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경제이야기

1.
대통령선거가 있습니다. 수많은 공약이 말의 성찬을 이룹니다. 2012년 대통령선거를 특징짓는 단어는 ‘안철수현상’입니다. 정당이 대의기관으로 역할을 하지 못한 몇 십년동안 제3후보는 대통령선거때 마다 주목을 받았지만 찻잔속의 태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은 다르다고 합니다. 안철수의 리더십을 ‘소통’와 ‘공감’이라고 합니다. 저는 그렇게 바라보지 않습니다. 안철수씨의 리더십은 기업가정신을 설파한 최고교육책임자(Chief Learning Officer)를 정치적으로 확장한 CLO 리더십으로 봅니다. 태풍의 중심인 안철수씨는 ‘혁신경제’를 주창하고 있습니다. 혁신경제의 뿌리에 기업가정신이 있습니다.


저는 창업을 권유하는 사회를 비판합니다. 비단 안철수뿐 아닙니다. 사회적 기업을 권장하였던 박원순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야 저의 개인의견일 뿐입니다. 다만 대통령후보로 나온 안철수의 혁신경제는 심도 깊은 평가를 필요로 합니다. 한겨레신문이 긴 분석기사로 이를 분석하였니다.

‘안철수 혁신경제’ 방향은 옳다, 그런데 비어있다

2.
앞서 ‘혁신경제’를 분석한 기사중 한 부분입니다.

혁신경제 전체를 아우르는 산업정책의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혁신경제가 우리 경제의 체질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까 거듭 의문이 들게 만드는 이유다. 경제 체질, 구체적으로 산업구조의 근간을 바꾸는 일은 단지 창업을 활성화하거나 사회적 경제를 북돋는 것만으로는 해결되는 게 아니다. 산업구조를 바꾸는 일은 우리 경제가 당장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 사안이다. 인구 5000만명에 경제규모가 1200조원에 이르고 대외의존도마저 지나치게 높은 우리 경제는 무턱대고 방향을 틀기엔 몸집이 너무 크다. 그만큼 큰 그림과 세밀한 묘사가 함께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일자리 문제만 놓고 봐도 마찬가지다. 산업구조를 바꾼다는 건 돈과 사람, 사회의 모든 자원이 몰리는 전혀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내는 창조작업이다. 지식정보산업을 필두로 한 혁신산업이 과연 한 세기 전 전기·철강·자동차·석유·화학 등 당시 혁신적인 신성장동력과 같은 강력한 파급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만일 혁신산업이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적어도 기존 산업부문과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 얼마나 걸릴지 모를 공존 기간에 기존 산업과 혁신산업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지침과 계획표가 안철수표 혁신경제에는 빠져 있다.

한국경제를 새롭게 바꾸어나가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대기업중심으로 흘렀던 자금을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으로 돌려야 합니다. 때문에 소수의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스템도 재편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이점은 안철쑤의 정책에서도 나옵니다.

금융 위기 이전에도 높은 실업률이 유지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영국의 중소기업이 젊은 층의 노동 인력을 흡수하는 데 충분히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데, 이런 상황이 금융 위기 이후 특히 심화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반면에 독일 중소기업의 경우는 글로벌 금융 위기와 유럽 재정 위기의 와중에도 비교적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독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 겪은 자금 상황은 상당히 대조적이면서도 흥미롭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독일에서는 자금 곤란을 겪고 있다고 답변하는 비율이 중소기업보다 오히려 대기업이 더 높았다.

그것은 독일 대기업이 주로 자금을 조달한 대형 민간시중은행의 경우 글로벌 금융 위기와 유럽 재정 위기로 자금이 경색돼 어려움을 겪은 반면, 중소기업들은 정책금융과 지역금융기관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줌으로써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상의 어려움이 적었기 때문이다.(중략)

글로벌 금융 위기와 유럽 재정 위기 상황에서도 우리나라가 비교적 선방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기에는 주로 원화가치 하락과 같은 환율효과가 컸는데 그 효과가 주로 수출 대기업에 집중된 반면, 중소기업을 포함한 다른 부문으로는 충분히 파급되지 않아서 국민이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특히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소기업 활성화가 중요한데 현재와 같은 일반 시중 대형은행의 독과점 체제로는 이를 위한 효과적 금융지원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가장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지역기반 금융기관의 다양화와 함께 고용 효과를 중심으로 중소기업 자금조달에 집중할 수 있는 정책금융기관의 역할 강화와 같은 균형 있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금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계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Weekly BIZ] [칼럼 Inside]청년 일자리 창출 열쇠는 中企… 새 금융 패러다임이 필요하다중에서

그렇지만 앞으로 다가올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재정 적자는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고 금융기관을 위기로 몰아넣을 가계부채의 시한폭탄이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디서 돈을 마련해야 할까요? 이 때문에 경제민주화, 재벌과의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돈을 몽땅 털어 써버리면 재투자가 위축돼 회사 성장에 적지 않은 장애가 되고 주가도 하락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회사가 망해 지키려던 일자리마저 송두리째 잃어버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내 유보금의 대부분은 회사 발전을 위해 남겨두되, 그중 10%나 20%만이라도 고용 유지나 일자리 만들기에 써보자는 것이다.

회사마다 형편이 다 같을 수는 없다. 일부는 ‘당장 부도 막을 현금도 없다’고 아우성치고, ‘비상금을 깨 먹자고? 배부른 소리 작작하라’고 욕할지 모른다. 하지만 바로 얼마 전 수천억원, 수조원씩 이윤을 남겼다고 뽐내던 대기업일수록 경영 합리화를 앞세워 발 빠른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풍경은 이상하지 않은가. 10대 그룹은 자본금의 8배가 넘는 넉넉한 유보금을 갖고 있다. 회사 형편이 닿는 대로 사내 유보금 중 일부를 꺼내 고용 유지와 하도급 회사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이 마련되면 적어도 수만명의 실업자를 쉽게 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송희영 칼럼] 그 많던 대기업의 ‘비상금’은 어디 두고중에서

좀 다른 시간으로 현재의 은행시스템을 분석한 글도 있습니다.

정대영 솔루션1: 더 많은 은행! 더 엄격한 감독!

3.
창업이든 혁신이든 향후 몇 십년 저성장시대에 살아남아야 합니다. 어떤 경영전략이 필요할까요? 위클리비즈가 이와 관련한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기사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대목이 ‘경쟁우위의 전략’에 대한 비판입니다.

“하나 더 꼽는다면 마이클 포터 박사 등이 만든 ‘경쟁 우위 전략’의 문제점이다. 이 전략은 1970~80년대 폭발적인 산업 발전과 더불어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수년째 경기 침체기를 겪는 지금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창업자 등 다양한 형태의 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그런데 ‘경쟁 우위 전략’은 ‘대기업 편향적이다. 또 수량화가 가능한 경제적인 것만 분석하고, 수량화가 어려운 사회·정치적 요인들은 간과한다. 그래서 허점이 많고 리스크도 크다. 무엇보다 CEO에게 ‘학습’ 보다는 ‘계산’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숫자에 기반을 둔 계획과 전략은 직원들의 창의성과 헌신을 짓누르고, 새로운 통찰 기회까지 빼앗는다.”

경영이론의 대부분은 대기업을 위합니다. 경영이론도 산업이기때문에 소비자를 고려하여 이론을 생산합니다. 그런 점에서 핵심 소비자는 대기업입니다. 기사가 말한 ‘우발자전략’은 기업규모에 상관없이 고민해볼 여지가 있는 듯 합니다.

– 당신이 주장하는 ‘우발적 전략’이 유용하다는 구체적인 근거가 궁금하다.

“40여년간 경영학 교수로 CEO들의 생활을 분석해보니 이들 업무의 80%는 단순 구두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들이 방해 없이 일하는 시간은 이틀(48시간)에 한 시간꼴이다. 어떤 CEO는 14번의 미팅 중 13번은 당일 잡은 ‘번개미팅’으로 시간을 낭비했다. 준비 부족으로 질적인 토론은 매우 빈약하다. CEO들이 아래 직원들에게 전화로 단순 지시하는 경우가 전체 전화 사용량의 약 50%인 반면, 고객·협력사 등과 통화하는 시간은 20%에 불과했다. 한 마디로 안팎의 기업 사정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다.”

– 하지만 요즘 같은 비상한 시기에는 ‘경쟁우위 전략’에서 요구하는 CEO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지 않나?

“잭 웰치와 스티브 잡스, 마사요시 손(孫正義) 소프트뱅크 회장처럼 시대의 흐름을 알고 기업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다 이해하며 리더십을 펼치는 CEO는 좋다. 문제는 대다수 CEO가 자잘한 일상 업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기업의 속사정도 모른다는 데 있다. 요즘 리더들은 기업의 수익을 창출해내는 현장 상황을 거의 학습하지 않고 있으며 전략을 완벽하게 짤 만큼의 ‘전지전능(全知全能)형 리더’들이 거의 없다. 요즘 리더들은 기업의 수익을 창출하는 현장 상황을 전혀 학습하고 있지 않다.

– 그렇다면 핵심 이론인 ‘우발적 전략’은 어떻게 실행할 수 있나?

“먼저 각 부서의 매니저들이 부서의 핵심 역량을 직접 맡아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 보통 ‘영업 담당 부장’은 통상 영업을 하지 않는데, 매니저들이 적극 동참해야 한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기업 핵심 부서의 핵심 역량과 거리가 멀어지는데, 이럴수록 실무자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며 왜곡된 판단을 내리게 된다. 핵심 역량과의 연결 고리를 항상 유지해야 한다. 둘째 매일 현장에서 샘솟는 아이디어를 중간 관리자에게 수시로 보고해 전략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메시지는 생산라인, 마케팅, 일반 경영선까지 모두 가야 한다. 현장 상황을 간과한 채 방대한 자료를 수집·분석해 전략을 만드는 전략기획실과 기획조정실 등 경영진이 현장에서 눈멀게 하는 부서는 없애야 한다”
[Weekly BIZ] [Cover Story] 내일의 비전? 불황기엔 쓸모없다중에서

위의 민츠버그 박사는 경영자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참신합니다.

“일찍이 피터 드러커(Drucker)는 ‘경영자는 지휘자이자 작곡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건 신화(神話)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경영자는 연주하다 멈추고, 또 연주를 반복하는 시행착오로 발전하는 ‘오케스트라 리허설’의 지휘자이다”

4.
EBS가 다큐멘타리 ‘자본주의’를 방영하였습니다. 첫번째 주제는 ‘돈은 빚이다’는 ‘Money As the Debt’를 다시 구성한 듯 합니다. 여기서도 통화가 나옵니다. 조선일보 송희영논설위원이 쓴소리를 했습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중국에 “양국 간 통화 스와프를 상설화하자”고 제안했다. 통화동맹을 영구화하자며 머리를 조아린 것이다. 일본에도 이제 자존심을 접고 허리를 굽혀야 할지, 아니면 덤터기를 다음 정권에 떠넘기고 튀어야 할지 결정해야 할 순간을 맞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던 날 환율은 1달러에 949원이었으나 5일 시세는 1111원으로 17%가량 상승했다. 원화가 그만큼 가치를 잃은 것이다. 원화가 갈수록 천덕꾸러기 통화로 신분이 강등되는 줄도 모르고 자동차·반도체 수출만이 최고라고 여겨왔던 결과다. 나라 경제가 이만큼 컸으면 원화를 금 덩어리처럼 튼튼한 화폐로 만들어 보겠다는 지도자가 나올 때도 됐다.
[송희영 칼럼] 허약한 通貨 ‘원’의 서글픈 신세중에서

지난 주말 신문에서 읽은 글들입니다. 경제와 경영은 여전히 복잡한 주제입니다.

Leave a Comment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