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이 아름다울 수 없다

1.
지난 몇 년동안 아침 시간을 함께 프로그램이 사라집니다. 블로그에서 몇 번 소개했던 프로그램입니다.

tbs 교통방송 ‘라디오를 켜라, 정연주입니다’.

이번주 금요일까지만 방송하고 폐지를 하네요. 새벽에 눈을 떠서 밝은 경쾌한 목소리와 음악을 하루를 기쁘게 이끌주었던 프로그램입니다. 많이 많이 아쉽네요. 폐지의 배경중 하나가 tbs 지원금 폐지일 듯 합니다. 매번 라디오를 들을 때마다 알고 있었지만 최일구 아나운서의 인터뷰를 보면 처절합니다.

―인터뷰가 되레 티비에스에 해가 될까 부담스럽다고 말한 뜻은 잘 알겠습니다. 일단 ‘2시간에 2만7천원 받고 365일 생방송한다’는 말을 듣었습니다. 이거 실화인가요?

“실화죠. 그런데 그 사람이 뭘 잘못 안 거예요. 2만7천원 아니고 시급, 시간당 9620원 받아요. 하루 2시간을 방송하니까 곱하기 2 하면 2만원이 채 안 되는 거죠. 여긴 일주일 단위로 입금해주는데 지난주 (통장에) 13만 얼마 찍혔어요. 매일 2시간 7일 방송하고 13만원 버는 거죠.”

―진행자·출연자도 고통스럽지만 티비에스 직원들도 상황이 안 좋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죠. 저 같은 진행자나 출연자는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는 기존에 받던 진행료의 절반 정도 받다가 지난 3월부터 아예 지금처럼 된 것이죠. 서울시의회가 직원 임금만 반영하고, 방송 제작비 지원은 없앴으니까요. 저 같은 진행자에게 줄 돈, 작가료, 출연료 그런 게 반영 안 된 거예요. 그러다 보니 우리 작가 3명은 지난 3월부터 떠났어요.”

―작가들이 얼마나 그만뒀나요?

“우리 <허리케인 라디오>도 작가가 3명 있었거든요. 전부 다 나갔죠.”

―그럼 어떻게 방송을 하나요?

“저기 두 사람(스튜디오 바깥에서 작업 중인 김현우·천효진 피디)하고, 오인환 피디라고 3명이 섭외도 하고, 대본도 쓰고, 다 하는 거죠. 저도 ‘오프닝 멘트’를 3·4·5월 석달 가까이 직접 썼어요. 그러다가 그 부분만은 어떻게든 작가한테 맡겨보자 해서 아주 낮은 보수로 2주 전부터 작가에게 따로 의뢰하고 있어요. 저 사람들 상당한 격무에 시달리는 거죠.”

―유일한 외부 진행자로 티비에스를 오랫동안 지켜보셨는데, 어느 정도 힘겨운 상황인가요?

“라디오 방송을 소속 아나운서들이 다 맡아서 하는데 3주 전엔 아나운서 두명이 과로에 시달리고, 코로나19에 걸려 못 나왔어요. 우리 <허리케인 라디오> 피디 한명도 과로로 못 나오고…. 방송에서 제가 그 얘기를 하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고요. 이 사람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시 산하 공무원이었어요. 그런데 2020년에 미디어재단(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이라는 게 발족하면서 공무원도 아니고 민간인도 아닌 어정쩡한 신분이 됐죠. 다른 방송사에 비하면 상당히 박봉인데 오로지 방송에 대한 열정 하나 가지고 사는 사람들인데… 제가 볼 때 티비에스는 이제 연말까지예요. 티비에스는 지금 인공호흡기 달고 마지막 병상에 올라가 있다, 생존을 위한 마지막 순간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오는 12월31일까지 서울시 출연금 폐지 조례가 새롭게 개정되지 않으면 여기는 완전히 공중분해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출연료 삭감 등으로 상황 개선을 기대하며 지난 6개월을 버틴 티비에스의 제작 예산은 이미 바닥났다. 올해 2월 새로 취임한 정태익 사장은 직원 임금 20% 삭감, 출연 제한 심의위원회 설치 등의 개혁안을 냈다. 하지만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은 “방송 공정성 확보 방안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티비에스에 대한 73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도 지난 5일 전액 삭감했다. 편향성 논란의 중심인 김어준씨가 지난해 12월 <뉴스공장> 마지막 방송에서 다음 지방선거가 끝나는 3년6개월 뒤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김씨가 티비에스에 다시 돌아오는 걸 막을 제도적 방안이 없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3일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을 했던 사람이 ‘아일 비 백’(I’ll be back)을 외치고 떠나간 마당에, 그 부분에 대해 시의회가 분명한 혁신안을 가져오라고 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며 시의회 요구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출연 제한 심의위원회 설치’ 말고 김어준씨를 특정해 출연을 막는 제도를 만드는 게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티비에스의 고민은 깊다.
최저시급 받고 매일 2시간 생방송…최일구는 TBS 못 떠난다에서

돈으로 목소리를 잠재우는 수법은 노동현장에선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손해배상소송입니다. 이를 언론영역으로 가져온 경우 tbs 지원금과 ksb 시청료 분리징수입니다. 여기에 예산 지원을 무기로 시민단체에게 재갈을 물리는 작태도 어제오늘이 아닙니다. 돈이 삶을 좌지우지하는 세상인데 최저임금은 아직도 만원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힘든 고개를 넘어갈 때 시원한 바람과 찬물 한통이 힘이 되는데 지금 세상엔 보이지 않네요. 그래도 힘들어 하는 모든 분에게 앞에서 손 잡고 함게 가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어려운 조건에서 고생한 정연주 아나운서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소개합니다. 직접 쓴 책입니다.

2.
또다른 이별이 있습니다. 나우콤 사장이었던 강창훈님입니다.

개인적으로 나우콤에 대한 인연이 깊습니다. 처음 노동운동의 전산화를 해보고자 대학 선배를 통해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 때 이런저런 배려를 해주신 분인 강창훈 사장님입니다. 이후 나우누리 개발에 몇 분의 개발자가 함께 하였습니다. 이 때 익혔던 기술들이 증권사 HTS를 개발하는데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소프트웨어개발을 하는 저의 오늘이 있도록 한 분입니다.

나우콤을 거친 사람들중 정치에 몸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기억나는 사람이 문용식, 김철균입니다. 나우콤 출신 두사람의 엇갈린 행보…에서 소개했던 분들입니다. 이외 강창훈 사장님과 공동대표였고 박성현씨도 있습니다. 국토부 어공하였던 분도 계셨고.. 더 있을 듯 합니다.

나우콤과 나우누리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아프리카TV가 대신합니다. 시대의 변화입니다. 강창훈 사장님은 노정기(路程記) – 나우누리이야기를 통해 기록으로 과거를 남겨놓았습니다.

강창훈 사장님의 노력이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랍니다

고인은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81년 선경건설에 입사해 해외사업부에서 일하다 1985년 연합통신(현 연합뉴스)으로 옮겼다. 연합통신이 에이피(AP)다우존스와 국제금융정보 단말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뒤 영어에 능통한 사원을 뽑았는데, 당시 입사한 두명 중 한명이었다. 이어 1990년 초창기 피시통신 ‘케텔(Ketel)’을 운영하던 한국경제신문 뉴미디어국으로 이직했고, 1991년 이 신문사와 한국통신이 합작법인(한국피시통신)을 설립해 피시통신 ‘하이텔’을 선보일 때 정보개발부장과 영업부장 등을 맡아 서비스 정착에 기여했다.

이후 한국통신 출신 인사들이 중용되며 갈등이 빚어지자, 고인은 자신을 따르던 후배들과 회사를 떠나 1994년 4월 나우콤을 창업하고 새 피시통신 나우누리를 내놨다. 나우누리는 1만4400bps 속도(기존 피시통신 서비스는 2400~9600bps)에 한글 아이디를 쓸 수 있게 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로 국내 3대 피시통신 서비스를 자리매김했다. 당시 나우콤 직원 중에 학생운동권 출신이 많았고,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등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운동권 피시통신’으로 불리기도 했다.

나우누리는 피시통신 가운데 처음으로 ‘연합통신 속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소식 등을 피시통신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법정 진술을 음성 중계하고, 1997년 11월에는 이인제·권영길 후보를 초청해 대선토론회를 여는 등 사실상 언론 구실을 시도하기도 했다. 아이네트 인터넷 서비스 ‘한누리’를 피시통신을 통해 제공하는 등 인터넷 시대 개막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인터넷이란 새 거대 흐름을 타지는 못했다. 초고속인터넷 보급으로 피시통신 수요가 줄었고, 결국 나우누리 서비스도 2013년 1월31일 종료됐다. 나우콤은 아프리카티브이(TV)의 전신이기도 하다.
피시통신 ‘나우누리’ 만든 강창훈 전 나우콤 사장 별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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