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10년이 386세대에게 무슨 의미일까?? 민주와 평등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중요함을 몸으로 부대끼면서 배웠던 세대인 386세대에게 지난 10년은 무엇일까?
얼마전 이런 기사를 보았습니다.
386 운동권의 벤처신화’로 주목 받았던 휴대전화 제조업체 VK 전 대표 이철상(41)씨가 국가보조금과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1991년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의장 권한대행을 지낸 학생운동의 핵심이었다.
대전지검 특수부는 12일 이씨를 증권거래법 위반, 횡령, 배임증재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씨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전 SK텔레콤 영업본부장 정모(44)씨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VK 전 기획조정실장 홍모(38)씨를 불구속기소하는 한편 달아난 VK 전 부사장 임모(48)씨 등 3명을 지명수배했다.
VK신화라는 소리를 2000년대 중반까지 들었던 기업인데 결국 경쟁과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모랄해저드’라는 이야기까지 들으면서..
2.이 기사를 보면서 또다른 분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90년대 노동운동 현장에서 자주 얼굴을 마주 했던 분입니다. 또한 IMF이후 증권IT관련 일을 하면서 우연히 뵙고 자주 대화를 나누었던 분이기도 합니다.
“최근 정부와 기업이 너나 할 것 없이 해외자원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선진금융기법과 결합하지 못하면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다년간 쌓아온 금융공학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에너지 자주권 확보에 적극 기여하고자 합니다. ㈜ 포넷은 내달 국내 최초로 ‘해외자원개발 전문자산운용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외환·파생상품 전문업체. 전문자산운용사를 설립하는 배경에 대해 김진도 사장은 이같이 강조하며 “내달 ‘해외자원개발사업법(이후 해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운용사를 설립, 올해 2000억원 규모의 에너지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6년도 자원개발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작년 연말 송년회에서 우연히 최근 포넷소식을 들었고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았습니다.
회사를 망쳐놓은 경영진이 “감자를 하지 않으면 상장폐지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감자를 단행하는 데 대해 개미투자자들이 소송까지 제기하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 “7500억원 규모 해외가스 중개계약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악재성 공시를 내놓은 교육 및 자원개발업체 포넷에 대해 일부 소액주주가 기존 감자 결정에 반발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액주주 대표인 황순만, 정인희 씨 등은 총 3% 선의 소액주주 지분을 모아 회사를 상대로
감자 결정 임시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
을 지난 2일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했다.
대략 짐작이 갔습니다. 프리보드를 통해 회사 주식이 거래되었는데 어느 날 코스닥에 상장되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마도 Back Door Listing이었던 것같습니다.
3.두 분만이 아닙니다. 주변에 보면 많은 분들이 IMF와 DJ정권이 들어선 이후 새로운 투신에 나섰습니다. 물론 저도 포함입니다.? 지난 10년은 글로벌로 보면 거품의 시기입니다.? 자본이 끊임없이 거품을 만들어내면서 ‘민주’ 대신에 ‘성공’이라는 환상을 우리에게 심어주었습니다.? 그것을 어떤 분은 ‘기업가정신’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지난 10년은 우리는 환상을 가졌습니다.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때문에 스스로의 욕망을 자극하고 자극하였습니다. 그리고 성공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였습니다.? 어찌 보면 돈의 노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4.기업자정신은? 변화를 탐구하고, 변화에 대응하며, 변화를 기회로 이용하면서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이 가지는 생각이라고 할 때? 위험은 곧 멈추지 않고 나감이 되기 십상입니다.? 기업가의 고집 혹은 뚝심 혹은 아집과 성공이라는 욕망이 뒤엉켜 나아갑니다. “조금만 더 가면 성공인데…나도 그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는…….”
얼마전에 읽은 “꿈을 향헤 거침없이 도전하라”는 엄홍길씨의 책에 이런 귀절이 있습니다.
“이루어내겠다고 하는 정신력은 좋으나 그것이 욕심이 되면 안됩니다.불가능한 상황에서는 포기할 줄 알아야 합니다.나 또한 정상을 눈앞에 두고 몇번씩이나 포기하고 산을 내려온 적이 있습니다. ? 여기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들였는데 포기한단 말인가.안돼.무조건 올라야 해.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울라야 한다는 욕심때문에 차후를 기약하는 일을 그르쳐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저도 그렇고 이상철씨도 그렇고 김진도씨도 그렇고 어느 순간 욕심과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포기하지도 못하고 자유를 택하지 못하였습니다. 성공과 성장을 위한다고 하면서..고지가 바로 저기라고 하면서….조그만 노력하면 된다고 하면서…
그것이 지난 10년이 우리에게 남긴 우울한 자화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