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

1.
지난 주말 조선일보를 손에 들었습니다. Weekly Biz라는 주말섹션을 보다가 정치면을 보았습니다.

박회장이 먼저 “우리가 20년 넘는 지기(知己)인데 대질까지 해서야 되겠습니까. 저는 사실을 말할 용의가 있으니, 대통령께서도 사실대로 털어놓으시지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노 전 대통령은 “대질신문은 내가 하지 않겠다고 했어요”라고 말을 받으면서, “저도 곧 박 회장님처럼 ‘파란 옷’을 입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고 한다.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인 박 회장이 입고 있던 수의를 지칭한 것이다.

“저도 곧 박 회장님처럼 ‘파란 옷’을 입지 않겠습니까”라는 말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신문에도 기사를 찾아보았습니다. 약간은 다른 기사가 있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박 회장과 1분 정도 짧게 만났을 때 “박 회장 나도 곧 들어갈 것 같아. 들어가면 보자”는 식으로 말했고 이에 박 회장이 “아이고,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의 사실과 여러개의 변주. 현재 박연차게이트를 둘러싼 우리의 모습입니다.

2.
앞으로 어떤 변수가 있더라도 부패와의 단절을 주장하였던 정치인 노무현은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았습니다. 분명 정치적 사망이라는 결과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노무현 수사를 둘러싼 입장은 더양하고 참여정부에 대한 입장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잃어버린 10년’을 주장하는 분들은 확인사살까지 하려고 합니다. 대통령을 지낸 ‘인간 노무현’이 쪼잔하게 법리논쟁을 하지말고 통 크게 인정하라고 합니다.

[김대중 칼럼] 노무현씨를 버리자

참여정부를 신자유주의정권, 민주주의의 재앙이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노무현의 퇴장이 진보진영이 대안으로 등장하길 기대합니다.

[이대근칼럼]굿바이 노무현

반면 비판적 계승을 주장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돈거래와 노무현의 가치를 구분하자고 합니다.

[아침햇발] 노무현을 위한 변명 / 오태규

노무현을 진정으로 버리는 방법

전 이 사건에 가장 궁금한 것이 ‘사실’입니다. 솔직히 저의 경험상 “정치하느라 집안을 신경쓰지 못했기때문에 집에서 어떻게 가정경제를 꾸려나갔는지 몰랐다”는 변명도, “대통령직을 수행하는라 정신없이 바쁜데 어떻게 아내,자식이 무엇하는지 알 수 있느냐”는 변명도 이해가 됩니다. 왜냐 저도 그랬으니까~~(^^) 그래서 피의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글을 신문에 실었다가 사실상 짤린 금태섭변호사의 글은 인상적입니다.

노무현 ‘전대통령’과 피의자의 권리

하지만 아무 의미가 없을 겁니다. 정치인 노무현은 정치적으로 사망했기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바보 노무현에게 중요합니다. 한 인간이 사회적으로 인간적인 대접을 받으면서 사느냐 마느냐의 문제이기때문입니다. 퇴임후 벌였던 ‘농촌복원운동’이 정치적으로 해석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았으면 합니다.가슴에 주홍글씨를 달고 은둔자로 사는 모습보다는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바보를 보고 싶기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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