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경쟁을 위한 자본시장법을 위해

1.
메기론도 주장했고 혁신을 위해 경쟁하자고 이야기도 했습니다. 사실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습니다. 저는 학계도 아니고 그저 블로그를 쓰는 사람이고 사업을 하는 사람이기때문입니다. 그런데 금융연구원이 오늘로 낸 주간금융브리프중 저와 100% 의견을 같이 하는 글이 있습니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위한 제언

위의 보고서를 보고 기사들은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이지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일 자본시장법 개정에 대한 제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시장에서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혁신을 위해서는 규제완화와 경쟁심화라는 두가지 조건이 필요함에도 현행법은 규제완화는 어느 정도 충족했으나 경쟁심화의 조건은 충족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우선 증권사들을 위탁매매업이라는 안정적 수익원에서 떼어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9 회계년도 기준으로 1사당 평균 수수료 수입이 991억원이나 된다”면서 기존 증권사들은 M&A를 통한 시너지가 없거나 자발적 구조조정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위탁매매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완화해 수수료 경쟁을 촉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권사들, 매매수수료로도 충분한데 왜 위험한 IB 하겠나”중에서

속되게 말해 먹고 살만한데 누가 변화를 하겠습니까? 그런데 경쟁체제로 바뀐다고 하니까 변화된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한국거래소가 대체거래소때문에 많이 긴장하는 듯 합니다. 신문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대체거래소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한 듯 합니다.

이건희회장이 질경영을 달성하여 메기론은 유명해졌습니다. KRX도 대체거래소라는 메기때문에 보다 경쟁력이 높은 거래소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메기가 청어를 잡아먹을 수도 있습니다. 하기 나름입니다.

2.
지금도 시장에 메가뱅크론이 계속입니다. 국책은행을 통해 메가뱅크나 대형IB를 육성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봅니다. 어떤 이는 리먼브라더스사태때 산업은행이 인수했으면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 때문인지 노무라증권이 리먼브라더스를 인수한 이후를 분석한 글을 발표하였습니다. 자본시장법 개정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발표된 논문입니다.

노무라의 변모: 리먼인수후 2년

이중 관심있었던 항목은 ‘2.노무라의 리먼화’ 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장이 최근 프레시안과 가진 인터뷰가 떠오르더군요.

프레시안: 정부 당국자들 역시 국제 금융계에서 인맥과 노하우를 쌓을 필요는 인식하고 있다.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중단됐지만, 현 정부 초기 산업은행이 리먼브라더스를 인수하려 할 때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었다. 리먼브라더스와 같은 대형 투자은행을 인수하면, 한국 금융계에 부족한 인맥과 노하우를 짧은 시간 안에 흡수할 수 있다는 게다.

이동걸: 그래서 내가 그런 소리하는 사람들을 금융 비전문가라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정을 해보자. 리먼브라더스가 망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걸 우리가 인수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리먼브라더스가 갖고 있는 인맥과 노하우가 우리의 것이 됐을까. 그래서 우리는 단숨에 국제금융계의 중요한 플레이어가 됐을까. 절대로 그럴 리 없다.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의 인재들은 엄청나게 빨리 턴오버(Turnover, 인사교체) 된다. 우리가 리먼브라더스를 인수한 뒤에, 세계경제가 조금만 살아나는 기미가 보였다면, 리먼브라더스의 인재들은 다른 곳으로 다 스카우트 돼 갔을 게다. 그러면 거액에 인수한 리먼브라더스에는 책상과 전화기만 남는다.

투자은행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거기서 일하는 이들은 이력서에 얼마나 직장을 여러 번 옮겼는지를 적는 게 자랑거리다. 실력 있는 사람은 한 곳에 일 년 반 이상 머물지 않는다. 이런 인재들을 끌고 갈 리더십이 있어야만, 투자은행을 경영할 수 있다.

내가 농담 삼아 하는 말이 있다. “은행(Commercial bank)은 장치산업”이라는 말이다. 은행은 지점이라는 네트워크가 있어야만, 운영이 된다. 그런데 그 지점이라는 건 제3자가 은행을 인수하더라도 철수시키기 어렵다. 영업 기반이 그대로 유지되고, 따라서 사람들도 그 기반을 따라 움직인다. 은행(Commercial bank)이 투자은행(Investment bank)과 달리 스카우트가 적은 이유다. 씨티은행을 인수한다면 그곳의 지점망과 인재 대부분이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투자은행은 다르다. 투자은행은 전부 팀 단위로 움직인다. 그 팀이 가진 네트워크에 따라 업무가 돌아간다. 이런 팀들을 제대로 이끌 능력이 없다면, 투자은행 인수는 헛일이다. 그리고 지금 수준에서 한국이 투자은행을 인수해서 세계 금융의 중심부로 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명백한 증거가 일본이다. 일본이 돈이 없어서 투자은행을 못하나. 아니다.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안 되는 것이다. 20~30년을 투자하고도 미국계 유대인이 중심인 국제 금융의 ‘이너서클’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가 갑자기 회사 하나 인수한다고 되겠나. 그렇게 생각한 것 자체가 이 정부가 아마추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만약, 국내 금융을 굳이 해외로 진출시키고 싶다면, 우선 은행을 인수하는 게 낫다. 그 다음이 보험이다. 그 뒤에나 고려해 볼만한 게 투자은행이다. 그나마 KB금융은 카자흐스탄 은행 인수했다가도 손들고 나오지 않았나. 국내 금융계의 실력이 그렇다. 그런데 투자은행 인수라니, 말도 안 된다.

IB육성이 단기간의 성과를 보기 위한 과제가 아니라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오랜 기간동안 끈질긴 도전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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