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오르는 길, 내려오는 길

1.
얼마 전 강남 오산 종주를 한 이후 계속 관악산을 다닙니다.

커다란 정상에서 보면 산이란 ?하나가 아니라 사방팔방으로 뿌리를 뻗은 모양입니다. 정상에서 내려오다 어디서 나뉘고 또 나뉘고 수십갈래로 평지로 이어집니다. 제가 매주 오르는 길도 그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주로 다녔던 케이블능선, 과천향교능선, 용마골능선, 남태령능선이 아닌 다른 능선을 다녔습니다. 시작은 관양능선입니다. ?한 달전쯤 용마골 남쪽 능선을 타고 올랐습니다. 북쪽 능선은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겠는데 남쪽 능선이 궁금습니다. ?과천향교능선이 만든 가지중 하나였습니다. ? 맛있는 점심을 먹고 여유를 찾는 곳, 연주암에 잠시 머문 다음 어디로 내려갈지 고민하다 평소 자주 가지 않던 안양방면으로 가보고 싶었습니다. 육봉능선이 아닌 다른 능선이 있을 듯 해서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관양능선을 타고 내려오면서 계속 종합청사방면으로 내려가는 길을 물어보았습니다. 가르쳐 주시지만 제가 이해를 잘못 해서 결국 다니지 않는 길로 들어섰습니다. 예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아내하고 연애시철 명성산 정상을 오를 적이 있습니다. 내려올 때 되돌아 오는 것이 재미 없을 듯 하여 계속 앞으로 가서 내려가는 길을 찾았습니다. 결국 이리저리 헤매다 군부대 사격장을 돌아서 나왔습니다. 푹사격 훈련하는 소리때문에 식겁했습니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이 날도 비슷했습니다. 한번의 경험이 있어서 무조건 계곡을 찾았습니다. 험하지 않는 산이라 물이 마른 계곡은 어렵지 않았네요. ?내려와 보니 아이들이 어릴 적 밤 따러 왔던 밤줍기 행사를 했던 밤나무 단지가 위치한 곳이었습니다.

다음 주. 다시 야생화체험장을 찾았습니다. 내려왔던 길이지만 어디로 오르는지 궁금했습니다. 밤나무단지에서 일하시는 공무원께서 친절히 이야기해주시네요. ?주로 다니는 길이 관양능선과 만나는 능선이라고 합니다. 체험장에서 계곡으로 가다 왼쪽으로 난 능선을 타면 관양능선과 만납니다. 관양능선을 타려고 가면 중간쯤 아주 넓은 바위를 지나야 합니다. 아침 나절 햇살이 무척 강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화강암이 발달한 곳은 양기가 넘친다”

그래서 바위발. 화강암으로 된 바위산을 등산하고 나면, 온 몸에 양기가 뻗치는걸 말한다고 합니다. 어릴 적 이병주선생님이 쓴 신문연재소설을 보면 조선시대 선비들이 봄날 산에 올라 나체로 일광욕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겨울내내 부족한 양기를 흡수할 요량이었나 봅니다. 그와 같은 이치인지 과천경찰서에서 근무하는 분이 상의를 벗은채 양기의 기운을 느끼고 계셨습니다. 더구나 아침 햇살까지 가슴 한가득 안고 있으니(^^). 잠시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관악산과 청계산 등산로가 주제였죠. ?여러 이야기중 입맛을 당기는 코스가 하나 있더군요. 삼봉코스라고 합니다. 육봉과 관양능선 사이로 육봉중 삼봉으로 오르는 코스입니다. 산불감시탑부터 삼봉까지 이어지는 긴 길입니다.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곳이라고 합니다. 다음에 찾을 결심을 하고 계속 올랐습니다. 관양능선은 참 재미있는 곳입니다. 암릉으로 이어진 능성도 있지만 바로 아래로 계곡능선이 함께 합니다. 계곡을 다니는 사람은 암릉능선이 있는 줄 모릅니다. 저는 사당능선보다 좋았습니다. 삼막사와 팔봉능선도 아릅다고 가까이 육봉의 우람함도 느낄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쉴 곳도 좋고.

2.
또 다음주. 정부종합청사에서 오르는 길을 계속 답사하고 있는 중입니다.? 앞서 이야기 들은 바대로 야생화체험장에서 삼봉을 오르는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이 길은 암벽등반을 하는 분들을 제외하면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라고 합니다. 말 대로 산에 오르는 내내 아무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중간쯤 넘어서면 암벽을 탈만한 곳이 여럿있습니다. 험난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쉽지도 않습니다.? 사실 높은 곳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이 삼봉 오르기입니다. 육봉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고소공포증(?)때문입니다. 눈을 오를 정상을 보면서도 머리는 등뒤로 이어진 낭떠러지입니다. 몸이 움추려듭니다. 결국 이 때 삼봉을 직접 오르지 못하고 우회하여 오봉으로 갔습니다. 관약능선과 삼봉능선은 사실 계곡을 아주 가까이 이어져 있더군요. 우회로로 오르는 길 너머가 바로 관양능선입니다.

또 다음주. 바로 어제입니다. 다시금 삼봉능선을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삼불감시탑에서 오르는 길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기술표준원 샛길을 따라 들어가서 산사를 지나 올랐지만 역시 잘못 들어섰습니다. 삼불감시탑이 아니라 중앙공무원교육원 뒷길이었습니다. 하여튼 길을 딸라 올랐습니다. 지난 번에 올랐던 길이지만 두번째라 달라 보이더군요. 관악산의 묘미는 바위를 오른 후 내려다 보는 정경입니다. 청계산은 정상부근을 제외하고 시야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산림이 우거져서 그렇습니다. 관악산은 다릅니다. 어디로 어떻게 오르든 가슴이 확 뚫리는 정경을 줍니다.? 이제 중요한 삼봉앞. 지난 번과 다릅니다. 한 분의 등산객을 만났습니다. 앞 선 사람의 뒤를 따랐습니다. 그렇게 삼봉을 올라 연주대에서 잔치국수로 점심을 하고 다시 삼봉으로 왔습니다. 하산길 아침에 못다한 삼불감시탑을 찾아 내려간다는 목표를 세웠기때문입니다.

산을 다니다 보면 길을 몰라 헤메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물어보면 친절히 답을 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삼봉에서 내려가는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번 도움을 받아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까 암벽등반을 위해 시설들이 여럿 있더군요.? 매번 다니는 길이지만 쉽지 않는 길입니다. 항상 조심하고 조심하고 또 조심하여야 하는 길입니다.

3.
매주 찾는 관악산입니다. “산을 좋아하면 멀리 가보지?”라고 하는 분도 계시지만 그저 동네 앞산과 뒷산이 좋습니다. 아! 옆산이 빠졌네요. 자전거도 등산도 혼자 다닙니다. 무엇을 하든 보면 “떼”로 옵니다. 오래전 유인원일 때 무리를 지어서 자고 사냥하고 했던 유전자가 남았기 때문일까요? 산에 무엇을 찾으려고 하는 것일지 궁금합니다. 모여서 산에서 땀을 흘리고 밥을 먹고 술도 한잔 하고 수 많은 말을 쏟아냅니다. 아마도 오락의 연장선인가 봅니다.

멀리 가지 않습니다. 멀리 가려면 누군가와 함께 가야 합니다. 함께 가면 오르고 내리는 길속에서 나를 잊어버립니다. 무리속의 나입니다. 그저 ‘나’와 함께 오르 내리고 싶은데 그렇지 못합니다.

남들이 자주 찾지 않는 길을 찾습니다. 나를 되돌아 봅니다.

어제는 초가을의 시원함이 느껴졌습니다. 시간이 흘러갑니다.

2 Comments

  1. 이장석

    재미있는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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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mallake

      감사합니다. 꾸벅~~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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