엔 그릇이 작고 독선적이진 않은가? 저도 성인군자가 아니고 남에게 인간적인 감동을 주는 스타일도 아닙니다. 이해가 되지 않고 인정할 수 없는 일이면 굉장히 공격적입니다. 밀담보다는 공개적인 회의에서 다루는 것을 좋아 합니다.

3.
사내정치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내 권력투쟁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지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렇게 하고말고 할 조건이 아닙니다.주주도 아니고 내 세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정치, 투쟁…..

회사도 인간관계의 집합입니다. 이 때 인간관계를 규정하는 핵심요소가 무엇인가에 따라 조직문화등이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지금 회사의 핵심요소는 과거입니다. 사회에 첫발을 딛었을 때부터 보고 느꼈던 그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마도 영원히 굴러온 돌이지 않을까!!!!
하지만 저도 열정과 셀렘이 있습니다.아직은…아니 영원히 (^^)

제 마음 속에는 붉은 심장의 설렘이 있다. 실패할지 성공할지 확신할 수 없지만 문짝을 걷어차는 설레임이 있다. – 유시민씨의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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