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출근 길

이틀전 낮.

지난 주말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일요일부터 블로그접속이 되지 않았습니다.
월요일 아침 회사로 전화를 해보니 “방화벽에 문제가 생겼다.”고…점심을 일찍 먹고 여의도로 향했습니다.

여의도 가는 길. 택시기사님 왈.

“지금 용산 국제빌딩 시위때문에 양방향으로 도로가 꽉 막혔어요….그쪽으로 가면…”

“무슨 일이 있나요?”

“잘 모르지만 체불임금때문에 시위한다고 하던데요”

아!아침 회의시간때 참석하지 못하는 모 부장님에게 전화를 했는데 “한시간째 도로위에서 있다”고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마침 교통방송에서 용산역 도로상황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어제 아침 출근길.

습관적으로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나오는 손석희씨 목소리. ‘현장속으로’라는 코너인데 국제빌딩옆 건물에서 농성중인 철거민과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자세히 듣지 못하고 마지막에 “협상하게 해달라….살수차를 동원해서 진압하려고 하면 위험하다….”는 말이 귓가에 울립니다. 노조시위가 아니라 철거민 시위였습니다.

과천에서 남대문까지 오는 버스는 좌석 9502번입니다.
동작대교를 지나 국립중앙박물관,국제빌딩,서울역으로 다니는 버스입니다. 6시 40분쯤 버스를 타서 용산 중앙대병원앞에 도착하니 7시 5분쯤이었습니다. 그 때 좌우로 길게 놓여진 전경버스가 보였습니다. 차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버스안에서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갑자기 사람들의 시선이 어느 건물을 향합니다. 차안에선 보이지 않았습니다.

30분쯤 지나 버스가 용산역쪽 도로로 진입할 때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8차선이 넘는 도로는 완전히 통제되었습니다. 커다란 크레인이 도로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건물옥상쯤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갑자기 빨간 불꽃이 하늘을 덮었습니다.

몇 명이나 시위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시위 진압하자고 이 난리를 피우는 경찰을 보니 한심했습니다. 무언가 좋지 않다는 느낌. 달리는 버스 반대편으로 계속 구급차가 지나갔습니다. 남대문에 내릴 때도 119 구급차가 한대 급하게 지나갔습니다.

한시간뒤 일하고 있는 사무실.
용산에서 사람이 죽었다고 합니다. 5명이나…내가 아침에 본 불길이 그 불길이었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

양방향 도로를 통제하던 경찰이 사라진 용산.
이른 아침이라 버스는 바로 중앙차로로 들어섰습니다. 옆으로 보이는 화재현장.
온갖 깃발과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밤사이 농성을 하였던 흔적도 보입니다. 모닥불이 피어있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몇날 몇일일지 모르지만 계속 볼 모습일 듯 합니다.

MB가 시장인 시절부터 ‘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도심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뉴타운’이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일확천금을 찾았고 돈 냄새를 맡았습니다. 하지만 삶의 보금자리를 뺏겨야 하고 떠나야 하는 사람들. 그분들의 목소리를 잊어버린 우리에게 찾아온 비극입니다.

(*)최근 ‘두개의 문’을 통하여 다시금 관심을 얻고 있습니다. 이날의 진실이 꼭 밝혀지길 바랍니다.

1 Comment

  1. smallake@nate.com

    오늘 본 서울신문에 난 명언(?)입니다..

    “재개발 지역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명암이 극명히 엇갈리는 곳이다. 땅이 있어 보상받는 사람은 떠나고 없는 사람은 남는다.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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