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데이

1.
AV. 오디오와 비디오입니다. 일반명사입니다. AV를 일본과 이어진 고유명사로 이해하는 분이면 재미있는 취향입니다.(^^)

지난주와 이번주, 오랜만에 아이들과 영화를 보았습니다. 특별한 시설은 없고 24인치 모니터로 영화를 보는 날입니다. 선택한 영화는 네편입니다. 메가마인드, 이브의 시간, 가시나무왕, 적인걸. 네편중 세편이 애니입니다. 딸들이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는 메가마인드, 가장 어렵다고 한 영화는 가시나무왕입니다.

메가마인드. 악당인 메가마인드가 주인공입니다. 세상에 등장했을 때 통상적인 동화의 구조를 뒤짚은 슈렉이후 또다른 뒤짚기가 아닐까 합니다. 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 등등 맨시리즈의 주인공들은 항상 고독합니다. 세상을 구원하여야 하는 숙명입니다. 자신을 드러낼 수 없이 두가지의 삶을 살아갑니다. 메가마인드의 메트로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나’를 발견합니다. 영웅의 길을 포기하고 ‘나’의 길을 갑니다. 영웅이 없는 악당은 존재의미가 없습니다. 악당 메가마인드는 새로운 영웅을 만듭니다. 타이탄입니다.

영웅이었던 메트로맨의 유전자를 타고 났지만 영웅이 아니라 악당의 길을 갑니다. 세상을 위해 자기를 버리는 것을 배우지 못하고 그저 영웅의 능력만을 배운 결과입니다. 희생없는 초능력을 자기의 이해를 위해 사용하면 악당일 뿐입니다. 로산느를 쟁취하려는 타이탄, 로산느를 사랑하는 메가마인드.

영웅과 악당을 가르는 기준은 관심입니다. 메사마인드는 악한 짓으로 관심을 얻으려는 또다른 우리의 모습입니다.

2.
로봇 3원칙이 있습니다.아이작 아시모프가 자신의 소설 아이 로봇에서 제시한 원칙입니다.

제1원칙 :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
제2원칙 :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원칙 :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 

이브의 시간. 안드로이드와 인간이 공존하는 어느 때가 배경입니다. 로봇3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로봇 3원칙을 스스로 해석하는 안드로이드와 인간이 만나는 ‘이브의 시간’이라는 카페가 무대입니다.

2000년초 스티브 호킹박사는 인류의 진화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인간 두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해 인공 지능이 인간 지능을 이용하기 전에 인간 지능이 인공 지능을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브의 시간’은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의 단골주제인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다룹니다.로봇에게 아버지, 어머니, 애인, 친구의 역할을 빼앗겨가는 인간을 그립니다.

로봇은 기계, 로봇은 다른 모습을 한 인간?

지금의 모습을 놓고 보면 로봇은 기계입니다. 그렇지만 수천년, 만년 진화를 거듭하고 뇌과학이 발전하면 전자기계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뇌를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면 인간의 마음을 갖는 기계는 인간 기계와 인간을 비교하려면 인간이 무엇인지 정의하여야 하는데 ‘나’를 ‘나’이게 하는 것은 기억이라고 한다.

신경과학의 최신 이론에 따르면 ‘나’라는 정체성을 유지시켜 주는 핵심인 ‘기억’이란 결국 유전자의 지시에 따라 합성된 단백질이다. 우리 몸에 외부 자극이 주어지면 세로토닌 같은 신경조절물질이 분비되면서 전기, 화학적 전달 과정을 거쳐 해마 같은 신경다발 속에 정보를 저장하고 이것이 바로 기억이다. 

사실 고민할 필요가 없는 주제입니다. 최소한 내 세대에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오히려 구제역으로 이 땅이 피바다가 되는 지금, 동물복지를 고민하는 편이 훨씬 더 자연적 사고가 아닐까 합니다.

전 국토를 가축 공동묘지로 만들어 놓고, 설날 고향에도 못 가게 해 놓고, 가축을 학살해 국민 정서를 황폐화시켜 놓고, 2조 원에 이르는 매몰 보상비를 국민에게 떠넘겨 놓고도 정부는 한마디 사과조차 않고 있다 

3.
가시나무왕은 보는 내내 머리가 아팠습니다. 현실과 가상의 세계가 뒤섞인 이야기구조때문에 두 딸은 “왜 보았는지”후회를 하더군요.(^^)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은 몇 년전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한 ‘그림자살인’을 떠오르게 합니다. 아마도 얼마전부터 극장에서 상영중인 ‘조선명탐정’이 혹 적인걸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적인걸의 장점은 유교적 시간으로 보면 중국최대의 요녀라고 하지만 여황제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는 적인걸의 말을 통해 다음과 같이 측천무후를 평가합니다.

하늘은 위에 두고 이 간을 증인삼아 신성소의태후 무씨 미랑은 들으라.

너는 법술의 힘을 빌어 종실과 중신을 무차별 살육했으니 죄를 면키 어려우나 사직이 현재 처한 존망의 정세를 고려하여특별히 그 죄를 면하노라.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권력과 모략이 필요하나 시비곡직은 적당히 얼버무릴 수 없으니 황상께서는 그 진퇴를 아시옵소서.

대통을 종실후대에 전하시고 새로운 황제의 연력으로 돌려주소서 

영화의 배경인 당은 세계최대의 강국입니다. 항구엔 세계각국의 무역선이 정박하고 있습니다. 사실여부를 떠나 거대불상을 도입한 발상은 놀랍습니다. 120미터의 불상을 올렸다는 자신감입니다. 중화적 세계관이? 곳곳에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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