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

1.

나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

생뚱맞는 제목이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냉이의 꽃말입니다. ‘냉이의 꽃말’이라는 제목이 시입니다. 김승해 시인입니다.

언 땅 뚫고 나온 냉이로
된장 풀어 국 끓인 날
삼동 끝 흙빛 풀어진 국물에는
풋것의 향기가 떠 있는데
모든 것 당신에게 바친다는 냉이의 꽃말에
찬 없이도 환해지는 밥상머리
국그릇에 둘러 피는 냉이의 꽃말은
허기진 지아비 앞에
더 떠서 밀어 놓는 한 그릇 국 같아서
국 끓는 저녁마다 봄, 땅심이 선다

퍼주고도 다시 우러나는 국물 같은
냉이의 꽃말에
바람도 슬쩍 비켜가는 들,
온 들에 냉이가 돋아야 봄이다
봄이라도
냉이가 물어 주는 밥상머리 안부를 듣고서야
온전히 봄이다

냉이꽃, 환한 꽃말이 밥상머리에 돋았다


2.
‘나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라는 꼿말때문인지 바오로딸수도회에서 안도현 시인의 시를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냉이꽃이 피었다

네가 등을 보인 뒤에 냉이꽃이 피었다
네 발자국 소리 나던 자리마다 냉이꽃이 피었다

약속도 미리 하지 않고 냉이꽃이 피었다
무엇 하러 피었나 물어보기 전에 냉이꽃이 피었다

쓸데없이 많이 냉이꽃이 피었다
내 이 아픈 게 다 낫고 나서 냉이꽃이 피었다

보일듯 보일듯이 냉이꽃이 피었다
너하고 둘이 나란히 앉았던 자리에 냉이꽃이 피었다

너의 집이 보이는 언덕빼기에 냉이꽃이 피었다
문득문득 울고 싶어서 냉이꽃이 피었다

눈물을 참으려다가 냉이꽃이 피었다
너도 없는데 냉이꽃이 피었다

보일듯 보일듯이 냉이꽃이 피었다
보일듯 보일듯이 냉이꽃이 피었다

3.
ILO에서 일하시는 분이 페북에 올린 기도입니다. 진심이 다가옵니다.

오월 첫날의 기도

살아서 일하게 하소서. 노동이 온전한 삶으로 가는 길이라고 하면 마땅히 일터에서 죽음의 그림자부터 걷어내게 하시고, 돈과 경제라는 삿된 말로 일하는 자의 목숨을 저당잡지 못하게 하소서. 세상의 법은 모호하나 아주 버릴 것은 아니오며, 늘 살피고 다듬어서 그 쓸모를 다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하늘의 뜻은 저 좁은 골목길에 있음을 알리시고, 아침에 일하러 골목길로 나선 자는 저녁에 그 길을 따라 돌아오게 하소서.
빛은 가림이 없이 세상에 널리 비추듯이, 일터에도 누추하고 낮은 곳이 없게 하옵소서. 작거나 외진 곳에서 있다 하여 그곳의 삶을 낮게 두지 마시고, 5월의 첫날 봄빛처럼 낮게 비추어 더욱 도드라지게 하소서. 그 좁은 곳의 땀을 세상의 폭포수로 여기시고, 사악한 상인을 예배당에서 물리치듯이 예외와 제외의 잡소리를 엄하게 내치시고 모든 물과 빛이 그곳으로 모이게 하소서. 그리하여 땀을 다하면 삶의 빈곤함도 끝내게 하시고, 너나없이 빛나는 들판의 봄꽃이 되게 하소서.
싸움이 들지 않게 하시되, 싸움에 나서야 한다면 세상의 응원을 얻게 하소서. 어깨 옆에 어깨가 나란히 하여 외롭지 않고 어깨 위로 소리 가득하여 당당하게 하옵소서. 나서서 말함이 죄가 되지 않고, 거리로 나서는 일이 눈물이 되지 않게 하소서.
그리하여 당신의 뜻이 하늘이 아니라 땅 위에 머물고, 높은 자의 욕망이 아니라 일터와 거리의 가슴에 자리잡아, 일하는 삶의 고통으로 서둘러 당신에게 간 사람들이 영혼의 안식을 얻어 내내 살아있게 하소서.
5월의 첫날이 세상의 첫날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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