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선 전용회선의 개념

1.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졌습니다.

‘전용(회)선’이라는 말이 괴물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처음 전용회선이라는 단어를 ELW와 연결하여 언제 사용하였는지 알아보았습니다. 2010년 10월 ELW 건전화 방안과 주문전달시스템 공정운영을 위한 유의사항을 발표하였던 금융위원회를 먼저 의심해 보았습니다. 관련 자료를 살펴보았지만 전용회선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주문전달시스템 공정운영을 위한 유의사항

다만 위의 자료중 특정 ‘위탁자 전용 주문전달시스템’이라는 말은 등장합니다. 그런데 언론은 이 단어를 아래와 같이 해석하고 전합니다.

LP들이 시장 조성을 위해 전문 투자자인 스캘퍼에게 전용선을 깔아주는 등 일반 투자자에 비해 우대하는 사례가 발각될 경우도 엄중한 조치를 하도록 했다.
개미투자자 고위험 ELW 거래 까다로워진다중에서

기자들이 창작하지 않았다고 하면 보도자료를 받고 기자들이 취재하는 과정에서 금융위 관계자가 한 말이 아닐까 의심해봅니다. 어찌되었든 ‘전용선’이라는 괴물은 한동안 잠잠 하다가 다시금 등장합니다.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검찰에 의해 다시 등장합니다.

?특정 스캘퍼의 서버와 증권사 정보기술(IT) 설비를 전용선으로 이어 놓으면 똑같이 매매주문을 넣는다 해도 스캘퍼들의 주문이 1만분의 1초라도 빠르게 KRX 메인 시스템까지 전달된다.

처음 전용선이 ‘전용 FEP회선’을 의미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밖으로 흘러나오는 개념은 무척이나 포괄적입니다. 이제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기소하였습니다. 발표문을 보면 전용회선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주문체결전용시스템 유형별 분류

△ 스캘퍼에게 증권사 외부에 사무실(월 1,000만원상당)을 무상 임대하여 주어 스캘퍼에게 속칭 브띠끄를 설치하여 주고,이들 스캘퍼에게 증권사 서버의 FEP연결 등 특혜 제공(I증권)
△ 증권사내부(트레이딩룸)에 스켈퍼를 유치하여 증권사 서버의 FEP연결 등 특혜 제공(A증권)
△ 스캘퍼를 증권사 직원으로 고용하여 회사 차원에서 증권사 서버 FEP연결 등 특혜 제공한 경우(L증권,E증권)

역시 주문체결전용시스템이라고 합니다. 전용회선이라는 말은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2.
몇 일전 모 신문에서 ELW재판과 관련한 기사를 보도하였습니다.

“애초부터 전용선이라는 서비스를 한 적이 없습니다”(H 증권)
“전용선이라는게 딱 하나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없앴습니다”(S증권)

주식워런트증권(ELW) 부당거래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은 증권사에 지금도 ‘전용선’ 서비스를 하고 있는지 묻자 돌아온 답변입니다. 검찰은 12개 증권사들이 모두 전용선을 제공했다며 CEO들을 기소했습니다. 따라서 증권사들은 ‘전용선을 제공은 했지만 불법이 아니다’라는 논리로 검찰에 함께 맞설 것이라던 일반적인 예상과는 다른 답변입니다.일부 증권사들이 전용선을 제공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자, 전용선을 제공했다고 시인한 증권사들은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이었습니다.

“H사와 W사가 전용선으로 스캘퍼(초단타 매매자)를 끌어모은 대표적인 곳인데 전용선 서비스를 하지 않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겁니다.(중략)

D·H사는 “문제가 되는 전용선은 거래 주문 처리가 끝나고 증권사 FEP서버에서 거래소까지 가는 주문 회선 중 일부를 스캘퍼에게만 따로 빼 준 걸 말한다. 이는 엄연히 불법이어서 우리는 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다만 알고리즘 매매 프로그램을 탑재토록 했고(D사), 가원장을 사용하고 트레이딩룸을 제공했으며(H사), 일반 주식서버와 분리해 파생상품 전용 서버, 혹은 ELW VIP 서버를 따로 마련해 줬다(W·H사)는게 증권사들의 항변입니다.
그런데 ‘전용선’이 뭐지? “개념정리가 재판 핵심”중에서

D사와 H가 주장한 전용회선은 “거래 주문 처리가 끝나고 증권사 FEP서버에서 거래소까지 가는 주문 회선 중 일부를 스캘퍼에게만 할당”=전용FEP회선을 말합니다.

반면 검찰의 보도자료와 기사중 검찰 정의를 살펴보면? 전용회선 = DMA(Direct Market Access)입니다.

△스캘퍼의 알고리즘 매매 프로그램이 탑재된 컴퓨터를 증권사 내부 전산망에 직접 연결하거나
△방화벽이나 라우터 같은 보안장치를 거치지 않도록 하고
△주문이 최초로 접수되는 BEP(Back End Processor) 서버, 상품처리서버, 증권사와 거래소를 연결하는 FEP(Front End Processor) 서버를 별도로 설치

3.
누가 왜 ‘전용회선’이라는 단어를 끄집어 냈는지 궁금합니다.? 이미 금감원은 2011년 금감원의 금융감독방향에서 DMA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습니다.

Direct Market Access : 거래소 상품매매시 고객의 매매주문이 증권사의 매매주문시스템을 사실상 거치지 않고 거래소에 자동 전달되는 주문방식

금감원의 개념을 적용하여 수사가 이루어지고 수사발표가 이루어졌으면 좀더 명확할텐데. 굳이 전용회선이라는 정체도 불분명한 단어를 사용하여 헷갈리게 합니다.

프레임이라고 있습니다. 흔히 ‘세상을 바라보는 틀’입니다. 이를 ELW검찰수사에 적용하면 ‘전용회선 VS. DMA’의 싸움이었습니다. 전용회선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특정한 집단에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시각을 줄 수 있는 단어입니다. 불공정성을 증폭시키는 단어입니다. 그렇지만 정확한 실체도 없는 단어입니다. 오히려 DMA 혹은 직접주문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여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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