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전 산행의 아쉬움으로

1.
2011년 1월 1일.
새로운 한 해가 열리는 날입니다. 물론 인간의 기준입니다. 어제 뜬 해가 새해라고 다를리 없습니다. 그래도 무언가 다짐을 위해 산을 오릅니다. 일출을 볼 생각도 있었지만 아내와 같이 가려면 어두컴컴한 시간을 아무래도 무리입니다.

아침을 먹고 관악산을 올랐습니다. 육봉능선을 탈 때 내려왔던 케이블능선입니다. 예상했던 대로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길입니다. 연 이은 ?폭설로 관악산도 하얀 눈으로 뒤덮였습니다. 설산을 오르는 일, 군대를 다녀온 이후 처음입니다. ?아이젠을 부착한 발걸음이 오르는내내 무겁습니다. 눈위의 한걸음이 평소의 두걸음같습니다.


멀리 관악산 정산을 보면 눈이 듬성듬성 쌓여있는 듯 합니다. 길을 걸어보면 다릅니다. 등산로는 눈을 덮였거나 얼어있고 강추위에 눈을 녹지않았습니다. 겉보기와 다른 산입니다.
목적지는 관악산 송신소입니다.새해 첫날이지만 산에 오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오르막에서는 약간 몸이 불편한 아내의 손을 잡으려고 손을 내밉니다. 그럴 때마다 “왜 그러느냐?”고 합니다.(^^) 말은 그래도 힘들면 손을 잡습니다. 끌어올리고 밀어올리고 쉬엄쉬엄 오르다 보니 어느덧 가장 가파른 ‘새바위 오르는 길’입니다.


케이블능선에는 지나는 등산객들이 붙여준 이름이 있는 바위가 몇 있습니다. 두꺼비바위 하고 새바위가 유명합니다. 두꺼비바위는 이정표로 사용합니다. 삼거리를 지나면 갈림길입니다. 송신소와 연주대로 이어집니다. 아내를 뒤따라 갑니다.

“어!” 이상합니다. 알고 보니 송신소가 아니라 연주대 길입니다. “아이쿠~~” “다시 뒤돌아가자”고 했지만 “꼭 정산에 올라가야 하냐”고 합니다. 그렇게 연주대로 내려와 잠시 쉬는 동안 큰 딸이 전화를 걸어옵니다. “할머니가 편찮으시다”고 합니다.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고 연주대로 내려왔나 봅니다. 급히 계곡을 따라 내려왔습니다. 새해 첫날의 산행은 아쉬움이었습니다.

2.
다시 이십여일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워낙 날이 차서 양재천 근처를 다녔습니다. 그렇지만 땀으로 범벅된 하루가 없으면 한주 몸이 쑤십니다. 일을 하다 보면 전자파에 워낙 많이 노출되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픕니다.(^^) 지난 금요일 아는 후배에게 사람을 소개시켜 주느라 도시락 대신 외식(?)을 했습니다. 메뉴는 사브사브입니다. 아주 오랜만에 점심을 먹으면서 땀을 흘렸습니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사무실에 도착하니 머리가 너무 맑더군요. “역시. 땀이 최고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난 1일의 아쉬움도 달랠 겸 주말산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코스는 문원폭포 우측능선입니다.

요즘 아내가 등산같은 운동을 쉬어야 하기때문에 한동안 혼자 올라야 합니다. 10시 30쯤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섭니다. 정부종합청사까지 걸어갑니다. 과천성당옆 관악산 입구에 눈 덮힌 음식점이 멋스럽습니다.

지난 번 육봉능선을 오를 때 반대편 능선으로 오르는 등산객을 봤습니다. 오르는 내내 어떤 길인지 궁금해서 찾았습니다. 문원폭포위로 마당바위가 있습니다. 마당바위를 돌아 한참 오르면 일명사지입니다. 다른 분들의 블로그에 찍힌 사진과 다릅니다. 하얀 눈위에 누군가 쌓아올린 돌탑이 쌓은 이의 정성을 느끼게 합니다.

일명사지를 뒤로 하고 능선을 타고 오르면 멀리서 육봉능선이 함께 합니다. 직접 탈 때는 몰랐지만 옆 능성에서 보니 너무 평범해 보입니다.좌측이 육봉능성의 출발이고 우측끝이 국기봉입니다.


오르면서 날이 맑았다 흐렸다 합니다. 멀리 보이는 송신소건물도 짙은 구름으로 어둑어둑합니다. 산에 오른 새벽 눈발이 날려서 산 곳곳에 솜같은 눈이 쌓여 있습니다 소나무에 쌓인 눈이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설화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강한 곳에 핀 설화는 소나무잎을 닮았습니다.

문원폭포로 오르던 길은 중간에 케이블능선과 만납니다. 두번째 케이블철탑쯤 이면 한눈에 연주대가 들어옵니다. 눈 덮힌 연주대가 아릅답습니다. 더구나 삼각형으로 늘어선 장독은 멋스럽습니다.

송신소에 올라 과천을 내려다 봅니다. 고작 600미터를 올라왔을 뿐입니다. 다른 세상입니다. 이제 안양쪽 팔봉능선으로 갈지, 연주대로 갈지 아니면 기상관측소로 갈지 정해야 합니다. 오랜만의 등산이라 가벼운 내리막을 선택했습니다. 송신소밑을 지나 관악산정상 넘어 관악문, 다시 과천교회로 이어지는 능선을 탔습니다.

송신소밑으로 관악산 정상 가는 길은 처음입니다. 눈으로 덮힌 길이라 편치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점점 가까이 보이는 연주암과 기상대는 흐린 날씨지만 그림같았습니다.


3.
그동안 찍은 사진을 보면 다 오를 때 찍은 사진들입니다. 내려올 때 찍은 사진은 거의 없습니다.

“왜 그럴까?’

오를 때는 앞으로 갈 정상을 확인하고 머리속으로 기억합니다. 내려올 때는 목표를 이룬 성취감으로 조심조심 바로 앞만 봅니다. 수도 없이 다녔던 내리막길이지만 조심스럽습니다.

토요일 아침 손석희의 시선집중 토요초대석.초대손님은 사진작가 조세희씨입니다. 흑백사진을 선호하는 이유를 물으니 답 합니다.

인간을 보편적으로 만든다고 하나요. 특히 소외계층 촬영을 많이 할 때 제가 흑백을 거의 대부분, 100% 흑백을 지금 쓰고 있는데 예를 들자면 옷이나 피부색이나 심지어 액세서리조차도 칼라인 경우는 거기에 차별화가 되고 두드러지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그것도 10년 전부터 아예 그냥 무조건 흑백으로 흑과 백의 단순한 색이 굉장히 사람들을 신분이나 부나 이런 부분에서 보편화 시킨다는 생각을 저는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흑백은 극과 극의 대립입니다. 흑백논리가 난무하는 사회는 폭력사회입니다. 눈으로 덮힌 설산은 모두의 차이를 덮어 버립니다. 낙엽이 떨어진 앙상한 나무, 사시사철 푸른 침엽수도 눈 덮힌 산에서는 그저 나무일 뿐입니다.

눈으로 덮힌 사회, 흑백사진으로 바라본 사회, 차별없이 차이만 있는 사회입니다.
갑자기 머리가 맑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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