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안 입법 예고

1.
드디어 입법 예고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직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기사를 보면 그동안 금융위 민관합동위에서 논의하였던 내용들이 그대로 반영된 듯 합니다. 특히 자본시장법 개정중 관심이 가는 이슛였던 ‘자본시장인프라 선진화방안’은 큰 틀의 변함없이 반영되었습니다.

여러 기사중 아래 기사에 포함된 도표가 이해하기 좋게 정리하였습니다.

2012년 상반기 한국판 ‘골드만삭스’ 나온다


2.
많은 기사들이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제목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말은 2년전에도 있었습니다.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도 지금과 똑같은 이야기를 정부와 언론은 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2년은  정책적 목표는 실패하였습니다. 2009년 2월부터 시행하였던 현재 자본시장법이 실패한 원인이 무엇일까요? 저는 이에 대한 답변을 할 능력이 없습니다. 다만 정책당국은 결과로 판단하는 듯 합니다. 시장의 자발적인 M&A를 통한 대형화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인위적인 대형화=법적인 대형화를 이루기 위하여 3조원이라는 하한선을 정하였습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기준에서 자기자본을 3조원 이상으로 한 배경이 뭔가.

▲현재 우리나라 대형 증권사 5개사의 평균 자기자본이 2조7000억원가량 되는데, 10%가량만 증자하면 일단 3조원을 맞출 수 있다. 프라임브로커 진입 기준을 너무 높여서 1개 회사만 해주면 너무 독점이 되는 것이니까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래서 한 5개 회사가 할 수 있는 정도의 범위인
3조원 정도로 자기자본을 정했다. 

이런 자기 자본금의 하한선을 두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투자은행)’를 신설하고 IB사업자가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특혜를 주고 있습니다. 2007년 제정때 이루려고 했던 투자은행 육성을 다시금 이루겠다는 금융위의 정책적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외형확대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옳은지 틀린지는 시간이 답을 줍니다. 다만 이런 시도가 이미 은행에서도 있었습니다. 오래 전에 은행권을 합병하여 경쟁력 있는 은행산업을 육성하자고 하였습니다.  외형지상주의였습니다.  IMF등을 거치면서 은행들이 통합하였습니다. 소위 리딩뱅크가 탄생하였습니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입니다. 그렇지만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별로 들리지 않습니다. 다시금 등장한 말이 강만수씨의 메가뱅크입니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을 합병하자는 의견입니다. 행정적인 힘을 동원하여 M&A를 이루겠다는 논리입니다.

제가 보기에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같은 흐름입니다.  미국 월스트리트도 M&A를 통해 성장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시장을 통한 M&A입니다. 필요와 성장을 위한 자발적인 선택입니다.(아래 표를 참조) 법적으로 M&A를 유도한다고 하지만 성장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면 발전이 아니라 퇴보가 아닐지.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있습니다. 투자은행으로의 성장이 한국 금융투자업자 모두가 가져야 할 비전인지 곰곰히 따져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투자은행으로의 발전을 원하는지도 궁금합니다.

현재 정부가 증권회사들의 M&A에 개입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시장이 자발적으로 외형확대를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하고 이를 위한 3조원이라는 하한선을 두었습니다. 이에 대한 증권업계의 대응은? 금융당국이 바라는 모습은 끊임없는 M&A를 통해  성장기반을 다지는 쪽입니다. 그렇지만  자본금 규모를 늘려서 기반을 다지거나 아니면 현재대로 계속 나갈 수도 있습니다.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재벌들이나 은행이 소유하고 있는 증권사들가 많습니다. 굳이 투자은행이 아니더라도 생존할 기반이 충분합니다. 또한  M&A 보다는 자기자본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정책당국의 의도는 무산되겠죠? 3조원내외의 고만 고만한 투자은행 다섯곳이 아니라 수십곳이 경쟁하는 모습입니다.
다시금 금융당국은 5조원, 10조원을 들고 나옵니다. 더많은 혜택을 줍니다. 남은 것은 여수신입니다.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을 합치도록 하는 모양새를 취하겠죠. 그렇지만 MB정권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사실 3조원은 국내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 해외로 나가라는 뜻인데 단순히 외형을 갖춘다고 실력이 늘어날지 의문입니다. 사실 2년전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말할 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곳도 많았습니다.

한국판 골드만삭스 꿈은 이루어지나

다만 이번 개정안은 성공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두가지 근거입니다. 한계상황으로 몰린 브로커리지업무의 수익성입니다. 덧붙여 자산관리시장의 성장입니다.

0.011% 수수료..’쥐꼬리 산업’의 비극
[자본시장법 2년] 기다렸던 ‘빅뱅’은 없었다

3.
저의 관심사인 ATS와 투자자보호는 사실 개정안이 나오고 시행령이 마련되어야 구체적인 평가가 가능할 듯 합니다. ATS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정보가 나왔습니다. 홍영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문답을 하면서 밝힌 입장입니다.

–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를 한국거래소의 100% 자회사 형태로 인가를 해주면 당초 완전경쟁이라는 설립 취지와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예를 들면 좋을 듯하다. 현대차의 자회사가 기아차 아닌가. 기아차와 현대차가 충분히 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 ATS를 거래소의 자회사 형태로 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경쟁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물론 거래소가 100% 자회사 형태로 ATS를 만들어 오면 인가를 해 주겠느냐 하는 것은 지금 당장으로서는 답변하기 어렵다. 시장 전문가의 의견을 조금 더 들어보면서 사회 전체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 

또한 한국거래소 박종길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의 인터뷰입니다. 서로 다른 뉘앙스를 풍기고 있습니다.

대체거래시스템(ATS) 도입 관련해 걱정의 소리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에 90개, 유럽에 140개가 있다. 아시아에도 20개가 설립됐다. 국제 추세를 반영한 결과로 본다.
특히 지금은 IT 혁명을 기반으로 투자자 선택권 보장해야 한다는 추세로 경쟁환경을 거부할 수 없는 트렌드를 인정한다. 한국거래소가 ATS 뿐만 아니라 거래소 업무를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노력 하겠다.
다만 하나 부탁하고 싶은 것은, 우리 국내 주식시장 규모를 반영할 때 대체거래시스템이 초기에 난립하는 것은 지양돼야 하지 않나싶다. 시행령 개정 때 감안해 달라. 청산회사를 통한 장외파생상품 청산 관련해서는 이번 도입이 우리 장외시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 같다. 이 법이 통과되고 거래소가 청산 서비스를 잘 할수 있도록 역량을 다하겠다. 자본시장법이 거래소로서는 경쟁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피할 수 없는, 거스를 수 없는 것으로 인정하고, 상품 다양화 인적 역량 강화. 거래소 역량 강화하겠다. 

ATS설립을 한다고 할 때 정책당국의 고려가 없다면 가장 앞선 곳은 KRX입니다. 다른 경쟁자가 등장하기 전에 시장에 진출하여 선점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관계자들의  수싸움이 치열할 듯 합니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큰 수혜자는 KRX입니다. ATS때문에 약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TSE가 95%이상을 점하고 있는 일본과 비교하면 사실상 독점체제는 유지되지 않을까 합니다. 여기에 ATS를 설립할 수 있고 CCP는 거래소가 맡기로 하였습니다. CCP는 사실상 장외파생상품의 거래소역할을 합니다. 깊은 토론 없이 무조건 KRX가 CCP 역할을 한다고 하는 것은 ‘경쟁을 통한 성장’이라는 개정 정신을 위배하는 결정입니다.

금융위는 또 청산회사가 일정한 금융투자상품 거래에서 발생하는 채무를 인수하거나 구채무를 없애고 신채무를 발생시키는 경개(更改) 방식으로 부담하는 금융투자상품거래청산업을 신설하고 청산회사 인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청산회사 인가제를 도입하는 것은 향후 장외파생상품, 증권 대차, 환매조건부채권(RP) 등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청산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채무불이행이 국내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장외파생상품 매매에 대해서는 청산회사를 통한 청산이 의무화된다. 법 개정 이후 장외파생상품 중앙청산소(CCP)는 한국거래소에 인가할 예정이다.
`신개념 증권거래소’ ATS로 인프라 개혁중에서 

여기에 원유거래소, 금현물거래소, 탄소배출권거래소, 상품거래소 등등 앞으로 등장할 상품을 모두 KRX가 맡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완벽히 시장을 지배합니다. 거대 공룡입니다. 아마도 정책당국자는 KRX를 통한 자본시장 통제를 머리에 두고 있고, KRX는 이에 따른 독점의 이익을 노리는 듯 합니다.

[단독]거래소, 연내 ‘휘발유 현물 전자거래’

KRX의 독점시대가 끝났다? 틀린 말입니다. 100% 지배가 90%의 지배로 바뀔 뿐입니다. 물론 현재와 같은 분위기라고 하면 그렇습니다. 제가 다른 글에서 유효경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정책적 목표인 속도개선과 비용절감을 이룩하려면 ‘유효경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NBBO, EBBO, JBBO 그리고 KBBO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2011년 정기국회가 법을 통과하지 않으면 자본시장법 개정은 물 건너갑니다. 아마도 차기정권의 과제로 넘어갑니다. 이번 개정안이 자신들의 이해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곳이 있다면 치열한 로비를 하겠죠. 로비와 논리 및 이해대립이 남아 있습니다.

2 Comments

  1. QTrader

    일본과 같다면 청산 기능을 거래소가 가지고 좌지우지 하는 부분인데 만약 청산 비용을 늘이고 거래비용을 줄인다면 아마 ATS는 물건너간 이야기가 될겁니다 / 아무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Reply
    1. smallake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있고 ATS를 만드는 목적이 있는데 설마 독점적 지위를 그렇게 이용할까요?(^^)

      시장참여자들이 난리가 나겠죠…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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