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가는 길, 영화

1.
걷는다. 인간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울음을 터트립니다. ‘이제 살아간다’는 외침입니다. 내가 아닌 것에 관심을 두면 그 때부터 걷기를 시도합니다.? 걷기는 관심이고 갈망이고 도전입니다.

자전거도 타고 등산도 자주 하지만 두 발로 움직이면 흘러내리는 땀속에서 ‘나’를 봅니다. 거친 숨을 몰아 쉬면서 내뱉을 때 머리는 계속 ‘나’를 찾습니다. 그래서 아주 먼 거리를 걷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 훗날의 꿈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지난 주말 아주 우연히 ‘The Way’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서영은 선생의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를 읽었을 때 감동을 다시금 느끼고자 카미노 산티아고의 여정을 다뤘다는 문구때문에 ‘The Way’를 선택했습니다.? 이야기가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갈등도 없고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걷습니다. 걷다고 만나고 만나면 다투고 다투고 나면 다시 화해하고 그렇게 함께 카미노 산티아고를 걷습니다.

성공한 안과의사 톰. 10년동안 박사과정을 밟다 갑자기 자신을 찾아 카미노로 떠난 다니엘. 다니엘은 톰의 외동아들입니다. 아내와 사별한 후 다니엘과 멀어졌습니다. 아버지는 10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여행을 떠나는 아들에게 ‘인생은 선택’이라고 합니다. 다니엘은 아니라고 합니다.

“You Don’t Choose A Life. You Live one.”

산티아고로 길을 떠난 첫날. 폭풍우를 만난 다니엘은 먼 길을 떠납니다. 아들을 찾아 프랑스로 날아간 톰. 그곳에서 “아들을 위해, 아들이 왜 산티아고를 향해 떠나려고 했는지”를 위해 무작정 산티아고로 향합니다. The Way를 보면 ‘영적 체험’과 같은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신부든 신자든 그저 함께 길을 걷는 사람들과 산티아고의 풍광만 나옵니다. 그래서 같이 걷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산티아고를 왜 걸을까? ‘나는 걷는다’의 올리비에가 실크로드에 느낀 것, 서영은 선생이 산티아고에서 얻는 것은 다르지만 같습니다. 고행을 통한 자기 성찰입니다. 강도의 차이가 있지만 제가 긴 시간 자전거를 타고 산을 오르내리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우연한 도난으로 집시 이스마엘을 만납니다. 이스마엘이 조촐한 친구모임으로 톰의 일행을 초대합니다. 그런데 조촐한 모임이 떠들썩한 잔치였습니다.? 이스마엘이 톰에게 말합니다.

“산티아고의 성당에 가서 순례 미사와 축복을 받아요. 계속 갈리시아 너머 바로 가요. 무시아가 있어요. 그곳에 아들 유해를 뿌려요. 당신과 당신의 아들을 위해”

톰은 아들의 유골을 가져가려고 했습니다. 미련입니다. 바다에 아들의 유해를 뿌리면 버리는 것입니다. 아마도 아들에 대한 회한과 자책을 함께 버리라는 뜻이 아닐지. 버려서 얻는다는 가르침입니다.

2.
태풍 메아리로 하루종일 비가 올 줄 았았던 오전. ‘The Way’로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마침 비가 그친 듯 하네요. 바로 길을 나섰습니다. 아무런 생각없이 2시간정도를 오르내리고 싶었습니다. ‘나가수’를 보아야 하니까.(^^)

집앞 관악산을 보니 구름 낀 하늘 밑으로 아주 맑은 산세가 드러나 보였습니다. 낮은 곳이라도 오르면 탁트인 느낌을 얻을 듯 하여 용마골로 향했습니다. 평소 다니던 길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찾았고 그저 올랐습니다. 남 용마골능선인 듯 합니다. 아주 멋진 곳을 찾았습니다. 과천이 한 눈에 다 들어옵니다.

4 Comments

  1. flywoongs@gmail.com

    밑에 사진 직접 찍으신건가요..?? 풍광이 아주 좋아보입니다..여기 무등산도 운치가 있지만…도통 가보질 못했네요..몸이 게을러서..오늘도 역시..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늘..좋네요..좋은 글들이..

    그런데..프롭에서는 아직도 hft를 신나게 돌리고 있고…외국인들역시…그리고…..삼성에서는 스트림베이스를 구축해서..최초로 시작한거 같은데..흠…우리 같은 개인투자자들도..할수 있는길을 불공정이란 비명 하에..막아버리는건…너무 억울합니다..걍..코스콤옆에다가 아리스타서버를 코로케이션하고..kt망하나를 통째로? ㅎㅎㅎ
    작년부터..애써..열정을 쏟았건만..요즘은 시장을 보고 있노라면…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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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mallake

      아이폰3로 찍은 사진인데 저가 원했던 느낌이 나지 않았네요. 다른 걸 원했는데 아이폰으론…

      그런데 광주에 사시나 보네요? 무등산을 아직 오르지 못했습니다. 광주 망월동에 자주 갔지만 바로 버스타고 올라오는 바람에.

      프롭과의 형평성은 이해가 됩니다. 무언가 대책이 있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지난번 ‘ELW 추가 건전화 방안’에 담긴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7월말까지 규정을 정비한다고 했으니까 8월부터 어떤지 보시면 될 듯.

      만약 외국인에게 특혜를 주면 ELW와 같은 방식으로 검찰에 고소라도 하면 될 듯 합니다. 그리고 삼성이 apama 말고 streambase를 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CEP/ESP를 가지고 HFT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정한 알고리즘을 처리하는 것으로 적합하지만 속도를 요구하는 HFT적인 알고리즘엔 ‘글쎄’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별로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제가 ATS를 만들면 말씀대로 합니다. KT와 전략적 제휴를 해서 거래소접속환경을 대폭 개선하도록 하죠. ATS접속을 WAN으로 할지 LAN으로 할지는 감독당국에서 허가를 내줘야 하지만.

      하여튼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하니까…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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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장석

    좋은 글과 사진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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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mallake

      직접 거래를 한 적은 없지만 알만한 회사에 계시네요.(^^)
      저도 자주 찾아가서 눈팅을 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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