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YGO와 MONITORGO

1.
ELW재판중 대신증권에 이어 HMC투자증권도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논리는 대신증권 재판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재판 결과를 놓고 해석은 다양한 듯 합니다. 그중 HMC재판부 판결문중 “스캘퍼에 대한 편의 제공은 단순한 업계 관행상 ‘우수고객 지원’일 뿐으로 편의제공을 통해 일반투자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를 인용하여 DMA관행론을 여전히 이야기하는 듯 합니다.

그러나 판결문과 신문기사를 놓고 볼 때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아래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특혜 서비스’를 제공한 증권사의 행위 역시 DMA 서비스가 사실상 허용되어 온 현실, ‘주문처리 과정에서 속도의 차이가 없어야 한다’는 원칙이 명확하게 선언되거나 그 실현가능한 방법과 기준이 제시된 바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법하지 않다.
증권사의 주문접수 시점 또는 개개 주문의 선후를 정확히 판별하거나 주문 속도를 일치시킬 방법조차 없는 현재의 상태에서 이 사건과 같은 행위를 형사처벌하고자 하는 것은 형사처벌의 영역을 너무 확대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킨다
(분석)ELW시장에 대한 오해와 진실중에서

따라서 양 재판부 모두 아래와 같은 점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현재 ELW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의 해결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접근 방식은, 먼저 금융 감독 기관이 공정성과 대외 경쟁력, 전자통신 기술의 발전 상황 등에 대한 다각도의 충분한 검토를 거친 다음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밀하게 설계된 행정 규제를 마련하여 대처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무엇보다, i) DMA 서비스의 허용 범위 및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속도 차이에 대한 허용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여 증권사의 전산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부터 그것이 반영되도록 할 필요가 있고, ii) 위 허용 범위 내에서 투자자들의 접근 기회를 보장하고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속도 관련 서비스들의 사용료 또는 사용자격 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여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iii) 더 나아가, ELW 시장에서 일반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는 문제는 스캘퍼 등 일부 투자자들의 거래기법 자체에 대한 규제보다는 ELW 시장의 구조적인 요인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사건번호 2011고합600 ELW 판결문중에서

이 부분은 DMA관행론이 이야기하고 싶은 ‘과거와 같은 DMA’로 돌아가서는 안된다는 점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형사처벌의 영역이 아닌 정책/행정적 규제영역에서 시장접속의 공정성을 담을 수 있는 제도를 수립하여야 하는 과제가 나옵니다.

사실 ELW 수사와 재판중에 금융위와 금감원 및 한국거래소는 시장접속의 공정성을 담을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의 최종판이 어제 한국거래소 주최로 열린 ‘주문의 접수 점검 제출방법 개선방안’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두 개의 글을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주문의 접수/점검/제출방법 개선방안
KRX 주문 수탁제도 개선방안

일정을 보면 2011년말까지 규정을 만들고 4월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 시행하겠다고 합니다. 이제 새로운 과제가 나옵니다.

2.
미국에 PAYGO라는 준칙이 있습니다. PAYGO(Pay-as-you-go) 준칙이란 “법정지출 증가 또는 세입 감소를 내용으로 새로운 입법을 할 때는 반드시 이에 대응되는 세입증가나 다른 법정지출 감소 등 재원조달 방안이 동시에 입법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재정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상쇄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책과 재정을 하나로 생각하여 제도화하라는 취지인 듯 합니다.

비슷한 원칙을 세워보면 어떨까 합니다. 이름하여 MONITORGO(Monitor as yo go)입니다. 제도화를 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규정이 지켜지고 있는지를 항상 감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든 다음에 시행하자”는 뜻입니다. PAYGO를 보고 만든 말입니다. 사례가 있습니다.

현재 KRX는 시장감시위원회를 두고 있습니다. 시장의 불공정행위를 예방대응하고 분쟁을 조정하는 기구입니다. 이를 위한 시장감시규정 있습니다.

시장감시규정

시장감시위원회는 시장감시를 선언적으로 하는 기구가 아닙니다. 실질적으로 24시간 모니터링하기 위하여 시장감시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습니다. 90년말부터 개발운영하여온 시스템은 현재 특허까지 취득하여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비주얼 분석시스템 국내특허 취득 및 국제특허 등록 추진

만약 위와 같은 시장감시시스템이 없었다면 시장감시규정은 사문화된 규정이 되었고 시장은 불공정행위가 만연한 시장이 되었을 듯 합니다. 그만큼 제도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은 중요합니다. MONITORGO는 여기서 출발합니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영역은 시장감시와 다른 영역입니다. 주문수탁과 관련된 불공정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기준입니다. 15일 발표한 개선방안이 그대로 제도화하고 나면 이제 남은 것은 ‘불공정행위 감시’입니다. 이를 각 회원사 컴플라이언스부서의 업무라고 위임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하루에도 몇 천만건이 발생하는 호가주문을 아무런 기술적인 장치없이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말라”는 말과 동일합니다.

선언은 있지만? 감시가 이루어지지 않는 비슷한 규정이 있습니다. DMA와 비슷한 논쟁을 겪고 2010년말 제도화된 ‘회원사 네트워크 연결기준’입니다. 코스콤에 원장업무를 위탁한 회원사와 그렇지 않은 회원사간에 주문전달프로세스가 서로 다른 속도를 보이고 있기때문에 나온 규정입니다.

한국형 CoLocation서비스에 대한 KRX 입장
금융위가 생각하는 시장접속기준은?

위의 기준이 만들어진 후 일년이 지났습니다. 다니다 보면 여전히 위탁사가 이관사보다 속도에서 혜택을 보고 있다는 불만이 들립니다. 사실여부를 떠나서 이를 조사하고 증명할 책임이 한국거래소에 있지만 이를 감시하는 시스템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주문수탁개선방안이 ‘시스템 접속 등에 관한 기준’으로 제도화한 후 별다른 조치가 없다면 사문화될 확율이 높습니다.

3.
Flash Crash이후 미국자본시장의 중요한 화두는 자본시장의 안정성입니다. 한국과 달리 HFT도 공정성이 아니라 안정성이라는 차원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Pre-Trade Risk Control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나아가 실시간으로 모든 주문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합니다. 2010년 여름 처음 제안된 이후 논의를 거친 Realtime Tracking System인 CAT(consolidated audit trail)입니다. 현재 미국은 FINRA(우리로 말하면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Order Audit Trail System (OATS)가 있습니다. 실시간은 아니고 T+1을 기준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KRX 시장감시위원회의 시장감시시스템과 같습니다.

FINRA has established the Order Audit Trail System (OATS), as an integrated audit trail of order, quote, and trade information for Nasdaq and OTC equity securities.FINRA uses this audit trail system to recreate events in the life cycle of orders and more completely monitor the trading practices of member firms. Under FINRA Rules 7410 – 7470, FINRA member firms are required to develop a means for electronically capturing and reporting to OATS specific data elements related to the handling or execution of orders, including recording all times of these events in hours, minutes, and seconds, and to synchronize their business clocks. These Rules were approved by the SEC on March 6, 1998.

T+1을 실시간으로 바꿀 때 들어가는 예산이 10억달러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다시금 주문수탁규정으로 돌아가보죠. 수탁규정을 보면 ‘방화벽밖’과 ‘주문전달프로세스의 차이 최소화’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공정성의 근간이 흔들립니다. 결국 이를 위반하는지 아닌지를 감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주문전문에 주문시간을 추가하도록 한다는 방안도 나왔지만 어제 설명회결과를 보면 분기단위로 점검하겠다고 합니다.

앞서 SEC처럼 실시간으로 시간을 감시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여야 합니다. 항상 나오는 말이지만 마이크로초단위로 시간을 동기화하는 기술을 도입하여야 합니다. 주문시간도 주문발생시간(주문서버시간), 주문전송시간, 주문접수시간으로 세부화하고 마이크로초를 기준으로 하여야 합니다. 덧붙여 거래소가 주문을 처리한 시간도 더하여야 합니다. 아주 큰 일입니다. 예산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도 시장의 공정성을 위해 필요한 일이면 예산을 들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단, 비용을 투자자에게 전가시키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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