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추억사이

1.
어릴 때 자전거는 운송수단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물건을 배달할 때 자전거를 사용하였습니다. 짐받이에 쇠파이프를 높이 달아서 가능하면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젊은 때 문래동 공장에서 일할 때 사용한 자전거도 짐 자전거입니다.
어느 때부터 자전거는 운송수단이 아니라 레저수단이 되었습니다. 양재천이나 한강을 가보면 몇 백부터 몇 천만원을 호가하는 로드자전거가 많습니다. 자전거 전용 운동복을 입은 분들도 무척 많습니다.
로드이든 산악용이든 레저자전가가 대세이지만 여전히 운송용으로 쓰이는 자전거가 있습니다.

어른용 세발자전거….

배달전용은 아니고 가정에서 장볼 때 사용할 수 있는 자전거입니다. 부모님을 위해 한대 마련하였지만 지금은 제가 사용합니다.
지난 주말 아내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양재동에 장보러 가자….그런데 자전거로 가면 어떨까…”

흔쾌히 동의를 얻어 양재동을 갔습니다. 대형마트라서 이것저것 사다보니까 무척 많았습니다. 특히 무거운 세탁세제가 3통…
자전거 짐받이 앞뒤로 가득 채우고 큰 배낭에 담아서 양재천을 따라왔습니다. 중간에 아내가 힘들어 해서 제가 모든 짐을 지고 왔죠. 그리고 집에 와서 타박을 받았습니다ㅠㅠㅠㅠㅠ
사서 고생입니다. 그래도 자동차를 타지 않아 좋습니다. 몸은 힘들지만 지구가 덜 더워지니까.. 제가 자전거를 탄다고 큰 변화는 없겠지만 그래도..

2.
진난 선거일.
과천에 아주 오랜 목욕탕이 문을 닫았습니다. 문을 닫기 몇 주전 우연히 목욕탕에 들렸더니 입구에 안내글이 적혀있었습니다.

“4월 10일부터 문을 닫습니다.”

이발소에서 여쭈어보았습니다. 적자도 적자지만 기술자들이 다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새로 배우는 사람도 없어서 주인께서 혼자서 했는데 힘들고 돈도 되지 않아서 그만둔다고 하네요. 임대가 아니라 코로나를 버텼지만 수포로 돌아갔습니다.이발사도 비슷하신 말씀을 하시네요. 새로 배우는 사람도 없고 이발소를 차릴 돈도 없어서 그냥 일을 그만두신다고….
코로나이후 사람들은 더이상 목욕탕을 찾지 않습니다. 어릴 때 명절전 행사중 하나가 목욕이었고 가끔 사우나로 찾았는 정도지만 저 또한 횟수가 줄어듭니다. 동네 이발소도 줄었고 이발사도 고령입니다. 새서울이나 제일쇼핑에 있는 가게들도 점점 사라지겠죠. 새로 지은 건물에 드러선 강남냄새 풍기는 가게들이 각광을 받을 듯 합니다.
아파트 재개발이 몰고온 일상의 변화입니다.

3.
신앙을 가지면서 가장 많은 접한 단어가 ‘기억’입니다. 기억은 신앙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부분으로 보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기억은 우리의 믿음의 핵심적인 요소다. 기억은 식물을 키우는 물과 같다. 물이 없으면 식물은 살 수가 없다.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믿음 역시 마찬가지다. 주님이 우리에게 하신 모든 일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믿음은 자랄 수도 없고, 열매를 맺을 수 없다”

기억은 신앙에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역사와 사회에서도 중요합니다. 개인적 기억을 넘어서 집단이 지니고 이어가야 할 기억이 한 사회의 수준을 정합니다.

4.3의 기억을 잊지않으면…
4.15부정선거의 기억을 잊지않으면…
12.12.의 기억을 잊지않으면.
광주학살의 기억을 잊지않으면…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잊지않으면…
이태원 참사의 기억을 잊지않으면…

기억은 총칼보다 더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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