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좋은 글을 두개를 보았습니다. 벤처 및 기업가 정신에 대한 글들입니다.
안철수씨는 워낙 유명한 분이라 설명이 필요없지만 요즘 하는 일에 대해선 긍정과 부정이 교차합니다. CLO를 자임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지만 경영자는 실적과 사례로 말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요새는 경영자가 아니라 평론가라는 생각이 많이 하게 되는데 이때문은 아닐지…
아툴 네르카교수는 토요일 아침에 즐겨보는 조선과 동아일보의 Biz섹션에 실린 글입니다.
동아일보 Business Review
Weekly Biz
특히 이런 말이 좋습니다.
“금액은 적게 투자하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개발과 사업 아이템으로 회사를 완전히 흔드는 수준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회사보다는 작고 빠르고 민첩하고 관료주의가 없는 회사를 만드십시요”
두개의 글을 옮겨보았습니다.
지난 3년이 어떻게 지났는지 저도 실감이 안 난다. 3년전 CEO를 그만두기 전부터 고민이 있었다. 첫 번째가 기업지배구조의 문제, 두 번째 창업자 경험의 선순환구조를 만들고 싶었고, 마지막으로는 안철수연구소를 넘어 업계에 전반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었다.
기업지배구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삼권분립이 일어났다. 도덕적이고 능력 있는 지도자가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 보면 발전 속도가 빠르기는 하지만, 사람이 워낙 약한 존재이므로 부패하기 쉽고 자만에 빠지기 쉽다. 그러다보니 권력분립이 일어난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도 상장법인이 되면 CEO 개인의 것이 아니고, 이사들의 것도 아니고, 주주들의 것이다. 적절한 균형, 감시, 견제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CEO가 이사회 의장을 하고 이에 대한 견제가 없는 게 당연한 것처럼 잘못 인식되고 있다. 우리 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지배구조가 제대로 발전해야 한다. 안 연구소도 그런 쪽으로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다.
두 번째, 실리콘밸리를 보면서 부러웠던 것 중 기업 경영을 통해 얻은 지식이 사회적 자산이 되고 선순환되는 것이었다. 제2의 창업을 하거나 큰 기업으로 가서 일하거나, 대학교수, 행정가, 정치가 등으로 일하는 등 경험을 사회자산화시키고 선순환되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그런 구조의 꼬리가 끊어져 있는 것 같다. 기업이 잘되면 창업자가 계속 하고 기업이 망하면 그 사람도 추락해서 사회적으로 그 경험이 자산이 되지 못한다. 이런 것을 극복하고 싶었다.
한국에서 정말 필요한 게 워킹모델이다. 한국 사람이 굉장히 똑똑해서 성공사례를 많이 만든다. 반면 튀는 것을 싫어한다. 아무로 안 한 일은 잘 안하려고 한다. 그래서 워킹모델을 만들려고 한다. 안 연구소가 워킹모델 중 하나로 만든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안 연구소라는 하나의 기업 뿐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들에게 제 경험과 지식을 나눠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를 고민했다.
이런 세 가지 생각을 갖고 3년 전에 스스로 CEO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중소벤처기업엔 아예 싹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벤처중소기업이 어려운가. 미국은 지금 이 순간에도 20대 스타 창업자들이 비즈니스위크 표지모델을 장식하고 있다. 구글이 전부 다 잡아먹을 거 같지만 그 우산 아래서 조그만 기업들이 탄생하고 유지해나가는 그런 상생의 정신이 있다.
예전 삼성 이건희 전 회장이 “앞으로 5년 후에 어떤 것을 할지 암담하다”고 위기론을 얘기했다. 그건 글로벌 경영을 하는 대기업 입장에서 위기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중소벤처기업은 5년 후 싹이 안 보인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5년 전에는 다음, NHN, 안연구소 등 싹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어떤 분들은 대기업 위주로 가는 국가도 있고, 거기 잘 사는데 무슨 걱정이냐는 분도 있지만 중소벤처기업은 국가경제의 포트폴리오다. 주식 분산 투자하는 이유는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국가 경제도 대기업 위주로만 가다가는 위험에 취약하다. IMF가 그래서 생긴 것 아니냐. 중소벤처기업도 건실해야 국가 전체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두 번째는 일자리의 문제다. 대기업은 기업 규모는 점점 커지지만 고용 능력은 줄고 있다. 지금 130만 명 고용하고 있는데, 중소벤처기업은 2000만 명이다. 얼마 전 신문을 보니까 대기업 CEO들이 대통령을 만나 투자를 늘리고 7만 명 더 고용하겠다고 했다니, 137만이다. 따라서 거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2000만 명을 고용하는 중소기업에 관심을 둬야 하지 않나.
셋째, 중소벤처기업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기보다 대기업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창의력을 제공하고 구매력을 보완해준다. 따라서 대기업만으로는 존재할 수 없다. 우리 아들딸이 살 우리나라에서 중소벤처기업에 대해 걱정하는 이유가 이런데 있다.
벤처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중소벤처기업이 왜 그렇게 실패를 많이 할까. 원인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중소벤처기업의 경영자나 종사자들이 실력이 부족하다. 그걸 모르는 경우도 많다. 자기가 모르면 보이지 않는 법이다.
두 번째는 기업을 도와주는 인프라가 굉장히 허약하다. 기업을 도와주는 여러 가지 인프라, 인력을 제공하는 대학, 자금을 제공하는 벤처캐피탈, 자금을 대출해주는 제1금융권, 전문성있는 아웃소싱업체들, 정부 정책 등 많은 인프라가 취약하다.
세번째,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문제로 꼽을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갑과 을의 관계에서 거래를 한두번 하다보면 이익이 남지 않는다. 중소기업에서 이익이 많이 남는 것을 대기업이 알게 되면 값을 깎을 것을 요구한다. 더 큰 문제는 대기업이 계약을 제대로 안 지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이 부가가치를 인정 못 받게 되면 새롭게 사람을 고용하거나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없다.
벤처기업은 처음 상태에 머무르면 망할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 국내에서 거래할 중소기업이 없어지면 대기업은 외국으로 나가게 된다. 이런 글로벌 아웃소싱을 통해 우리사회의 양극화는 더 심해진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 정말 불행하다.하지만 개입이 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제가 기업지배구조, 산업구조를 바꿀 수는 없다.
세 가지 문제 중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봤더니 첫 번째 부분이었다. 중소벤처기업인들의 모자라는 실력을 채워주고 조언해주고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좋은 조언자가 되기 위한 준비가 잘 돼 있는 거 같지 않았다. 그게 미국 가서 제대로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을 해서 유학을 가게 된 계기였다.
미국에서는 큰 기업이 상생의 생태계를 만드는 주도적 역할을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배운 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거기에서는 지금도 중소벤처기업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 두 번째는 구글이 상생의 생태계를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다. 아무리 큰 기업도 주위에서 끊임없이 견제하고 긴장하게 만든다. 구글이 있다면, 마이크로소트프가 있고, 야후가 있다.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 자유로운 경쟁구도가 모두에게 좋은 것이다.
바닥을 보면 여러 가지 차이가 있지만 정말로 중요한 포인트가 전문성이다. 실리콘밸리가 성공확률이 높은 이유는 하나다. 사람이다. 세일즈, 파이낸스, 마케팅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는 인재들이 거기에 많이 산다. 창업자가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을 하면 전문가들이 붙는다. 그래서 성공확률을 높인다.
하지만 한국은 다 같이 초보자다. 대기업처럼 보고 배울 사람, 교육시스템이 없다보니 CEO뿐만 아니라 회사구성원이 다 실수를 한다. 그러니 실패를 하는 것이다. 한국은 인프라, 정부 정책, 대기업 위주 산업구조가 발목을 잡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실력을 기르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차이가 없지만 업계 전반의 성공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으로 CLO(Cheif Learning Officer)를 하기로 했다. 한국은 그 사람이 어떤 감투를 쓰냐로 그 사람을 판단하고 정의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하는데 그 사람의 일로 판단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선후가 바뀐 거 같다.
작년 말이 되니까 여러 대학에서 (교수직) 제안이 왔다. 공대, 의대, 경영대 등 여러 대학이 제안했다. 공대를 택한 이유는 우리나라 이공계 기피가 심각하다. 가치 사슬의 첫 번째가 무너지면 미래는 없다. 이걸 바로잡는데 조금이라도 일조를 하고 싶었다.
또 외국 대학을 보면서 부러웠던 것 중 하나가 공대가 독립된 게 아니라 공대가 경영대, 의대, 법대와 연결돼 있다. 하나의 허브다. 사회가 구분되지 않았는데, 이런 구분 자체가 무리한 것이다.
문과 이과 구분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영어를 잘하면 문과 가고 수학을 잘하면 이과 갔는데 여러 학문분야를 공부하다 보니까 그게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경제학의 파이낸스 부분은 수학적인 머리가 굉장히 뛰어난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 이과 쪽은 영어 원서를 많이 봐야 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중.고등학교 때 전 세계 경진대회에서 상위에 오르는 학생들이 많은데, 상급학교에 가면 무너지는 게 이런 인위적 구분 때문이다.
이종간 학문들의 연결이 이상주의적인 게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을 위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카이스트에서는 ‘비즈니스 이코노믹스’ 프로그램에서 학부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업가 정신에 대해 가르칠 계획이다.
감시기능 강화 없는 규제철폐는 무법천지 만들 것
질문 : 최근 정부, 기업, 개인 등 모두 보안에 관심이 높다. 보안과 관련해 기업들이 이거 하나만은 꼭 투자를 해야 한다는 걸 추천한다면
안철수 : 보안은 통계나 확률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겪어본 사람은 다 공감하는 거다. 마이크로 레벨에서는 요행이 있다. 매크로 측면에서 보면 통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선진국은 정말 오랜 기간 동안 IT 예산의 10%를 보안 쪽에 투자하고 있다. 투자의 효율성 따지는 건 이들이 한국보다 더 하다. 성수대교 붕괴될 때 보면 다리를 쓰기만 하고 유지, 보수를 안 하니까 무너졌다. 첫 몇년간은 돈이 안 들었다고 좋아할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더 손해다. 다리의 유지, 보수가 보안이다.
우리나라는 아주 오랜 기간 동안 1%의 투자를 하고 있다. 단기간은 사고가 안 나서 좋아할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그동안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을 통해 급속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리스크 매니지먼트(위험 관리)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선진국으로 갈 수 없다.
문 : 벤처캐피탈 일도 계획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또 최근 안 연구소와 네이버간의 무료백신 제공 계약을 파기한 일이 있었는데 거기에 관여했나.
안철수 : 스스로 결론을 내린 게 지금 보면 투자할 만한 회사가 없다는 게 문제다. 기업이 제대로 돼 있으면 투자할 자금은 오히려 많다. 국가적으로 더 문제가 기업가 정신, 창업가 정신이 없다는 것이. 젊은 사람들이 너무 안전 위주 성향으로 가다보니까 새로운 기업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이 부분에 대해선 젊은이들을 이런 상황으로 몰고간 사회의 책임이 크다 .
네이버 무료 백신 이슈는 누가 돈을 버느냐의 이슈가 아니라 오히려 인프라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인프라이고 누군가 그 일을 해야 한다면 그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해커들이 예전에는 장난이었지만 지금은 돈벌이로 바뀌었다. 그러니까 특정 타켓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안 들키는 게 중요한 문제가 됐다. 옥션의 1000만 명 정보유출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문 : 현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부에서 기업 활동을 위한 인프라를 만드는 것은 작은 정부냐, 큰 정부냐에 상관없이 중요하다.
새정부에서 규제 철폐를 얘기하는데, 규제는 철폐하되 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쓸데없는 규제는 없애는 대신 감시를 철저히 해서무법천지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약육강식의 세계가 된다. 이런 것이 굉장히 걱정되는 부분이다.
감시라는 게 역시 인프라와 마찬가지로 생색이 안 난다. 정말 감시를 하려면 굉장히 전문성이 필요하다. 사람도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생색은 안 난다. 그러니까 규제해놓고 감시 안하는 게 가장 편한 일의 방식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에 정말 간곡하게 부탁하고 싶은 게 규제철폐는 환영하는데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데 신경써줬으면 한다.
기업과 기업가는 다르다
문 :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요건이 있다면
안철수 : 우리나라는 제도적으로는 선진국들보다 더 잘 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다. 기업에서 실행능력이 떨어진다. 그러면 망한다.
기업지배구조도 마찬가지 같다. 꼭 해야할 부분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 실제로 관련된 사람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대로 행동될 때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는 전국민적으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상식이 부족하다. 기업과 기업가는 다르다. 기업조직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사람에 좌우되고, 하지만 사람에 좌우되면 경쟁력은 없다.
문 : 기업가 롤 모델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혹시 2차 창업 등을 계획하는 것은 없나 향후 장기적인 계획을 듣고 싶다.
안철수 : 의사를 할 때 롤 모델이 아버지였다. 백발이 성성하신데 지금도 병원에서 환자보고 있다. 그런데 열심히 살다보니 의사를 그만둬야 하더라. 나는 장기적인 계획이 안 맞는 사람 같다. 10년마다 직업을 바꾼 거 같다. 카이스트에서 정년퇴임을 할 수 있다면 제일 좋을 거 같지만 앞으로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다.
안철수 “이명박 정부, 약육강식 경제 만들까 우려”중에서
다음은 아툴 네르카교수의 글입니다.
“삼성-LG 입사에 매달리는 시간에 직접 삼성-LG를 만들 생각을 하라”
《“학생들에게 항상 말합니다. 왜 삼성, LG에 입사하는 것에만 매달리느냐고요. 그 시간에 직접 삼성, LG를 만들 생각을 하라고 강조합니다.미국에서도 구글에 들어가지 말고 제2의 구글을 만들라고 귀가 아프게 얘기해요.대기업 임원이 되겠다는 목표로 경영대학원에 다녀서는 안 되죠.”불굴의 도전 정신,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패기, 어려움에 굴하지 않는 자부심과 당당함….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떠올릴 때 흔히 등장하는 단어들이다.기업가 정신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네르카 교수의 첫 마디 역시 남달랐다.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전략 경영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네르카 교수는 기업가 정신, 혁신, 조직행동 분야의 권위자로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서울대 MBA에서 강의하기 위해 내한했다. 》
○ 초기 투자 자금을 적게 가져가라
기업가 정신의 진정한 의미와 중요성에 관한 질문부터 던졌다. 네르카 교수는 기업가에는 스타트업(start-up)이라 칭하는 개인 기업가(individual entrepreneur)와 사내 벤처 형태의 기업 내 기업가(corporate entrepreneur) 두 종류가 있다고 구분했다. 미국에서는 이 둘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에서는 개인 기업가가 많이 부족해 경제 전체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많이들 오해하는데 진정한 기업가는 위험을 떠안는(risk taking) 사람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risk managing)하는 사람입니다. 둘은 매우 달라요. 전자는 도박자지만 후자는 자기가 하는 어떤 일도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그에 대한 대비책(back-up plan)을 세우는 사람입니다. 위험 관리의 본질은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입니다.”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초기 투자 자금을 적게 가져가야 한다고 네르카 교수는 조언했다. 환율이나 기후 변화 등 기업이 맞닥뜨리는 대부분의 불확실성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돈을 조금만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00달러를 투자하려는 어떤 기업이 100개의 사내 벤처에 1달러씩을 나눠준다고 가정해봅시다. 100개 중 99개는 실패할 확률이 높지만 단 한 개만이 살아남아 구글과 같은 기업이 될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성공적인 사내 벤처캐피털의 모델이죠. 투자 금액이 회사 재정 상황에 큰 무리를 줄 정도가 아니면 100개 기업이 모두 실패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하나라도 성공하면 물론 대박이고요. 사내 벤처의 가장 큰 성공 요건은 실패해도 이를 꾸짖지 않아야 한다는 겁니다.
투자 금액이 많으면 실패했을 때 이를 추궁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적은 돈을 투자하면 실패했을 때 야단칠 이유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사내 벤처를 설립할 때 투자 금액은 얼마나 필요한지, 성공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 회사의 현금 흐름이 어떻게 바뀔지에만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내 벤처 모델을 가진 기업이 많으면서도 성공 확률이 낮은 것은 이 때문입니다. 금액은 적게 투자하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사업 아이템으로 회사를 완전히 흔드는 수준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회사보다는 작고, 빠르고, 민첩하고, 관료주의가 없는 회사를 만드십시오.”○ 한국, 정보기술(IT) 말고 다른 분야에서 기업가 정신 발휘해야
기업가 정신의 발현과 관련해 한국 기업에 해주고 싶은 조언이 무엇인지 묻자 네르카 교수는 IT 이외의 분야에서 창의성을 적극 발휘하라고 답했다.
“기업가 정신은 IT 기업에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발현될 수 있어요. 피자헛, 맥도널드,스타벅스도 모두 한때는 조그만 벤처 기업이었습니다. 한국 음식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우수한 한국 음식을 소재로 한 프랜차이즈 기업이 없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느낍니다. 뉴욕에서 보는 피자헛, 맥도널드, 스타벅스를 서울 거리에서 똑같이 볼 수 있지만 왜 뉴욕에서는 한국 음식 프랜차이즈를 볼 수 없을까요 건강에 좋고 휴대도 간편한 비빔밥은 세계무대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필리핀은 음식으로 유명한 나라가 아니지만 필리핀 패스트푸드 기업 ‘졸리비’는 미국과 중동 등에 성공적으로 진출했습니다. 이런 기업을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한국 경제의 샌드위치 위기와 관련해서도 색다른 답변을 내놨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있다는 사실만을 고민하지 말고 중국의 투자를 적극 유치해 보세요. 중국은 넘쳐나는 현금 때문에 고민하고 있고, 최근 글로벌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그 넘쳐나는 자금의 수혜자가 돼야죠.”
네르카 교수는 한국 기업과 정부 모두 창의적 아이디어에 관한 적극적인 장려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제품 측면에서는 이미 삼성, 현대 등 많은 한국 기업이 충분한 기업가 정신을 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선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거나 이를 보상하는 면에서는 아직 미흡한 것 같아요. 기업들은 자사 근로자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반드시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줘야 합니다. 벤처 설립 시 세제 혜택과 같은 정부의 인센티브도 지금보다 늘어나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벤처기업 중 정부에서 종자돈을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 최고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3월호에 실린 ‘창업자의 딜레마(The founder’s dilemma)’라는 글에서 창업자는 돈과 권력 중 하나만 확실히 선택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관한 의견을 묻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훌륭한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 해도 기업의 덩치를 키운 후에도 운영을 잘한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며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흔히 겪는 어려움은 기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후 자신의 권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를 잘 모른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교수로서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는 것 말고 직접 창업해 볼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네르카 교수는 “나에게는 가르치고,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 기업가 정신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아툴 네르카 교수는…
아툴 네르카(Atul Nerkar) 교수는 인도 뭄바이대에서 생산공학을 전공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과학으로 석사 학위를, 전략 경영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컬럼비아대 와튼스쿨을 거쳐 2005년부터 노스캐롤라이나대(UNC-채플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 혁신, 지적재산권, 조직행동 및 전략 등이 주 연구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