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로 인한 손해배상

1.
얼마전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회사가 모 증권사에서 대외계(FEP)시스템을 납품한 후 유지보수를 해오고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주문대외계시스템은 아주 중요한 시스템입니다. 장애가 발생하면 주문자체를 내지 못하는 아주 큰 위험에 노출됩니다.  주문대외계에서 장애가 발생하여 고객이나 프랍인지 큰 손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개발사와 발주사사이에 손해배상을 두고 설왕설래했고 작지 않은 금액을 손해배상하였다고 합니다.

프로그램의 버그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면 발주사든 개발사든 고객에게 손해를 배상하여야 합니다.문제는 손해배상이 아니라 ‘얼마’를 해야 하는가 입니다. 대외계시스템을 개발할 때 증권사가 투자하는 금액이 정확히 얼마인지 모릅니다. 2000년을 전후로 할 때 3억정도를 했으니까 지금은 한참 낮은 가격이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예를 들어 2억정도를 받고 주문대외계를 개발하였고 프랍이든 고객이든 선물거래를 하다 프로그램의 버그로 인하여 손실이 발생하였다고 가정을 해보죠. 손실규모를 10억이라고 하죠. 당연히 발주사는 개발사에게 10억을 배상하라고 요구를 합니다. 개발사는 황당합니다. 개발비로 받은 금액이 2억인데 받은 금액의 다섯배인 10억을 배상하라고 하기때문입니다. 협상이 될리 없습니다. 계약서를 놓고 법적인 검토를 벌입니다. 만약 계약서에 면책조항이 있다고 하면 손해배상금은 발주사가 부담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최대 얼마까지”라는 단서조항 없이 그냥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으면 골치가 아픕니다. 얼마까지 하여야 하는지 골치가 아픕니다. 발주사는 최대한으로, 개발사는 최소한으로 협상을 하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개발사가 ‘을’이기때문에 이길 수 없는 협상입니다.

2.
한번의 학습효과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전 증권사가 손해배상과 관련된 조항을 ‘전액배상’으로 계약에 넣으려고 합니다. 더 심각한 어려움이 생깁니다. IT시스템을 개발을 할 때 증권사는 예산을 책정하고, 개발사는 견적을 냅니다.예산과 견적에 위험비용을 포함하여야 할지 말지를 결정하여야 합니다.

위험을 관리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보험입니다. 이미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계약이행보증보험이나 하자이행보증보험을 제출할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개발사와 달리 발주사인 금융기관은 전자금융거래법에 의하여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기때문에 보험가입을통하여 위험을 관리하고 있는 듯 합니다. 문제는 소프트웨어 개발사입니다. 국내에서 시행하는 제도중 PL(Product Liability)제도가 있습니다.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소비자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제조업체·유통업체 등이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손해 배상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한국도  2002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손해배상이 PL제도와 연관있는지 알 수 없지만  손해보험업계가 판매하는 제품중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개발업자를 위한 손해배상책임보험’이 있습니다.

이제 손해배상보험을 통해 배상을 보증하는 내용을 계약서에 추가하는 것이 합리적일 듯 합니다. 여기서 남은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보험이 다 그러하듯이 배상 책임 한도가 있습니다. 1억으로 할지, 100억으로 할지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집니다. 보험금이 달라지면 개발사는 원가압력이 높아집니다. 제안가격을 조정하여야 합니다. 100% 무결점 소프트웨어란 경험상 없기때문입니다. 발주사가 주장하는 ‘전액배상’과 개발사가 주장하는 ‘개발금액내 배상’사이에 엄청한 간격이 존재합니다. 최악은 “발주사가 개발범위내에서 보험비용까지를 감당하고 배상범위는 최대한으로 하라”고 할 경우입니다.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방법을 찾더라도 개발사는 원가상승 압력을 받습니다.아마도 이런 단서조항이 견적서에 들어가지 않을까요?

“손해배상을 위한 보증보험비용 제외”

3.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2010년 7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산장애 105건(14.2%), 일임매매 65건(8.8%), 임의매매 54건(7.3%), 부당권유행위 46건(6.2%), 주문집행 분쟁 24건(3.3%)으로 순으로 분쟁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전산장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제 손해배상은 금융기관이 아니라 금융IT를 주업으로 하는 개발사의 중요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개발사는 법적인 수단보다는 대화로 풀려고 합니다. 이를 테면 개발범위나 개발기간등은 대화로 풀 여지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화의 뿌리는 결국 계약서입니다. 어떻게 계약을 해놓느냐에 따라 대화로 풀 때 협상력이 달라집니다.

마침 소프트웨어연합회에서 좋은 지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문지식제공서비스 – 법률/계약컬럼

또하나 변호사 혹은 법무법인과 계약을 통해 전문적인 지원을 받는 것도 방법입니다.

법을 몰라서 입은 피해는 법이 보호해주지 않습니다. 기업경영을 할 때 법지식이 무지한 것은 죄악입니다.

4 Comments

  1. dolppi

    맞는 말씀이에요. 사실 계약서상에 명확히 한도를 정해놓더라도(저희는 그렇게 하는데) 소송 진행하겠다고 얘기하면 적당히 합의를 안볼 수가 없어요. 이동네에서 계속 장사하려면..
    금융권 IT 협의회같은거라도 있어야 될것같아요. 불공정계약에 손해배상에… IT 벤더들이 안망할 수 없는 구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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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mallake

      대통령도 나서서 “공정사회 만들자” 라고 하지만
      본인도 못지키는 게 공정성인데..뭐…

      정글과 같은 시장에서 살아나려면 먹히지 않을 정도로 덩치를 작게 하던가 – 공류시대 포유류가 살아남은 이유중 하나(^^)
      아니면 호가호위할 수 있도록 힘있는 사람을 등에 업거나.

      하여튼 고민하나 추가.

      그런데 댓글을 쓰지 마시고 블로그에 글 좀 쓰세요.
      정리한 다음에 글 쓸 수도 있지만 하기 위해서 쓸 수도 있어요.

      아무튼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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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박모군

    사실 이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와 공급자를 떠나서 이러한 문제를 공론화하고 그 비용을 정당하게 프로젝트 또는 제품 비용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필요하다면 최초 RFP발송때 이러한 부분을 명기하고 공급자는 그 비용을 포함해서 가격 제안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좋은제품을 제값주고 구매하는 풍토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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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mallake

      ㅋㅋ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한번도 계약서의 조항을 현실에 적용한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2002년 모증권사에 큰 장애가 발생했을 때 사실 손실이 크게 발생하였지만 손실배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전자금융거래법을 도입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법이 바뀌면 관행도 바뀌어야 하는데. 개발사는 과거의 경험에 안주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RFP에 명시하면 좋겠지만 그럴지 의문입니다. 다 비용인데. 이래저래 IT비용이 올라가면 발주사 경영진이 좋아할지 의문입니다.

      아직도 비용이라고 생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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