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슈퍼, 아니 새끼메뚜기

1.
연말 2호선 맛집기행을 했습니다.

장소는 구로동에 있는 중국식 양꼬치구이입니다. 만남 분은 90년초반부터 인연을 맺어 같이 넥스트웨어을 창업했던 1대 대표이사님입니다. ? 2002년 회사를 그만 둔 이후 8년만에 만났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사람이 사라질 수 있지만 변화가 크지 않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말하는 어투나 습관이 바뀌지 않았더군요.(^^)

누구와 팀을 이루어 매매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알고보니 다 넥스트웨어와 관계있던 분들이더군요. IMF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모증권사에 취직한 개발자. 2002년 말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퇴사하셨고 회사 경영전략이 달랐던 몇 분이 나우콤으로 이직하였는데 그 때 이직하였던 개발자중 한 명. 들리는 말로는 IMF때 퇴사했던 개발자중 한 명은 구로동에서 별도의 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면면을 보니까 공통점이 느껴지더군요. 게임을 좋아하고 클라이언트를 개발하였기때문에 업무의 연장으로 주식투자를 했던 분들입니다. ?트레이딩시스템이 아닌 온라인게임시스템도 개발하였습니다. 한국기원 바둑시스템이나 나우콤 온라인포커나 고스툽 등등입니다. 이 때 주축을 이뤘던 분들입니다. 대표이사님도 게임사업에 적극적이었습니다.

저 하고 많이 다릅니다. 트레이딩을 과학이고 IT라고 주장하지만 알고보면 시장참여자간의 게임입니다. 나름의 위험을 즐기고 위험에 따른 수입을 노려야 합니다. 도박이나 투자나 게임이나 인간의 심리는 같지 않나 합니다.

2.
2000년대 중반 몇 분이 PC방을 하고 있었습니다. PC방 사업을 하면 여유시간이 많다고 합니다. 심심할 때 무엇을 할 까 고민하다고 증권사에 있던 개발자가 “ELW상품을 해보라”고 했답니다. 개발자는 모 증권사에서 ELW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었고 같이 개발했던 사람들이 시중에 유명한 슈퍼메뚜기가 되었다고 하네요.여러번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지만 같이 하지 않다가 풀빛컴퓨팅이라는 인연으로 세 분이 함께 시작했습니다.

주로 주식ELW를 거래한다고 합니다. 지수ELW를 하려면 슈퍼메뚜기와 싸워서 이길 정도로 레이턴시를 줄여야 하는데 거래규모가 크지 않아 주식만 한다고 하네요. 하루 수수료는 한 계좌는 백만원, 다른 계좌는 오백만원정도입니다. 한달에 일 억이 넘는 수수료입니다. 슈퍼메뚜기용 ELW거래시스템이 일 억에서 삼 억정도 하니까 증권사는 최대 세달이면 투자비를 회수한다는 계산입니다. 새끼메뚜기가 이정도니까 슈퍼메뚜기의 어미메뚜기는 한달이면 회수한다는 뜻입니다. 운용자금은 각자 조달하였다고 합니다. 대략 몇 억 수준인 듯 합니다. 지점 영업사원이 자금을 모아주겠다는 제의를 하지만 사양하고 있다고 하네요.

“한달에 얼마 버는지” 물어보지 않았습니다.다만 하루에 계좌별 수익이 얼마인지 대략 들었습니다. 몇 백단위와 몇 천단위가 되는 듯 하더군요. 새끼메뚜기가 이정도면 어미메뚜기는 어느 정도일지 짐작하기 힘듭니다.

지금은 저도 아는 증권사와 시스템 협의를 하고 있다고 하네요. 바닥이 넓은 듯 하지만 좁네요.

3.
ELW 매매를 잘 알지 못하지만 만났던 팀은 ?LP를 대상으로 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듯 합니다. ELW는 Liquidity Provider가 항상 정해진 스프레드 내에서 호가를 제시하기 때문에 LP의 움직임을 예측하여 투자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를 테면 Front Running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ELW 전업투자자는 “ELW시장에서 증권사 LP의 호가 제시 원리를 꿰고 있는 슈퍼 메뚜기들이 시스템트레이딩을 활용해 손쉽게 떼돈을 벌고 있다”고 귀띔했다.

ELW 가격은 현물 주가흐름과 맞물려 움직이는데 증권사 LP들의 방향성을 한발 앞서 예측하는 시스템 트레이딩을 사용하는 슈퍼 메뚜기들이 단타 싸움에서 한 수 위라는 설명이다. 

통상 Market Making 전략입니다.

Market making 은 매수가와 매도가를 지정가로 제시함으로써 양방향 거래가 이루어졌을 때 매도가와 매수가의 차이(매수/매도 스프레드)만큼의 수익을 기대하는 매매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market maker는 ELW LP(liquidity provider)나 NYSE 시장의 specialist와 같은 호가 제시의 의무를 가진 기관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스프레드 수익을 기대하는 모든 prop 트레이더를 합쳐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시장의 변동성이 작을 경우 거래 시간의 대부분은 주문 도착의 비대칭성과 noise trading 으로 인한 가격의 미세한 변동을 제외하고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가격의 변화가 매도 매수 스프레드 보다 작고 거래량이 많을 경우 독점적 market making은 이론적으로 매도 거래 대금 – 매수 거래 대금 만큼의 수익을 기대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 많은 quant fund, algo fund 들이 이러한 유형의 매매를 늘리고 이에 따라서 시장의 변동성이 감소하거나 과거에 보이지 않던 움직임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Introduction (I) – algomarket중에서 

슈퍼메뚜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운용전략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나는 점이 궁금했습니다. 전 직장에서 있을 때 들었던 거래모델이나 전 대표이사님이 거래하는 전략이나 진입장벽이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느낌으로는 트레이더의 감각에 의존한 전략입니다. 과학으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은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관의 영역이지만 직관 또한 경험과 추론의 반복을 통해 정립된 과학입니다.

그렇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 혹은 같은 감각과 직관으로 거래하는 트레이더가 늘어나면?아니면 감독기관의 규제가 강화되면 어떨 결과가 나올까요? 자신할 수 없지만 재미있는 자료가 발표되었습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달 말 ELW시장 건전화 대책이 발표된 이후 하루 거래대금 2조원을 넘어선 적이 없다”며 “특히 이달 초 증권사에 대해 불공정 거래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통보한 이후 스캘퍼(일명 슈퍼메뚜기)들의 거래가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29일 ELW시장의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해 투자자들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초보자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개선책을 발표했다.

초단타 거래를 일삼는 스캘퍼의 시장 교란행위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과 거래소가 감시에 들어간 상태다. 특히 증권사들이 스캘퍼에게 별도의 전용회선 배정,수수료 인하,주문 프로그램 제공 등 유치 경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 엄중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ELW 대책 약발…거래대금 2조 밑으로 중에서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감독기관의 규제가 시장에 큰 영향을 줍니다. ELW 거래감소도 12월 29일 규제책으로 거래가 줄었습니다.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전략이 있을까요? 누군가 KRX 논문경진대회에 주식워런트증권을 활용할 전략으로 다음을 들었습니다.

1) 단일 주식 종목에 대한 ELW 매매
□ 기존의 KOSPI200 옵션으로 가능했던 주가지수에 대한 방향성 투자나 변동성 투자, 차익거래, 헤지거래 등이 KOSPI100에 속하는 100종목에 대해서도 가능해짐
□ 현재 30대 기업의 개별주식옵션이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으나 Market Making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거래가 거의 전무한 현실임
□ 반면 ELW는 Liquidity Provider가 항상 정해진 스프레드 내에서 호가를 제시하기 때문에 개별 주식종목의 변동성에 투자하거나 보유종목을 헤지하는 등의 요구가 있는 투자자들은 ELW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음

2) 기존 옵션상품과 ELW간의 스프레드 매매
□ 기존의 KOSPI200옵션이나 개별종목옵션보다 ELW의 만기가 더 긴 것을 이용하여 Calendar Spread 전략을 취할 수 있음
□ 또한 기존 옵션의 내재변동성과 ELW의 내재변동성 혹은 복수의 ELW 간의 내재변동성 차이를 이용한 준차익거래도 가능

ㅇ 발행자의 적절한 신용스프레드 이상 혹은 이하로 동일 기초자산에 대한 두 상품간의 변동성 스프레드가 벌어질 경우를 활용함

3) ELW의 공매도적 성격을 이용한 매매
□ 현재 주식의 공매도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공매도를 이용한 다양한 투자전략이 실행되지 못하고 있음. 시장중립전략 중 대표적인 Long/short equity나 전환사채 차익거래, 이벤트차익거래 등은 모두 주식 공매도를 전제로 함
□ ELW를 이용한 개별종목에 대한 합성선물 매도 포지션으로 공매도 포지션을 복제하여 이러한 전략을 활용할 수 있음 

투자를 하는 트레이더의 심리, 평균이상의 수익을 노립니다.? 그런데 시장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을 보면 기대수익 보다 실제수익이 크지 않은가 봅니다.

4.
앞서 ELW 트레이더를 보면 시장에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는 전문트레이더들이 어떤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IT와 증권매매업무를 이해하고 있는 개발자, 금융공학을 전공하였지만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전업트레이더의 길로 들어선 퀀트. ?전통적인 트레이더는 감각이었습니다. 시장이 보여주는 미묘한 변화를 놓치지 않고 타이밍을 찾아 수익을 노리는 능력입니다. 이제 감각에 더하여 소프트웨어기술과 금융공학이 주요한 능력입니다. ?2000년 벤처로 대박을 노렸지만 헛되이 사라졌던 꿈을 트레이딩에서 찾고 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선물옵션->해외선물->주식옵션->FX마진->ELW등으로 상품을 바꾸면서 절대수익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꿈이 있었습니다. 홍콩시장에서 ELW로 진검승부를 해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실력을 갈고 닦고, 운용자산도 늘리어서 꿈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한편으론 스스로 참담해집니다. ELW시스템으로 누구는 일억을 벌고, 누구는 몇 십억을 발고, 누구는 몇 백억을 벌어 들입니다. 차이가 무엇일까요?

증권사 허가증 VS 투자자본 VS IT

금융산업속에서 IT의 위치를 느낀 날이었습니다. “굳이 내가 IT를 하여야 하나” 하는 자괴감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말을 새겨봅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6 Comments

  1. pkt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잘 보고 가십시요, 신호는 보고 가야지요? ㅎㅎㅎ
    항상 응원하고 격려합니다. 그리고 힘을 얻습니다. 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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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mallake

      가는 길이 혼자라면 외롭지만 혼자가 아니니 외롭지 않고 힘들지 않습니다.

      IT를 직업이든 사명이든 무엇이든 몇십년을 한 사람들이 대접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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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khan10005

    안녕하세요? 몇일전 글보고 우연히 찾아왔다 인사드립니다. 메일 보냈는데 확인하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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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mallake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메일을 방금 확인을 했습니다. 답장을 드렸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Reply
  3. khan10005

    메일이 확인이 안되네요. 099@korea.com 이 계정으로 보내신게 맞는지요?

    Reply
    1. smallake

      dream4로 시작하는 메일계정입니다. 워낙 만은 계정을 쓰시나 보네요…(^^)

      Reply
  4. Hammer

    요근래 슈퍼메뚜기때문에 홍역(?)을 치루는 중이라 제목이 눈에 띄네요.
    머 덕분에 평소 무관심하던 분야까지 관심갖게 해줘서 고마운점도 있긴하지만 그래도 힘듭니다. ㅎㅎ
    저도 고객 계좌 볼때마다 자괴감이 많이 들긴하는데요.
    님처럼 ‘무소의 뿔처럼..’ 하려고 합니다. ^_^

    Reply
    1. smallake

      이런 SF영화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어느날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큰 바람이 한반도를 휩씁니다. 휩쓴 결과 금융IT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일순간 다른 차원의 시공간으로 날아갑니다.

      그 때부터 경영진부터 영업사원까지 서비스를 운영하고 고객응대하랴 바쁩니다. 초단위로 장애가 발생하고 고객은 전화기에 욕을 합니다. 그렇게 몇달 흐르면 한국금융산업은 멈추겠죠.(^^)

      스스로 자존심을 가집시다. IT는 경영이나 영업 혹은 기획에 비추어 아래에 있는 노동이 아닙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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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Hammer

      그런 영화 만들면 재밌겠네요. ^_^

      저 스스로도 절대 아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의 생각이 나와 다를뿐.. ㅎㅎ

      Reply
    3. smallake

      주인공은 연기력이 있어야 하니까…
      우정출연으로 해서 “사라지는 개발자들중 개발자1″을 하시면…

      내 스스로가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다른 사람들도 나를 존경의 눈으로 바라 본다는 생각을 합니다..

      Reply
  5. K증권

    “IT를 직업이든 사명이든 무엇이든 몇십년을 한 사람들이 대접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항상……”

    저도 그런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무척이나…

    소위 대한민국을 “전문가가 대접받지 못하는 세상”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한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 보다는 획득한 권위로 전문가 행세를 하는 아마추어가 난립하기 때문이겠죠.

    Reply
    1. smallake

      기업조직의 권위란 군대식 계급장입니다. 합리성을 배제되고 ‘까라면 까”라는 식의 문화입니다.

      존경을 받은 기업리더들이 되어야 하는데…
      사실 저는 향기가 나는 사람이 좋습니다. 인간적인 향기가 있고 무언가 대화를 하더라도 느낌이 있는 …

      Reply
  6. khan10005

    dream4로 시작하는 메일은 누구것인지 모르겠네요. 죄송하지만 위 korea.com 메일로 다시 부탁드리겠습니다.

    Reply
    1. smallake

      음….다른 사람 메일을 착각했나? 하여튼 몇 일사이에 메일이 온 적이 없습니다.제가 메일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Reply
  7. 다나끔

    넥스트웨어에 풀빛 이야기가 나오는걸 보면 제가 알고 있는 분이 아닌가 궁금해 지는데요.
    전 “김종래” 구요. 구로동팀은 상순이 이야기 인가 싶은데요. 맞나요?

    Reply
    1. smallake

      안녕하세요. 저는 김형준입니다. 아시겠죠?(^^)

      대략 말씀하신대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같이 있지 않나요? 그렇게 알고 있는데….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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