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몇 일전 이른 아침 인천 수산시장을 다녀오면서 들었던 김미숙의 가정음악에서 들었던 내용입니다. 캐서린 맨스필드의 소설 ‘가든파티’중 일부입니다.
사람들은 너무나 즐거운 가든 파티였다고 말하곤 작별인사를 하며 돌아갔다. 로라는 마지막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엄마는 지친듯 보였지만 만족해 했다. 빈 천막안에 가족들이 모여앉았고 잘 마쳤다는 안도감과 피로감이 밀려오는 듯했다. 그런데 아빠는 아침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음식들을 쳐다보고는 그 음식들을 그 불쌍한 사람들에게 이 훌륭한 음식을 보내주자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여긴 엄마는 스스로 만족하는 얼굴이였다. 하지만 로라는 그것이 옳지않은게 아닌가 생각했다. 엄마는 로라에게 그 음식을 가지고 그들을 찾아가라고 한다. 로라는 음식을 가득담은 바구니를 가지고 그들에게 가려했다. 그때 엄마가 말했다.
“로라야! 헌데 무슨일이 있어도… 아니다.
이런이야기는 어린아이들에게 하지 않는 것이 났겠구나…
그냥 어서 다녀오렴.”
그녀는 큰 길을 가로질러 골목길로 들어섰다. 퀘퀘한 냄새가 나는 듯했다. 자신의 화려한 드레스와 벨벳 모자가 왠지 신경에 걸리기 시작했다. 이 길을 잘못 나선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느새 그 집 앞에 서있었다. 사람들은 울고 있었고 그들 사이에 벨벳옷을 입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되었다. 그들에게 바구니만 건내주고 어서 이 곳을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 뿐이였다. 그때 문이열렸고 검은 상복을 입을 체구가 작은 여자가 나타났다. 그 여자는 로라에게 어서 들어오라고 말을 하고는 집으로 들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천장이 낮고 비좁은 부엌으로 로라를 인도했고 그 곳 난로 앞에는 한 여인이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로라는 음식 바구니만 건내려고 왔다고 이야기 했고 그 말을 듣고 난로 앞의 여인은 왜 로라가 이곳에 왔는지 알수 없는 얼굴을 했다. 로라를 부엌으로인도한 여자는 세상을 떠난 스코트의 부인의 언니였다. 그 곳에서 나와 거실로 나갔는데 그 곳에는 스코트의 시신이 누워있었다. 젊은 남자가 아주 곤하게 잠든 것 같았다. 이승을 떠나 너무나 평안히 잠들고 있어서 이 곳에서 떨어져 깊은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다시는 깨지 않을 꿈…
‘그는 이런 모든 것들과 작별하고 아주 먼 세상에 가있는 것이다.’
그의 모습은 멋지고 아름다웠다. 그들이 큰 소리로 웃고 악단이 음악을 연주하는 동안 그 아름다운 기적이 이 곳에서 이뤄진것이다. 미련도 할말도 없는 듯 보였다. 로라는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잠든 그에게 어떤한 말이라도 해야지 이 곳을 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런 모자를 쓰고와서 미안해요…”
재난앞에서 최소한 가져야 하는 태도는 공감이 아닐까 합니다. 슬픔과 아픔의 공감입니다. 공감능력이 없는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은 수치심을 가져야 합니다.
2.
소설가 정여울씨는 칼럼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부끄러움은 용기의 씨앗이라고…
“나는 가든파티의 주인공처럼 눈부신 역할을 연기하고 싶을 때 바로 길 건너편의 이웃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면, 때로는 그토록 원하던 최고의 주인공 역할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운다. 로라가 지금 당장 세상을 바꾸는 혁명가가 될 수 없을지라도 로라는 분명 어머니보다 나은 선택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내 모자를 용서해줘요”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사람이기에. 더 많이 가지고 싶은 열망 때문에 화려한 것들에 마음을 뺏기는 순간마다, 나는 <가든파티>의 로라를 생각한다. 가난한 가장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의 슬픔 앞에서 로라가 자신의 화려한 모자를 부끄러워했듯이, 우리 또한 자신이 이미 가진 것들이 누군가에게 칼이 되고 화살이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이 순수한 부끄러움은 훗날 타인의 슬픔에 기꺼이 참여하는 용기의 씨앗이 될 것이다.”
나의 행복이 당신의 심장을 찌르고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