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린 한걸음이 모여

1.
토요일 저녁부터 준비를 합니다.
여름 산행은 물이 생명입니다. 오랜 시간 걸어도 녹지 않을 정도로 물통 두개에 물을 가득 담고 냉동실에 넣어놓습니다. 일요일 아침 다시 오르막길에서 먹을 생수통을 세개 준비합니다. 점심은 고구마 두개. 비상식량으로 초코렛바 두개, 그리고 입안을 적셔줄 오이 두개. 배낭을 꾸립니다. 얼음통 두개를 수건으로 둘둘 맙니다. 다시 생수통 두개를 옆에 놓고 위를 수건으로 막습니다. 나름 아이스배낭입니다. 나름 냉장효과가 있었는지 늦은 6시 광교산으로 내려올 때까지 얼음이 그대로였습니다.

이렇게 배낭을 꼼꼼하게 꾸리는 이유는 강남 5산종주를 나서기때문입니다. 강남 5산은 청계산, 우담산, 바라산, 백운산, 광교산을 가르킵니다. 어떤 분들은 강남 7산 산악마라톤을 하던데 그 정도는 아닙니다. 청계산이라고 하지만 몇 개의 봉우리입니다. 옥녀봉-매봉-망경대-석기봉-이수봉-국사봉으로 몇 개 봉우리를 건너야 합니다. 옥녀봉은 재미없어 건너뛰고 수종폭포 계곡으로 올라 매봉에서 시작하였습니다.

 

보통 체력이 되면 망경대로 해서 이수봉을 가야 하지만 물도 필요하고 체력을 아낄 요량으로 마왕굴코스로 해서 이수봉을 올랐습니다. 절고개 삼거리에서 먹은 아이스크림 하나는 청량제입니다.

 

국사봉까지는 금토동계곡을 갔을 때 다녔던 길입니다. 이제부터 신천지입니다. 하오고개에 생긴 육교를 건너야 합니다. 판교안양도로를 다닐 때 차안에서 보았던 모습과 완전히 다릅니다. 몇 십미터 높이로 산과 산을 연결한 구름다리입니다. 저처럼 높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불안불안할 정도입니다. 하오고개 육교를 지나 우담산으로 오릅니다. 하오고개 능선을 타고 오르는 우담산을 지나 바라산, 백운산 정상을 오르때를 제외하면 거의 평지가 이어집니다. 그렇지마 걸을 때마다 시간이 흐를 때마다 피로는 쌓여갑니다. 걸음이 무겁습니다. 바라산 정산에서 본 관악산은 아득합니다. 의왕호수는 가까운 듯 하지만 몇 시간걸이입니다. 소나무사이로 멀리 국사봉이 보입니다. 멀리왔습니다.(^^)

 

 

지나고 생각해보면 우담산, 바라산, 백운산 모두 청계산에 비하면 평이합니다. 그렇지만 하오고개까지 네시간을 걸은 다음부터 넘어야 하는 봉우리라 만만하지 않습니다. 고난의 길입니다. 열이 많은 체질이라 한겨울에도 땀이 잘 납니다. 더운 여름이니까 오죽하겠습니까?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오르막에서는 한방물씩 줄줄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걸음을 멈출 수 없는 일입니다. SF드라마처럼 순간이동을 하여 집으로 갈 수도 없고 중간에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몇 시간을 걸어서 내려가야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그냥 가야 합니다. 우연히 만난 어떤 중년의 등산객도 같은 이유로 백운산까지 가신다고 합니다.

 

백운산 도착. 안개때문인지 주변 정경을 전혀 볼 수 없었습니다. 부지불식간에 과천시계를 넘어 의왕, 용인을 지나 수원까지 왔습니다. 이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합니다. 광교산 시루봉까지 갈지말지를 결정하여야 합니다. 시루봉까지 가면 경기대후문으로 가서 버스를 타야 하는데 약 8Km이상이 남은 듯 합니다. 시간은 네시 금방. 아침 8시 집에서 나왔으니까 8시간째입니다. 그냥 시루봉가는 길 중간에서 광교산 공원으로 빠지는 길이 있다고 합니다. 대략 2.5Km입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5시 30분입니다. 긴 시간이었습니다.

2.
지난 토요일. 자전거를 가지러 여의도로 나갔습니다. 자출 하면 자퇴를 하여야 하는데 그만 퇴근을 하지 못해 토요일 출근을 했습니다. 점심이후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 우면산 업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더군요. 모든 일이 그렇듯 시작점이 중요합니다. 대략 어딘지 짐작이 가더군요. 한강을 타고 양재천을 거슬러 올랐습니다. 오랜만의 한강입니다. 수해때 다 박살났던 반포한강공원 시설물을 다시 설치하고 있더군요.

우면산 업힐은 공군부대 표말부터 시작합니다. 삼막사 업힐처럼 우면산 업힐도 빨래판입니다. 시멘트로 도로를 닦고 미끄럼을 방지하려고 빨래판 무늬를 새긴 곳입니다. 가는 길에 한번 쉬었습니다. 일요일 오르막처럼 업힐때도 땀이 비오듯 합니다. 정상에 땀을 씻을 때 그 맛. 너무 좋습니다.

3.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내딛는 한 발 한 발이 결국 먼 목표에 도달하도록 하는 힘이라는 생각을 걷는 동안 했습니다. 출발할 때 커다란 목표를 가슴에 담습니다. 끝냈을 때의 환희를 상상합니다. 그리고 출발합니다. 기분도 상쾌합니다. 한 걸음걸음마다 힘이 들어갑니다. 시간이 흐릅니다. 힘들어집니다. 목표는 아득합니다. 더구나 처음 간 길이면 불안하고 초초해 합니다.

“끝 낼 수 있을까?”
“아니…너무 힘든데 그냥 돌아갈까?”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민하면서 한발을 내딛습니다. 종주도 그렇고 업힐도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고민하면서 묵묵히 내딛었던 한 걸음 때문에 정상에 올랐고 무사히 내려왔습니다.

스타트업을 생각합니다. 비전을 그리고 목표를 세우고 팀을 꾸립니다. 그리고 바로 성공할 것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세상사 그렇지 않습니다. 쉽게 찾아오는 성공은 쉽게 떠나듯이 온전히 나와 함께 가는 성공은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고통입니다. 경영자만이 느낄 수 있는 일상의 고통입니다. 역시 회의를 합니다. 어쩌다 모험을 합니다. 축지법이 있어 천리를 한걸음에 가고싶지만 갈 수 없는 것처럼 기업도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마지막 내가 가고자 했던 목표를 이루는 힘은 열정과 목표 의식은 아닙니다. 하루하루라도 손해보지 않고 한푼이라도 이익을 내기 위해 쉼없이 아둥바둥한 일상의 경영때문입니다. 그것이 없으면 수많은 봉우리중 한 곳에서 무너지거나 사라집니다.

업힐을 하다보면 “한번에 올랐다”는 자랑을 많이 듣습니다. 좋습니다. 그렇지만 산에 오를 때도 그렇고 업힐을 할 때도 그렇고 휴식은 다음 걸음을 위한 준비입니다. 경영을 하다 실패를 했다고 하여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잠시 쉬고 준비하는 것입니다. 물도 마시고 에너지도 보충하고 가야할 길도 다시금 새겨보면서 준비를 합니다. 실패를 좌절로 만드는 것은 스스로가 포기할 때입니다. 실패를 준비로 만드는 것은 나 자신입니다.

업힐이나 등산이나 묵묵히 내딛는 한 걸음이 결국 꿈을 현실로 만듭니다. 건강한 한주 되세요.

2 Comments

  1. 이장석

    글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등산의 즐거움이 느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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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mallake

      댓글도 달지 못했는데…읽어주시는 것이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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