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1년 가을이 올 즈음부터 계속 청계산을 올랐습니다. 오를 때마다 청계산의 나무들이 겨울준비를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삶의 순환중 한 흐름을 끝낼 준비를 합니다. 가을 산을 오르다 보면 가을비가 오지 않았더라도 계곡물이 많습니다. ?봄 여름동안 머금었던 물을 빼내기때문이라고 합니다. 겨울잠을 자야 하는데 물을 가지고 있으면 얼어죽기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때문인지 눈이 부실정도로 빨갔던 단풍잎도 오를 때마다 할머니의 주름처럼 변해갑니다. 어제 봤던 그 나무는 지난 여름 찬란했던 신록을 느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조용한 이별입니다. 그렇지만 내년 봄을 기약합니다.
2.
일요일이 바뀐지 몇 주 되었습니다. 예비신자 교리공부를 하고 미사에 참석한다고 아침나절 움직일 수 없습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 산에 오릅니다. 겨울로 넘어갈 때 산행, 특히 오후에 오르는 산행은 조용합니다. 원래 사람이 다니지 안는 길이라 조용한데 더 조용합니다. 그리고 짧은 햇살을 맞으며 산에 올랐던 등산객들이 떠난 길위에 낙엽과 바람만이 남습니다.
청계사를 지나 과천 매봉 가는길에 자리잡은 헬기장앞 의자.? 해는 저물어 가고 바람은 잔잔하고 하늘을 향한 나뭇가지는 앙상합니다. 막걸리 한잔을 마시며 눈을 감아 봅니다. 어느 산사에 앉아 묵상하는 기분입니다.? 두시간동안 길위에서 마주친 분들이 거의 없습니다. 걸으면서 묵상합니다.
조용헌선생이 칼럼에서 사람과 산의관계가 登山, 入山, 遊山, 棲山이라 했는데 저는 棲山自足도 아니고 登山得名도 아니고 무엇일지? ?登山修道라 하면 어떨까!? 등산용 지팡이와 간단한 배낭이 수도를 위한 동반자입니다. 이번 겨울 나는 산에서 무엇을 찾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