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의 두 달동안 주말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산에 갈 엄두를 못하고 있습니다. 날도 너무 추워 자전거를 탈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가까운 뒷산을 산책하는 수준입니다. 해가 바뀌어 새로운 시작을 하고자 신년 일출산행도 계획했지만 눈도 많이 오고 몸살도 깊어 포기했죠. 2012년 마지막 산행의 후유증입니다. 신년을 맞아 몸과 마음을 평안히 하는 길을 찾다 생각한 곳이 청계산 성서루도비꼬성지입니다. 국사봉에 위치한 천주교 성지입니다.
지난 토요일 점심까지 먹고 버스를 탔습니다. 삼성산을 기점으로 관악산 사당으로 내려오는 종주때를 빼면 버스 산행은 처음입니다. 자전거로 다녔던 정신문화연구원을 버스로 가려니 거치는 곳이 많습니다. 과천에서 인덕원으로 갔다가 다시 03으로 끝나는 버스를 타서 정신문화연구원에 내려야 합니다. 1시간은 족히 걸립니다. 국사봉 등산로 입구. 성서루도비꼬성지를 가르키는 표지가 선명합니다. 처음으로 가는 길입니다. 눈이 많이 쌓여서 어떤 등산로인지 판단이 쉽지 않네요.
222km 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가한 후기를 보니 성서루도비꼬성지에 이르는 길에 ‘십자가의 길’이 있었습니다. 오늘 산행은 십자가의 길을 따라 기도를 드리는 것이 목적입니다. 성지를 갈 때마다 꼭 십자가의 길 기도를 올립니다. 역사로써 예수님을 묵상하는 기회입니다. 보통 성지에 만들어진 십자가의 길은 공을 많이 드렸습니다. 묵상을 위한 조각들이 아름답습니다. 성서루도비꼬성지도 그럴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십자가의 길에 들어섰을 때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습니다. 십자가의 길은 따로 있지 않고 그저 등산로 옆에 십자가를 세워놓았습니다. 십자가도 쇠파이프를 +모양으로 용접했고 매직으로 숫자만 적어놓았습니다.
“이것이 십자가의 길?”
그렇지만 한걸음한걸음을 옮기면서 겉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따라 가는 나의 마음이 더 중요했습니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고 했던가요? 쇠파이프로 만들어진 십자가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느끼면 그 보다 더 아름다운 십자가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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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추운지 성지를 방문하는 순례객이나 등산객이 뜸한 듯 합니다. 항상 켜져있던 촛불이 꺼져 있었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2.
최초 산행은 ‘기도와 묵상’이었습니다. 그리고 과천 매봉까지 종주였죠. 우선 국사봉까지 걸었습니다. 두툼하게 쌓인 눈길은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국사봉에서 주변을 보니 낮은 구름이 산을 가렸네요. 맑았으면 좋았지만.
국사봉을 지나 이수봉으로 가는 도중 시계를 보니 4시가 넘어가더군요. 저녁에 두 딸에게 우동을 끓여주기로 한 약속때문에 매봉까지 가지 않고 바로 청계사로 내려갔습니다. 자주 다녔던 길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였습니다. 넓은 임도가 나오더군요. 알고 보니 청계사 임도라고 합니다. 청계사 입구에 조성한 공원을 연결하는 길이었습니다.
산은 넓었습니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3.
봉사를 하면서 들은 신부님 강론으로 맺고자 합니다.
예수님께서 헌금함 맞은쪽에 앉으시어, 사람들이 헌금함에 돈을 넣는 모습을 보고 계셨다. 많은 부자들이 큰돈을 넣었다. 그런데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이 와서 렙톤 두 닢을 넣었다. 그것은 콰드란스 한 닢인 셈이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까이 불러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돈을 넣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44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마르코 12, 38-44)”
어떤 이는 헌금이라는 행위를 강조하지만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십니다. 과부의 콰드란스 한 닢이지만 그것은 과부에게 하루 양식을 마련할 수 있는 큰 돈입니다. 그것을 기꺼이 교회에 바쳤다는 뜻은 “사용하지 않는 것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용하여야 할 시간, 내가 사용하여야 재물을 나를 위해 사용하지 않고 기꺼이 다른 이를 위해 내놓았다”는 뜻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이 사랑과 봉사의 의미라고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