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은 죽었다?

1.
웹 비지니스를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저 소비자로써 웹의 미래를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가진 네트워크 관(觀)은 90년대 초 참세상, 90년대말 진보넷을 만들었을 때의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간직한 가치는 개방, 반독점과 연대입니다. 네이버와 같은 폐쇄적인 서비스를 거부하고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언제든지 구글에서 도망갈 방법을 찾고 여전히 가입형이 아닌 설치형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유입니다. 사실 고민한다고 남과 다른 통찰력을 보여줄 내공도 솔직히 없습니다. 몇 번 웹과 관련한 흐름이나 기술을 소개하여도 기술적인 흐름을 이해하기 위한 필요때문입니다. “어떤 기술이 비지니스 구성에 도움을 줄까”하는 실용적인 이유입니다. 그러다 좀 다른 생각을 접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시작은 페이스북 최진주씨가2013년, 웹의 귀환을 꿈꾸다는 글입니다.

웹은 인류 문명의 지식과 문화를 축적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은 인터넷에 접속한 모든 이에게 열려있어야 한다. 만약 열린 공간에서 서로 엮여 있는 지식과 문화가 점점 닫힌 공간에서 쌓여가고, 이 공간이 소수 기업에 의해 지배된다면, 그리고 정보를 남길 곳이 이들 소수 기업의 폐쇄 공간(서버)에 한정된다면, 사용자는 스스로 권리를 잃어 갈 테고, 이때 월드와이드웹은 천천히 망가지고, 그리고 결국 사라질 것이다

이 글에 유명한 윤석찬씨가 댓글을 달았습니다.

전 반대로 생각합니다. 이미 오픈 웹에는 다양한 Publishing 수단이 있습니다. 현재의 문제는 배포 수단이 PC에서는 페이스북에 모바일에서는 iOS(애플)나 안드로이드(구글) 같은 gate keeper에게 갇혀 있는 것입니다. 구글도 웹 친화적 기업이지만 지금의 행보로 보면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구요. 웹 기술로 배포 수단을 사용자의 현재 수준에 맞게 업그레이드 해야하며 2000년대 중반으로 돌아가자는 걸로 해결 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Mozilla가 Firefox OS라는 개방형 모바일 웹 운영 체제를 만드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소위 사회 혁신가라는 사람들이 기술과 그 변화에 더 관심을 가져야합니다.

근데 제 스스로를 봐도 트위터와 페북앱을 쓰면서 그걸 웹으로 재배포해서 모바일 브라우저로 보라고 하고, 블로그 안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하라고 하는것 만큼 억지는 없는 것 같아요. 뭐 나름 철학적인 변으로는 보이지만, 일반 사용자의 눈높이와 기술의 변화의 흐름에 보면 배포 플랫폼을 완전히 바꾸어 줘야 합니다. 웹은 현재 이미 90년의 웹 “페이지”가 아니거든요.

gatekeeper들에게 맡기면 안되고 개발자, 다자이너와 같은 기술 혁신가들이 노력해야한다는데는 동의합니다. 너네들 오픈웹이 키워줬는데 왜 딴짓하니? 이렇게 뭐라 할 수도 없구요. 제가 Mozilla 활동을 하는 이유도 그런건데, 제 3의 웹 플랫폼이란 건 결국 사용자(혹은 개발자)들이 현재 행태(behavior)를 웹으로 쓸 수 있도록 해 줘야 하는 건데 웹 그자체로 앱을 만들 수 있어야만 글에서 말하는 워드프레스 같은 (웹)앱도 개선이 될 것입니다. Firefox OS가 하는 일이 바로 그런거죠.^^

Firefox OS는 모바일 기기를 위한 오픈 웹 플랫폼입니다. 새로운 웹 표준의 개발을 통해 혁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개발자들은 웹 기술로 앱을 만들고 Firefox Marketplace에 올리면, Firefox OS 단말기(제조사들이 기기 판매) 및 Firefox Android 버전에서 배포하는 식이죠. 사람들이 이게 웹 페이지랑 뭐가 다르냐고 하는데, 마치 앱을 다운받아 설치하고 클릭하는 “배포 방식”과 “사용자 행동(체험)”을 웹으로 맞추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최진주씨와 윤석찬씨가 주고받은 댓글중 윤석찬씨가 쓴 부분입니다.

2.
전 날 일찍 잠에 든 후 아주 이른 새벽에 잠을 깼다. 강정수씨의 글을 보고 공감을 하여 저도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리고 댓글 놀이가 이어졌습니다.

김형준 강정수씨의 글을 읽으면서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FirefoxOS와 연결시킬 수 없네요. 글쓴이는 독점형 SNS에 종속하지 않은 웹 혹은 블로그의 활성화와 새로운 연대(Social Networking)를 꿈꾸는 듯 합니다만.
윤석찬 목적은 같습니다만 방법론의 차이라고 보시면 될듯요. 과거의 웹으로 돌아가자가 아니라 미래에 방점을 두자는 것입니다. (적절한 예인지 모르겠지만, 이북시대에 종이로 된 책을 읽자고 하는 거랑 비슷하지 않나 하는거죠.) 이미 미래는 바뀌고 있기에 상업 폐쇄 앱 플랫폼의 대안이 되는 개방 웹 플랫폼(실례로 Firefox OS)이 있어야 자유로운 콘텐츠 배포 경쟁이 계속 될 수 있습니다. 기술과 사용자가 변하는데 선의에 호소해서 해결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
김형준 ios를 설치한 단말기, android를 설치한 단말기와 firefox os를 설치한 단말기중 firefox os를 설치한 단말기를 선택한다고 해서 소비자의 자유를 더 보장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을 듯 합니다. firefox os로 google, twitter 혹은 facebook만 쓰면 한발작도 나아간 것이 없죠. 혹은 네이버나 다음의 블로그나 카페를 계속 쓰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듯 합니다. 글쓴이의 말대로 나아간 모습중 하나는 wordpr…더 보기
윤석찬 참.. 그게 그렇지 않은게요. 개발 현장에서는 ios/android가 늘어나면서 웹 보다는 (네이티브) 앱을 주로 개발하게 되고 콘텐츠 폐쇄성 및 gate keeper의 역할이 점증되는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개발자나 비지니스에서 모바일 앱으로만 만들어 콘텐츠를 쌓게 만들어 배포 환경이 웹이 아닌 폐쇄 앱 환경으로 빠져도 크게 상관없는 상태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죠. 그런 상태에서는 웹에서 선의로 콘텐츠 배…더 보기
김형준 말씀하신 부분중 첫번째 문장은 동의합니다. 플래폼의 종속성과 웹의 개방성이 대립한다는 중요한 근거이네요. 제가 웹이나 모바일과 관련한 일을 하지 않으니까 네이티브 앱이 가지는 문제점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글을 보니까 모질라재단이 파이어폭스 브라우저에서 OS로 한발 더 나아간 이유를 알겠네요.

두번째는 좀 다른 생각입니다. 웹은 현실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서비스 제공자 혹은 플랫폼 제공자가 아닌 이용자, 그중에서 다시 생산자의 입장이라고 하면 다른 선택과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사람들에게 웹플랫폼을 말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용자로써 할 수 잇는 것이 별로 없죠. 오히려 firefox os보다는 wordpress를 이용해서 이런저런 것을 해보라는 말이 더 설득력이 있지않을까 합니다.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독립적인 성격이 인터넷신문들이 많습니다.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뷰스앤뉴스…이들은 연결해서 보려면 RSS를 이용해야 합니다.그리고 트위이나 페북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만약 다른 방법의 네트워킹이 가능하다면….어떤 이는 이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같은 글을 보더라도 하고 있는 일에 따라 다른 관점으로 보네요. 다름이 옳고 그름의 대립이 아니라 보완입니다. 다른 문제의식이 있어야 다른 방향의 실행이 나오고 그래야 다양성이 가능하겠죠. 어찌보면 firefox os만 존재하는 웹생태계도 좋은 모습은 아니죠. chrome때문에 firefox가 더 분발하는 것처럼..

윤석찬 두번째의 경우 참 어렵죠. 아이러니 하게도 이 토론은 페이스북에서 진행 되고 있는데, 최진주님과 강정수님의 친구에게만 공유되고 있습니다. 여기 토론 내용을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려야 할까요?
차라리 저에게 해법을 말하라고 한다면 차라리 지금 페북에 올리는 콘텐츠를 모든 사용자에게 링크로 서비스 받도록 설정을 바꾸라고 하겠습니다. ^^ 그게 더 쉬운 것 같아요 ㅎㅎ (예를 들어, 제 페북의 모든 콘텐츠는 트위터와 sync도 되고 로그인 하지 않아도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channyblog 심지어 검색 엔진이 크롤링도 한답니다~)
p.s. 참고로 웹의 죽음에 대한 2010년의 Wired의 토론도 추천 합니다. http://uxtlab.tistory.com/52 http://uxtlab.tistory.com/53 (토론글 내용 번역이 이미지로 되어 있다는 이 아이러니도 함께 보시면서 ㅎㅎ)
김형준 ㅋㅋㅋ 참 여려우니가 페북이나 트윗이니 하는 서비스가 성공했겠죠. 저는 7년째 설치형 블로그로 블로깅을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할 생각입니다. “자서전을 써라”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어릴 때는 일기를 써라라고 하죠. 같은 의미로 블로깅을 합니다. 일과 관련한 것, 생각, 사는 것등. 강정수씨 글에 공감을 한 이유입니다. 트윗이나 페복만을 위한 글쓰기는 거이 없습니다. 어쩌다 이것만 예외이네요.(^^)
글을 쓴 혹은 생산하는 개인들의 자유로운 연대=네트워킹? 이런 그림을 구현하면 멋있게죠.
윤석찬씨의 글을 자주 읽습니다. HTML5를 기술이 아니라 철학(^^)적으로 이애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어 고맙네요. 이것만으로도 이번 댓글의 수확입니다.
주인장은 간 곳없고 객들이 놀았지만 주인장을 포함한 객 모두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p.s 주인장님 글을 계속 읽고 있습니다. 덕분에 한국일보도 자주 가봅니다.(이상은 윤석찬씨 흉내내기..)

윤석찬저도 블로그 쓴지 10년 됐고, 페북에서 뭐 그렇게 열심히 토론하진 않습니다. 저도 이게 아주 예외적이라는^^ 근데 저의 또 하나 원칙은 소셜웹 서비스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2009년 부터 소셜웹이 대두되면서 트위터, 페북, 구글+, 미투데이에 올라가는 메시지는 ‘모두’ 똑같습니다. 4개의 복제본이 존재해요 ㅎㅎ

참 여러운것 같습니다. 역사에서 과연 소수의 혁신가들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가? 그 스파크가 사회 전체가 이해하고 옮겨 붙을만한 내용(힘)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고민이 많습니다. 그럴려면 미래에 방점을 찍어 줘야 한다는 게 제 소견입니다^^ 저도 좋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잊혀지고 있는 http://dataportability.org/ 운동도 참 생각나고 그러네요.

p.s. 할 일이 있다보니 본의아니게 밤새 토론을 하게 되었네요. 연초에 행복하세요^^

3.
댓글토론이 다른 분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저도 가끔 소개하였던 HTML5이 웹의 개방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분들의 기술적 외침이라는 점을 알았습니다. 웹방식과 네이티브방식의 앱이 기술적인 차이뿐 아니라 철학적으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알았습니다.

윤석찬씨도 소개하였던 The Web Is Dead. Long Live the Internet가 제기한 문제의식으로 보면 한국의 인터벳은 죽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wired magazine] 웹은 죽었다
[wired magazine] 웹이 죽었다고?(웹은 죽었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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