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를 앞둔 신문속 세상

1.
요즘 주말마다 연필을 옆에 두고 금요일, 토요일 신문을 봅니다. 밑줄 치고 되새기면서 빨간줄 친 글귀를 머리속에 새깁니다. 정치를 두고 말이 많지만 정치만큼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도 없습니다. 아주 단적인 예이면서 너무나 놀라운, 그렇지만 수긍이 가는 글이 있었습니다. 조효제교수가 살인과 자살률이 정치에 따라 달라진다는 미국 연구결과를 소개합니다.

공화당이 추구하는 정책은 사람들을 강력한 수치심과 모욕감에 노출시키기 쉬운 정책이다. 열패감와 열등감을 조장하며 타인을?무시·경멸하도록 부추기고 불평등을 찬미하는 문화를 숭상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상실했을 때, 특히?해고를 당했을 때, 극도의 수치심과 모욕감을 경험한다. 이런 식으로 수치심과 모욕감이 팽배해 있는 사회에서는 ‘의도적 살해’가?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의도적 살해는 타인에게도(타살), 또 자신에게도(자살) 일어난다. 즉, 어떤 정당이 내세우는 정책의?방향이 여러 형태의 사회경제적 스트레스와 불평등을 조장하고 그 결과 실업률, 수치심, 모욕감이 높아지면 그 사회에선 필연적으로?살해율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영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정신의학자는 의사답게 이 문제를?담배와 폐암의 관계에 비유한다. “공화당과 살해율 간의 관계는 담배와 폐암 간의 인과관계만큼이나 강력하고 일관성 있고 통계적으로?유의하다.” 그러므로 살해율에 관한 한 공화당은 ‘리스크 요인’이고 민주당은 ‘보호 요인’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미국은 정치적 민주주의에만 신경을 썼지 사회적 민주주의는 간과한 탓에 이른바 선진국 대열에 있는 모든 나라들 중에서 인구 대비?살해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되어 버렸다.
미 공화당이 집권하면 왜 살인·자살률 늘까중에서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10년의 민주정부시절과 MB정부를 비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2.
같은 신문중 한겨레 선임기자인 성한용기자가 분석한 안철수현상이 한면을 장식하였습니다. 정치면은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지만 성한용기자의 글을 꼭 챙겨봅니다. 냉철한 분석을 하지만 애정을 가지고 있기때문입니다. 안철수라는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얼마전 안철수 vs 김택진 vs 문규현을 쓸 때 문제의식과 비교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안철수 원장이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정치적 현실이다. 안 원장이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는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바람처럼 사라졌고, 결과적으로 더욱더 갈채를 받았다.

‘반한나라당’을 선언했다가 박근혜 전 대표를 치켜세우는 등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것도 특이했다. 정파나 이념을 초월한 사람으로 자신의 위치를 설정하려는 것 같다. 그런데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에 대한 지지계층은 20~30대 진보적 성향의 유권자들인 것으로 확인된다. 안 원장이 취하고 있는 정치적 스탠스와 지지계층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불일치’가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는 정가에서 사라졌다. 청춘 콘서트도 9일로 끝났다. 그렇지만 언젠가 정치를 시작하려면 이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안철수 원장이 정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는 서울시장을 ‘행정직’으로 잘못 알고 있었고 정치 경험이 전혀 없으면서도 가장 정치적인 자리에 도전하려는 ‘무모함’을 보였다. 안 원장에게 가끔 조언을 하는 사람 중에 김종인 전 의원이 있다. 최근 발언을 간추리면 이렇다.

“언론에서 안철수 원장을 대선후보로 자꾸 띄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 대선후보를 하려면 일단 정치인으로 직업을 바꿔야 한다. 안 원장도 정치를 하려면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서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 먼저, 정치인으로서 훈련을 쌓고 국민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안철수 원장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처음에는 서울시장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 안철수 원장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김종인 전 의원의 조언대로 총선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 차차기를 노릴 수도 있고, 아니면 2012 대선에서 ‘한판승’을 노릴 수도 있다. 어쨌든 당분간 그가 국민의 관심권에서 사라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안풍에 놀란 대선주자들, ‘위기 탈출’ 모색할까중에서

크게 토를 달 필요없이 공감합니다. 세상에 알려진 바와 달리 ‘서울시장’에 집착을 가졌다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그럼에도 통 큰 양보로 많은 이들이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감동이었던 노무현식 단일화가 유시민식 단일화로 넘어오면서 증오가 되었고 다시 안철수식 단일화가 흥분을 가져왔다. 이제 안철수식 단일화가 표준이다.”

과연 그렇게 이해해야 할지 의문이지만 통 큰 양보의 의미가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해집니다.

3.
같은 지붕아래 살고 있는 두 세대는 진짜 정치적 견해를 달리 합니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 다름의 표현입니다. 그래도 합리적 보수로부터 배울 것이 있듯이 조선일보도 깊이 새기면서 읽은 거리가 주말에 가득합니다. 위클리 비즈의 특집. 월스트리트의 전설을 다룹니다. 한국의 월스크리트인 여의도를 배회하고 있는 입장이라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월스트리트의 전설’ 펠릭스 로하틴이 던진 마지막 경고”돈놀음에만 빠져있는 한 세계 경제는 절대 못 일어난다”

상업이 발달한 이후 금융은 산업발전에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대항해시대를 이끌어낸 힘도 금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국주의 식민지를 개척하는 뒷받침을 한 것도 금융입니다. 미국도 역시 자본의 조달과 배분을 적절히 수행한 금융을 배경으로 발전하였다고 합니다.

어느 때부터 금융의 역할이 변질되었다고 로하틴은 주장합니다.

“소수의 월가 스타들에게 수백만달러의 보상이 돌아갔다. IT에 대한 과대 선전이 천문학적인 주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부(富)는?그런 곳에 머물 뿐 산업 전반에 돌지 못했다. 성장은 멈추는데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는 느슨해 누구도 돈을 빌릴 수 있었다. ‘월가?놈들은 다 사기꾼(rogue)이야’ 그렇게 말하긴 쉽다. 그러나 경고음은 정치권, 기업, 도시 전체에 울리고 있었다.”

“지금 월가에서 승리는 수익뿐이다. 온갖 비밀스런 금융상품을 고안하고, 회계조작이나 하는 기업에 막대한 자본을 쏟고 있다.?(투기로) 한순간에 대박이 나고 세상은 이를 승리로 포장했다. 내가 아는 월가는 자본을 모아 기업을 구해내는 일을 승리라고 믿던?곳이었다. 경제에 진정한 빅붐(Big boom)을 일으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 말이다. 그 믿음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지금 월가는 기로에 섰다.”

아마 클린턴행정부이후 버블의 시대를 말하는 듯 합니다. 과연 클린턴 이전시절 투자은행은 투기가 아니라 투자였을까요? JP Morgan의 역사를 보면 꼭 그렇지 않습니다. 철도혁명으로 이어지는 서부개척도 그렇고 포드혁명도 그렇고 그 시절에 다 ‘벤처’였습니다. 90년대 IT가 버블이고 벤처였던 것처럼.? 하여튼 로하틴이 바라보는 금융의 역할은 “투자로 돌아가자” 입니다.

“잘못된 정부 정책과 월가의 탐욕. 이 두 가지가 극도의 투기를 촉발해 나라 경제를 갉아먹었다. 나도 그 흐름에 일조한 적이?있었고, 늘 후회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시장이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까? 이제라도 자본을?투기가 아닌 실제 산업현장에 투입해야 한다.”

이런 주장은 위클리비즈가 인터뷰했던 홀스테인 WJH컨설팅 대표의 주장과 일맥상통합니다.

[Interview] “첨단 제조업만이 미국의 희망이다”

장하준교수가 계속 주장하는 이야기와 맥이 이어집니다.

대한민국 경제가 제일 걱정되는 건, 제조업을 버리고 금융업으로 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탈 산업시대”라는 좋은 말로 ‘제조업은 중국이 뒤쫒아 오고 있으니 버리고 이제는 우리도 금융허브산업으로 가자’라고들 많이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쫒아오는 사람만 무섭고 도망가는 사람은 무섭지 않습니까? 설마 미국 같은 금융허브산업의 메카가 우리나라가 금융업을 한다고 하면 “자, 한자리 마련해 줄 테니 여기 와서 해봐” 라고 하겠습니까? 2008년 금융위기 직전 리먼브라더스를 산업은행이 살 뻔 했던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리먼브라더스를 구입했다면 대한민국은 망했을 지도 모릅니다. 물론 2008년 금융위기로 그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아직도 한국은 금융허브산업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게 제일 문제입니다.

장하준교수의 말대로 한국은 금융산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자본시장법을 만들었고 다시금 개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70년대식 토건국가를 지향하는 MB정부의 산업정책과 금융허브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국가주도적이라는 점입니다. 아마 제가 금융을 하고 있는 한 풀어야 할 숙제중 하나가 금융의 사회적 역할입니다. “최소한 내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라도

4.
인터뷰의 백미이면서 가슴을 찌를 한 마디는 아래입니다.

월가에서 가장 큰 변화는 컴퓨터와 정보기술의 등장이다. 데이터와 숫자를 만지면서 비교적 쉽게 엄청난 돈을 벌 수 있게 됐다. 난?그런 방식이 효과적인지 잘 모르겠다. 뭔가 사람을 극단으로 치닫게 하는 구석이 있거든. 투자금융은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다.?금융 전문가들이 고객들과 얼굴을 맞대고 협력하는 면대면 서비스다.

IT를 하고 있는 저로써 고민입니다. 내가 하는 서비스는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 서비스인가”를 고민합니다.

2 Comments

  1. 이장석

    덕분에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Reply
    1. smallake

      가끔 방문하셔서 댓글이 쓸쓸하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Reply

Leave a Comment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