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리고 지난 일주일의 기억

1.
오늘 바보를 떠나 보냅니다.  집을 나오는 길에 조기를 달았습니다. 그리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서 덕수궁 대한문앞 시민분향소에 마지막으로 헌화하였습니다. 참배객들이 남긴 종이학 나무에 적힌 “사랑합니다”라는 말이 가슴에 남습니다. 마침 시청광장이 열렸습니다 .한 떼의 무리가  시민영결식을 지내자고 만장을 앞세우고 광화문으로 가자고 합니다.

봉화에서 말했습니다.

“시민들이 남긴 추모쪽지등 모든 것을 봉화로 보내달라”

어린 고등학생 몇몇, 대학생 몇몇이 덕수궁 돌담길에 가득 덮었던 시민들의 마음을 하나씩 하나씩 담습니다.

지난 주말 소식을 듣고 일요일 새벽 차을 몰아 조계사에 헌화를 하였습니다. 다음 날  새벽 출근길에 다시 대한문앞에 헌화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점심시간, 퇴근시간 잠시 들려 그저 “당신때문에 행복했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영결식과 노제가 있습니다. 오후 휴가를 낼 생각입니다.

바보 노무현. 사람의 가슴마다 새겨진 노무현은 하나가 아닙니다. 민주화시대의 투사. 보통사람들의 대통령. 원칙과 상식의 정치인. 백년대계를 고민한 최고정책집행자.좌측깜박이를 켜고 우측을 내달은 대통령….. 우리는 바보 노무현이 세상을 떠남으로써 하나의 프레임에 갇혔던 노무현의 모습을 벗어던질 수 있었습니다.

“무식”,”경박”,”무능력” 그리고 최근의 “부패”

죽은 자에 관대하기 때문이 아니라 죽음으로서 삶의 또다른 모습을, 우리가 잊었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2.
지난 한주일 내가 일하는 곳은 조용했습니다. 대한문까지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입니다.
신문을 보면 전국이 들썩들썩 이지만 여긴 그렇지 않습니다.  속내를 떨어놓을 수 없는 관계라 그럴 겁니다. 아니면 관심이 없을 수도 있고. 참여정부기간 내내 조선일보와 같은 이야기를 하셨던 부모님도 오늘도 “왜 이 난리냐”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렇습니다. 죽음으로 자신속에서 잊혀졌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며 추모하는 분들도 있지만 과거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불신과 멸시를 보내는 분들도 역시 많습니다. 다만 지금은 조용히 있을 뿐입니다. 아마도 시간이 흘러가기를 그래서 잊혀지기를 기다립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까~~~

용산참사를 기억하십니까? 전 용사참가가 난 그 곳을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봅니다. 그런데 하루,이틀, 일주일, 한달, 두달. 그 곳을 지키는 분들이 점점 줄어듭니다. 그리고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바보 노무현과 대립하였던 화물연대를 기억하시나요? 화물노동자로서 자살을 선택한 박종태씨를 아시나요?

동지들과 함께 했던 수많은 시간이 행복했고 소중했습니다.
승리의 기쁨을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이분들이 아직까지 장례식을 치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아시나요? 우리는 바보 노무현, 이 분들의 뜻을 기억할 수 있을까요?지금 이순간에도 용산참사의 현장에선 다시금 불도저소리가 울리고 있습니다. 희생자의 흐느낌을 뒤로 하고~~~

3.
이제 시청광장으로 나갑니다. 추모객들이 벌써 가는 길을  메우고 있습니다. 노란색으로 남대문에서 시청까지의 도로가, 시청광장이 물결치고 있습니다.  시청광장에선 안치환, 양희은씨의 노래가 울려퍼집니다. YB밴드의 노래도 퍼집니다. 추모행사이지만 박수소리도 크게 울려퍼집니다.

유시민씨가  “5월 29일 서울시청 광장 노제에서 노란 풍선 100만개가 하늘 높이 오르는 것을” 보고자 했던 모습 그대로 노래가 울려퍼지는 순간 노란 풍선들이 하늘을 뒤덮습니다.

장례식3

87년 6월 시청앞 이한열열사 노제가 떠오릅니다.그로부터 22년 같은 자리에 또다른 노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만장을 앞세우고 서울역으로 향합니다. 이별입니다. 허나 또다른 시작입니다. 사람들 가슴가슴에 살아있는 수백만 노무현이 어떤 세상을 만들지. 그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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