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무법자, 갑(甲)

92년부터 현재까지 17년을 IT에 종사하면서 다양한 갑과 을을 만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계약을 할 때 발주사/수주사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발주사=’갑'(甲), 수주사=’을'(乙)이라고 부릅니다. 발주 및 수주라는 특정한 목적물을 주고받는다는 의미를 나타내지 않습니다. 甲乙이라고 하는 권력관계를 내포한 말을 사용합니다. 이 때 “甲은 명령 및 지시, 乙은 그것을 받아 수행”이라는 의미를 뜻합니다.

우리나라 SI의 현실을, 아니 중소기업의 현실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이 甲乙관계입니다.

甲乙관계지만? 진짜로 오랫동안 호형호제로 발전해서 현재까지 편안한 만남을 가지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습니다. 甲은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이번에 잘해주면 다음에 꼭 보상해줄께….그러니까 이것저것을 해줘~~~~~”

고객이 살자고 乙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입니다.

97년 Java가 막 시장에 보급되기 시작할 때 모증권사와 HTS공급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최초 제안을 Delphi로 클라이언트를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고객은 갑자기 제안변경을 하자고 하더니 Java의 Swing을 이용하여 개발하자고 했습니다. 속도문제등을 이유로 거부를 했지만 고객사는 최신기술을 도입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Java Swing으로 HTS개발을 강행하였습니다. 결국 무리수를 두니까 개발일정이 지연되었고 한달반정도 늦게 오픈을 할 준비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고객이 시험을 하려고 설치를 한 후 실행파일을 선택했습니다….30초동안 Java가 돌아가더니 화면이 나왔습니다. 그리곤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주변에 이상한 소문이 돌더니만 고객사에서 통보를 했습니다.

“Java프로젝트는 폐기한다,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였기때문에 지체상금을 부가한다”

그리고 철수후 얼마후에 모회사와 재계약을 하고 Delphi로 다시 개발하였습니다. 그 때 그 사람들은 현재 모증권사를 떠났습니다.

권리와 의무를 잘 모르는 경우입니다.

IMF이전에 몇몇증권사에 HTS를 개발납품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IMF가 터지면서 운영중인 시스템에 대한 유지보수업무가 거의 중단되었습니다. 그러다 인터넷거품의 영향으로 주가가 상승하면서 HTS고객이 늘기 시작하였고 납품때 확인되지 않은 버그들이 막 나타났습니다. 유지보수계약을 하지 않았지만 구두로 합의를 하고? 급히 개발자들이 들어가서 문제점을 확인하고 대처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한달두달……..IMF겨울, 설날이 다가오는데 계약의 ‘계’도 언급하지 않네요.그러니까 대금지급에 대한 말도 없네요….물어봐도 공허한 메아리뿐.

하도 화가 나서 회의시간에 문제를 제기하고 개발자들을 철수시켰습니다.

돌아온 것은 “업계에 난 악소문”. 지금도 모 회사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습니다.

권리와 의무를 생각하지 않고 오직 명령만이 지배하는 판입니다.

물귀신도 있습니다.

?어떤 증권사에 서버제품만을 납품하기로 하였습니다. MM에 대한 계산도 했고 나름 비용을 최소가격으로 협상으로 해서 수주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몇개월 열심히 개발을 하였는데 갑자기 클라이언트를 개발하라고 합니다. 처음 증권사에서 투입하기로 한 MM로는 도저히 해결될 수 없기때문에 서버개발자가 같이 하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계약밖이다..할 수 없다…”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클라이언트없이 서버만 마무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때문에 울면겨자먹기로 클라이언트개발을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어떤 불이익을 당해도 수주사는 그저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계약금액이 얼마인데 손해를 보느냐, 여유가 있으니까 추가로 도와달라…!!”

“계약을 떠나서 한배를 타고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같이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냐?”

“갑이 하라면 을은 해야 하는것 아니야!!!까라면 까야지~~~”

수주사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써먹겠다고 협박(?)을 하면 당해내지 못합니다. 내 목숨을 내놓지 않으면.

계산을 해보았습니다.? MM계산을 할 때 주5일근무를 기준으로 합니다. 하루 근무시간은 8시간입니다. 그런데? 하루 근무시간이 2시간 더 늘어나고 야근식비까지를 제공해야 하면 M/M이 5백만원이라고 한다면 근기법에 따라 추가비용을 계산하면 대략 하루 구만원.즉, 일 30%정도의 추가비용이 들어갑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30%를 할인해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상태가 됩니다. ? 여기에 주말근무,철야근무를 더하면 수주사가 얻은 이익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개발자들이 추가작업을 한 비용입니다.

계약할 때 발주부서에 일차로 할인하고 계약부서에서 할인합니다. 구현할 때 발주부서에서 요건을 늘리고 검수를 무기로 요구사항을 하나둘씩 늘립니다. 할인하고 일은 늘어나고 작업시간은 길어지고. 공자나 예수가 오더라도 흑자를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주사는 수주사대로, 개발자는 개발자대로 골병이 들고 병은 깊어만 갑니다.남는 선택은?

“떠나면 됩니다.”

2 Comments

  1. 이석헌

    16년간 이 짓을 하면서 매일 몇번씩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를 반복하고 있는데…
    근로자의날인 오늘도 갑의 회사에 와서 앉아사 작업하고 있네요…ㅜㅜ

    지금 필요한 건 뭐?
    맘속으로 나는 비참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나를 위로하는것…

    Reply
    1. smallake

      휴일에 출근하는 것이야 어짜피 고객대상 서비스시스템을 오픈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갑을은 계약관계이상도 이하도 아니기때문에 서로를 존중하면서 – 인격적으로 사업상으로도 – 일하면야~~~(^^)

      갑을은 이해관계가 같으면서도 다른 관계라고 생각.그런데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도,다르다고 하는사람도 틀리죠…적절하게…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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