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위기 이후

1.
2011년 8월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였습니다. 이 때부터 국내신문들이 앞다투어 ‘소프트웨어산업의 위기’를 퍼트렸습니다. 마치 그동안 소프트웨어산업의 위기가 없었던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정부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국산 웹OS를 전략적 과제로 추진한다고 합니다. ?위기란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의 부속품으로 알고 휴대폰을 제조해왔던 삼성전자를 비롯한 몇몇 제조업체의 위기였습니다. 사실 소프트웨어산업은 2000년을 전후한 시절을 제외하면 한번도 위기가 아닌 적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너무나 비대해져 소프트웨어산업자체를 망가트리는 주범이 되어 버린 SI산업. 좋은 말로 IT서비스라고 합니다. 군대식 짠밥이 자신의 가치를 결정하는 소프트웨어단가. 이러저런 요인들이 엉켜 소프트웨어산업은 항상 위기였고 위기는 심화되고 있었습니다. 이때쯤 썼던 글입니다.

프로젝트 실패 및 지연률이 높아진다?

이제 100일이 넘어갑니다. 위기를 떠들던 곳은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조용합니다. 그 사이 휴대폰업체들이 앞장서서 얼마남지 않은 국산(?)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싹쓸이 하고 나아가 해외개발자를 모셔옵니다.

국내 유명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한 중간 간부는 최근 신입사원 실무면접을 본 뒤 “회사에서 원하는 수준의 소프트웨어 인력은 지원자 중 10%에 불과했다”며 “눈에 띄는 사람들을 뽑더라도 우리 회사를 선택해 출근할 사람이 몇이나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소프트웨어 인력 200명을 뽑을 예정”이라며 “혼자서 본격적인 개발업무를 하기까지는 최소 1년 정도는 재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인력 없어서 못 뽑아=소프트웨어 인력 강조는 현재 원하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현재 2만5000명인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을 3만5000명으로 끌어올릴 방침이지만 국내 인력이 부족해 인도 등에서 인력을 수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내식당에 인도식단을 따로 마련할 정도다.

LG전자도 인도 출신 소프트웨어 인력이 5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출신 개발자 대부분은 국내에서 충원이 힘든 고급 인력들”이라며 “국내 인력은 뽑고 싶어도 뽑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인도 인력 충원도 힘들어 베트남 등 다른 동남아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소 소프트웨어업체들은 신규 인력을 충원하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잘 키운 인력들을 중견 또는 대기업에 빼앗기기 일쑤다.

소프트웨어 개발 및 판매업체인 M사 인사담당자는 “다른 직원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연봉을 주고 어렵게 소프트웨어 인력을 채용해 회사에 축적된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어느 정도 키워놓으면 거래하던 대기업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잦아 허탈할 때가 많다”면서 “대기업으로 옮겨가는 직원들 보면 인력에 투자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는 건지 회의가 들 때도 많다”고 말했다.
“뽑을 사람 없으니 인도인이라도…” SW 인력 공백중에서

이런 흐름을 잘 보여주는 통계가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이 보도한 내용입니다.

17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외국인 전문인력에게 발급하는 E-7 비자를 통해 입국한 중국인과 베트남인은 각각 6325명,369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중국인은 31.4%,베트남인은 51.2% 증가한 수준이다. E-7 비자는 현지에서 학사 이상의 과정을 이수해야 받을 수 있다. 이들을 모두 소프트웨어 인력으로 볼 수 없지만 지난해부터 정보통신 분야 인력난이 심해진 데다 실제 업계에 유입되는 외국인 인력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수가 개발자 인력들로 추정된다.

대개 초급 개발자로 일을 시작하는 인력의 월 급여는 150만원 안팎이다. 이 수준의 임금은 한국에서 취업난과 구인난이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분기점이다. 대졸자들은 낮은 급여 때문에 취업을 꺼린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대졸 신입사원의 월 평균급여는 대기업의 경우 289만원,중소기업은 189만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기업과 하청-재하청 구조로 묶여 원가 인하 압력을 많이 받고 있는 중소 IT업체들은 값싼 개발인력들을 구하기 위해 외국인 고용비중을 늘려갈 수밖에 없다.

SW 일자리 中·베트남 인력이 급속 잠식중에서

비단 이런 현상은 휴대폰제조업체에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IT서비스업체들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업체들이 주로 고용하는 외국인 개발자는 조선족과 중국인이다. 과거에는 인도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이들의 임금이 국내 개발자 수준으로 오르면서 중국인 개발자 수요가 늘어났다. 최근에는 베트남 등 아시아 다른 국가로도 시선을 옮기고 있다.

국내로 외국인 개발자를 데려오기도 하지만 현지에 지사를 세운 뒤 외국인을 고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통신장비와 가상화 기술이 발달하면서 굳이 사람을 마주하고 일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액츠원 아이컴피아 등 베트남 등에 개발자센터를 세우고 아웃소싱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삼성SDS,LG CNS,SK C&C 등 ‘빅 3’ 대형 IT 서비스 업체들도 중국 등에 지사를 세우고 현지 개발자를 고용하고 있다. 삼성SDS 중국 법인 관계자는”현지 프로젝트뿐 아니라 국내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단순 업무 부분을 이들에게 맡기곤 한다”고 전했다.
“외국 인력 없으면 SW일감 따기 어려워…”중에서

인도 개발자들은 나름대로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베트남이나 중국개발자를 채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짐작한 대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같습니다. 비용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금융권의 한 차세대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중국 개발자의 활동 현황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금융권 차세대 프로젝트인 만큼 고급 개발자들의 영역인 ‘비즈니스 로직’ 업무에는 투입되지 않지만, 초급 개발자들의 영역인 일명 ‘CRUD(등록, 수정, 삭제, 조회)’의 4종류 화면을 만드는 기본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의 인건비 단가는 월 100만원 수준이다. 한국 개발자 단가에 비하면 무려 3.5배를 줄일 수 있다. 일례로, 단가 350만원의 한국 초급 개발자 4명을 4개월 동안 쓸 경우 지출해야 하는 5천600만원 대신 1천600만원이면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비용절감 위해 대형 IT서비스 업체 ‘원격지 개발’ 도입

이 프로젝트의 주 사업자인 LG CNS는 중국 개발자를 활용해 인건비 절약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는 고객사 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메이드 인 차이나’인 점을 고려할 때, 개발 품질에 위험(리스크) 요소는 있다. 그러나 핵심 업무 개발이 아닌 단순 개발 업무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것이 LG CNS측 설명이다.

LG CNS의 한 관계자는 “프로젝트를 ‘사업’과 ‘개발’로 구분해서 개발 부분에 있어 중국 개발센터에서 개발된 것을 국내에 공급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단순 모듈을 개발하는 수준으로 프로젝트 전반의 품질 저하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업무 방식은 주로 원격지 개발이다. 즉 한국에서 통역사를 통해 구체화된 ‘화면설계 요건’을 갖추고 중국에 꾸려진 개발팀에 업무지시를 내리는 방식이다. 간혹 이들을 한국에 불러들일 때도 있는데, 이 경우 체류비를 포함해 200만원 정도 지급한다. 그래도 남는 장사다.
‘월 100만원’…값싼 중국 개발자 몰려온다중에서

낮은 임금과 3D때문에 소프트웨어직업으로 유입되는 인력이 줄면서 쓸만한 개발자들은 사라지고 경쟁을 위해 필요한 소프트웨어개발인력을 찾는 기업들은 눈을 해외로 돌립니다. 구조와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결과만을 놓고 대증요법을 하고 있습니다.

2.
어떤 기사는 인력수급에 원인을 찾습니다.

◇인력수급 불균형 왜?=문제는 국내 소프트웨어 인력 부족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우선 대학에서 배출하는 전공인력이 크게 줄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국내 4개 주요대학(서울대, 포항공대, 카이스트, 고려대)의 소프트웨어 전공 졸업자는 2007년 297명이었으나 2010년에는 절반가량인 159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중·고급 인력은 상당기간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2013년까지 석·박사급 소프트웨어 인력 9973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반적인 이공계 기피 분위기가 만연한 가운데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는 몇 개월간 밤새워 일할 정도로 노동 강도가 높은 반면 성공 확률도 낮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선 대학교육의 부실 문제도 지적한다. 한 전자업체 인사담당자는 “소프트웨어 전공자라고 채용하지만 실무에서 제 역할을 하기까지는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이 필요하다”면서 “대학에서 업무에 필요한 기술이나 개발 언어에 대한 전문교육이 이뤄지면 시간이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들도 할 말은 있다. 한양대 컴퓨터공학부 유인경 교수는 “정부에서 연구중심 대학을 강조하다 보니 연구 업적만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대학에서 실무 강의를 통해 기업이 원하는 인력을 배출하기 힘든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이 과연 기업이 원하는 인력들을 교육시켜 공급하는 기관인지는 이론이 너무 많습니다. 그것을 빼놓고 대학에서 배출하는 인력이 적은 이후가 단지 대학교육이 잘못 되어서 그럴까요? 아닙니다. 정확히 살펴보지 않았지만 인력이 풍부하였던 2000년전후와 지금의 대학교과과정을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을 듯 합니다. 그래도 2000년을 전후한 때는 희망과 꿈이 있었습니다. 무엇일까요?

지금과 달리 그 때는 소프트웨어개발자를 대하는 태도가 달랐습니다. 최소한 전문가라는 인식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인터넷버블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개발자와 경영자가 만족할 수준으로 수주를 하였습니다. 똑같이 밤을 새고 휴일에 일을 해도 꿈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꿈입니다. 그렇지만 버블이 사라지고 비용을 절감하면서 잔업과 휴일노동만 남았습니다. 바라보는 시선도 ‘컴퓨터로 하는 노가다’입니다.

3.
미국도 소프트웨어개발자들이 부족하였습니다. 아마도 항상 부족한 듯 합니다. 그래서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취하여 취약한 수급구조를 보완하였습니다. 지금은 허상이라고 여기지만 ‘어메리칸 드림’과 ‘소프트트웨어 채용’을 연결하여 성공하였습니다. 다른 산업은 모르지만 최소한 미국의 소프트웨어산업은 어메리칸 드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입니다.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살아갈 때 그릴 수 있는 모습은 ?없습니다. 아주 소수를 제외하면 때가 되면 떠나야 합니다. 다른 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한순간에 해결될 수 없습니다. 산업구조도 바뀌고 관행도 바뀌고 생각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무언가 청춘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신호가 있어야 합니다. 90년대말 ‘한글과 컴퓨터’, ‘다음’, ‘안철수연구소’로 희망을 주었던 것처럼. 혹시 지금은 인터넷포탈로 유명한 ‘다음’도 90년대 중반 모증권사에서 자바로 HTS를 개발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SI를 한다고 해서 문제는 아닙니다. 그 일을 하더라도 인정을 받고 만족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성공이고 행복입니다. 그런데 만족과 인정을 바라보는 갑과 을의 시각이 너무나도 커서 메울 수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것이 한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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