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선진화방안 공청회 후기

1.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최한 ‘자본시장 선진화방안’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근처에서 일하고 있어서 참석을 했습니다. 공청회라는 이름이지만 여론을 듣는 자리일지 의문입니다. 이미 자본시장법 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결정을 하였기때문입니다. 아울러 공청회 자리에서 토론자가 말했듯이 이미 자본시장법 개정안(금융위원회안)이 만들어져서 회람중인 듯 합니다.

 

공청회는 발제와 지명토론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발제는 위의 보도자료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토론회자료는 아래로 가시면 PDF파일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 인프라 선진화 방안 공청회

아래는 어제 공청회중 토론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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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청회의 백미는 토론입니다. 지명토론자중 한 분을 제외하면 대체로 ATS도입에 찬성을 하였습니다. 원론에서 찬성을 한다고 하더라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큰 쟁점은 ATS 거래대상종목이었습니다. 유가증권(채권을 포함)은 이견이 없었지만 파생상품은 서로 다른 견해를 피력하였습니다. 당연히 KRX는 파생상품거래를 반대하였습니다. 또다른 쟁점은 Market Maker제도를 두느냐입니다. 유동성을 공급하는 마켓메이커를 둘 수 있도록 하느냐 아니냐가 사실 ATS의 성패를 가르는 제도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Private Market Maker와 Rebate는 쉽지 않는 쟁점입니다. 이상의 쟁점과 다른 차원으로 시장감시도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현재 KRX내의 시장감시위원회를 일정기간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공감하였지만 KRX가 상장된 후 시장감시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지 여러가지 논의가 나왔습니다. KRX는 현행대로 하자는 논지였지만 저는 금융감독원 산하로 가는 것이 합당하다는 생각입니다.

유일하게 반대토론을 한 서울대 안동현교수의 논지는 이렇습니다.

“해외에서 하고 있는데 우리도 해야 되느냐”라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거래주체를 다양화하는 점은 좋지만 모니터링이나 시장감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늘어난다. ATS를 통해 거래하는 주된 주체가 HFT일텐데 HFT만을 위한 ATS시장을 개설할 필요가 있는지, 고빈도 거래자들을 키우는 것이 좋은 것인지 검토되어야 한다. 

공청이란 말은 “널리 듣는다”입니다. 또한 경청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형식이 중요하지 않을 듯 합니다. 진짜로 의견을 듣겠다고 하면 다양한 형식이 가능할 듯 합니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보면 밀실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공청회도 그냥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2.
사실 참석하기 전까지 공청회의 주제인 ATS 및 대체거래소 도입을 찬성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참석한 이후인 지금도 찬성하지만 한가지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금융위는 무슨 생각으로 ATS를 도입하려고 하나 ”

금융위나 발제자 모두 ATS를 도입하여야 하는 근거가 부족합니다.

“세계적인 흐름을 볼 때 ATS가 성장하고있고 거래소를 위협하고 있다.”
“거래소간의 경쟁으로 속도는 빨라지고 비용은 줄어들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연구자들이 할 이야기입니다. 정책당국자들은 외적인 요인을 더하여 내적인 요구에 근거하여야 합니다. KRX,증권산업, 투자자의 요구가 어떤지 그리고 요구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고 정책결정을 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KRX시스템의 속도가 늦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거래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독점이기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이미 파생상품시장의 50%정도는 고빈도거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Latency는 상대적 개념이지 절대적 개념이 아닙니다. 또 ATS가 성장하여 전통적인 거래소를 위협한다고 하지만 한국은 법을 바꾸지 않는 이상, 감독기관이 인가를 내주지 않는 이상 경쟁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런 조건에 “왜 ATS를 도입하여야 하는지”가 궁금하지만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짐작은 할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법할 때 한국형투자은행(IB)육성 혹은 동북아금융허브전략을 말했습니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도 규제를 완화하여 IB육성하겠다는 정책적인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헤지펀드나 프라임브로커등이 그렇습니다. 그러면 이런 목표와 ATS가 어떤 관계인지가 밝혀져야 하지만 불명확합니다. 어제 자리에 참석한 금융위 자본시장 과장도 앞서 발제자들이 한 이야기와 동일한 말만 합니다.

그래서 공청회를 들으면서 의구심이 일어났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청회를 관통하는 하나의 개념은 ‘경쟁’입니다. ATS를 도입하여야 하는 이유는 ‘경쟁’입니다. 경쟁이 목적인 것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진짜로 쓰기 싫은 단어인 ‘신자유주의자’들의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경쟁을 모든 것이 해결된다, 좋아진다”라고 주장합니다. 영리병원의 도입을 의료시장내 경쟁을 키워서 의료서비스의 질을 놓이자고 주장하는 이들이나 FTA만능론자들처럼 경쟁이면 다 해결된다는 논리를 피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논리로 제도화한 적이 있습니다. 90년대말부터 미국을 비롯하여 여러나라에서 ATS를 제도화합니다. 이런 영향으로 한국도 ECN을 도입합니다. 그런데 시간외 단일가거래만 가능하도록 하여 ECN도입취지를 살리지 못하였습니다. 도입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2007년 자본시장법도 비슷합니다. IB육성을 한다고 했지만 위탁매매업자만 늘어난 꼴이 되었습니다. ATS를 제도화하는 목적이 중요합니다. 경쟁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경쟁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히 들어나지 않는 공청회였습니다.

저는 ATS를 제도화하는 정책적 목표가 거래비용의 인하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TS의 거래규정 등을 승인할 때도 거래비용의 인하라는 정책적 목표가 달성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ATS를 하려면 유효적 경쟁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3.
발제자들은 ATS와 CCP의 독립이 시대적 대세라고 하였지만 또다른 흐름도 있습니다. 통합입니다. KRX를 만들었던 문제의식도 여기에 있습니다. 통합을 통한 비용의 절감과 효율성의 극대화입니다. 일본은 TSE를 확대한 종합거래소방안을 계속 추진중입니다. 해외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물거래소는 선물거래소를 인수하려고 합니다.반대도 있습니다. 청산결제기관도 인수하려고 합니다. 모두 거래비용을 낮추기 위함입니다. 사실 ATS를 논하기 전에 KRX체제하에서 거래비용을 낮추는 것이 불가능한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어찌보면 KRX체제는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입니다. 매매체결 – 청산 – 결제 – IT – 시장감시가 하나의 조직으로 묶여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비효율적이고 고비용이라고 합니다. 혹 반관반민적인 조직성격때문은 아닌지, KRX를 조기에 상장하고 완전한 주식회사로 전환하면 달라질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ATS를 도입하면 시장의 분절화(Fregmentation)합니다. 사회적 비용은 늘어납니다. 증권산업과 감독기관의 비용도 늘어납니다. 늘어난 비용에 따른 이익이 있는지, KRX 혁신하면 불가능한 것인지 따져보아야 합니다.

조만간 금융위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합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갑니다. 국회차원에서 또다른 공청회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진짜 토론이 남아 있습니다.

7 Comments

  1. PKT

    좋은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용에도 언급하셨듯이 ATS의 도입 목적이 명확했으면 합니다.
    그래야 그 목적에 맞게 제도와 감독체계가 완성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세부적인 사항이 더 궁금해지네요.
    Market Maker와 감독체계, 시세, 거래비용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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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mallake

      어제 공청회 음성파일을 만들었는데 아직 변환을 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올려놓을테니까 들어보시면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아실 수 있을 듯.

      (덧붙임) 토론음성파일을 올려놓았습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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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전균

    ATS에 대한 당위성은 주장이 넘쳐나는데, 구체적인 실행방안이나 ATS의 기능에 대한 고민은 이루어지지 않으니 어제 공청회가 왜 열렸나 할 정도로 밋밋한 시간이었습니다. ATS를 통해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부족하였다는 느낌을 저도 받았습니다. 이러다 정말 해외 Chi-X 같은 업체가 들어와 판을 벌이면, 넋놓고 있다가 시장판도가 순식간에 바뀌어 버릴 수 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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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mallake

      어떤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감독당국이 인가제를 포기하지 않았기때문에 적절한 통제는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외국거래소가 단독으로 시장진입하면 인가를 해주지 않을 듯 하고 아마도 여러곳과 제휴하지 않을까요? 저는 Chi-X가 가장 먼저 손 잡으려고 할 곳이 삼성증권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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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QTrader

    ATS 도입의 목적은 거래비용 중 어느 부분을 어떻게 낮추느냐와 dimension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목적이 있습니다. HFT trading이 ATS로 활성해 지고 문제가 생긴다는 가정은 국내시장과 market micro structure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주장입니다. 10년간 미국과 유럽에서 이 시장의 발전에 참여한 경험에서 나오는 의견입니다.
    자본시장의 본 임무는 효율적으로 capital을 공급하는데 있는데 현 KRX 독점모델에서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독점사업자가 규모의 경제로 평균 고정비용감소는 최고입니다만 애석하게도 자본시장 만큼 변화가 심한 시장에서 좋은 모델은 아닙니다. 물론, 수행하기 위해선 말씀하신데로 각론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스마트폰과의 비교가 적절하다고 봅니다. 국내 3개 통신업자가 innovation을 막아 국내시장이 속도와 network coverage는 세계최고 였지만 시장을 뒤흔드는 사업에 뒤떨어 졌듯이 국민연금, 해외연금, MSCI index 편입, pension 사업자, HF, 등등 여러 기관 투자자들에게 단일 시장에서 한가지만 거래방식만 고집한다는 자체가 한국이니까 무조건 밥하고 김치만 배불리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논리와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다양한 입맛에 맞춤성 도전해야 합니다.
    해외시장의 투자자들이 국내증권사와 거래를 기피하는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중요한 한 예는 자신들이 mandate 되어 있는 거래방식과 보고에 수준이 미치지 못하는것도 있습니다. 대형기관은 자체 조달이 가능하지만 중소형사들이 꺼립니다.
    거래비용을 간단히 개인고객 대상으로 생각해서 각거래의 평균비용으로 생각하지 말고 국민연금 같이 초대형 기관이 국내 주식과 대안투자 급격히 늘리려는 현시점에 어떻게 총거래비용을 줄이고 시장충격을 줄일수 있는지와 HF 도입으로 그들이 어떻게 다른 dimension으로 strategy 투자가 효율적이게 해줄수 있는지 활성화가 목표가 됩니다.
    선진화를 따라가려는 목적없는 fragmentation이 아닌 목적을 염두에 두고 일으킨다면 추종이 아닌 선점이 가능해집니다. 인건비라는 advantage가 없는 초경쟁 자본시장에서 한국같은 나라가 추종으론 대형 IB 육성이 불가능 합니다. 이것이 일본이 뼈아프게 25년 경험으로 깨달은 교훈 입니다. 새로운 innovative channel 육성으로 판도를 바꾸어야 국제 금융시장에서 진정한 경쟁자가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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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사라함

    과연 가능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토론 음성을 녹음하신 것은 정말 강추입니다.^^
    ECN도 선물거래소도 통합시킨 마당에 뭔들 못하겠습니까? 결국 ATS, CCP를 만들어 놓고 KRX와 합병하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겠죠? KRX의 차세대 목표도 이런 업무를 포함한 거대기관을 만드는 것이었을테니까요.
    아시아에서 최대의 거래소를 만들어 동남아시아와 중국에 수출하는 것이 또 하나의 사업 방향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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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QTrader

      한국의 미국이외의 선진시장 MSCI 지수는 2.5%. 일본에 반에 반에 반도 안됩니다. 비대한 독점 공공기업으론 무리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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