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둘레길

1.
제주올레길이 나를 유혹합니다.
신자는 아니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이 나를 부릅니다.

2010년 최고의 히트상품이 ‘걷기’라고 합니다. 각박한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이 대지와 호흡하며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듯 합니다. 물론 저도 포함입니다.

제주올레길이 지리산둘레길로 번지고 북한산둘레길로 이어집니다. 다시 무언가 한건 필요한 사람들이 길을 만듭니다. 얼마전 ?관악산둘레길도 만들어 사람을 부릅니다.

누군가 조용히 거닐던 길은 차와 사람으로 넘쳐납니다. 길위를 덮고 있을 낙엽은 사람의 발길에 쓸려갑니다. 대지와 나의 대화를 사라지고 사람들의 거친 호흡과 시끌벅적한 발소리만 남습니다.

굳이 그렇게 걸어야 하나 싶습니다.

2.
과천도 둘레길이 있습니다.
과천 서울대공원을 방문하시면 산림욕장을 오르내리면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흔히 ‘서울대공원 둘레길’이라고 합니다. 약간의 비용이 드는 길입니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너무 추워 가까운 곳을 걷기로 하여 서울대공원으로 나섰습니다. 아내와 함께 자주 다니는 길입니다. 또다른 ‘서울대공원 둘레길’입니다.

출발은 양재천입니다. 양재천 오리는 완전히 도심에 적응하였습니다. 살도 포동포동 오르고 인기척에 놀라지도 않습니다. 이제 어엿한 주인입니다. 사람은 그저 객(客)일 뿐입니다. 평소 같으면 선바위역에서 경마장을 지나는 길을 택하였지만 대로변이라 다른 길을 택하였습니다. 과천 하수처리장옆길을 따라 과천 국립과학관까지 이어진 길입니다. 비닐하우스가 즐비합니다. 비닐하우스는 화초들의 안식처이지만 사람들의 안식처이기도 합니다. 화훼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비닐하우스를 주택으로 삼아 살아갑니다.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 공부방도 있고 노인정도 보입니다. 옆으로 큰 깃발이 날립니다.

“비닐하우스 주거권 쟁취”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삶의 터전을 뒤로 하고 또 누군가가 떠나야 합니다.

3.
국립과학관을 지나 현대미술관을 가는 둘레길로 들어섭니다. 차들이 다니는 길입니다만 자전거길이기도 합니다. 찬 바람이 물어쳐도 몇몇이 자전거를 몰고 거친 숨을 몰아 올라갑니다. 중간에 옥녀봉으로 가는 등산로를 타는 듯 합니다.

“어디로 가실 예정이세요?”
“옥녀봉 갑니다. 폭포까지 가서 양재쪽으로 내려올 예정입니다.”

하나 배웠습니다. 옥녀봉까지 자전거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습니다. 2011년 목표를 추가했습니다.(^^)

평일이나 휴일 이른 9시이후 서울대공원 호수쪽으로 자전거가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예전에 자전거훈련도 하고 그랬지만 자전거 붐이 일면서 사고가 많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때문인 듯 합니다.

현대미술관에서 서울대공원 정문을 지나 청계산쪽으로 우회합니다. 만약 아주 크게 둘레길을 경험하시고 싶다면 서울대공원으로 들어가서 산림욕장을 오르고 내려오시면 될 듯 합니다. 서울대공원 동물병원이 있는 길로 들어서면 청계산을 타는 등산객을 많이 만납니다. 과천 매봉에서 청계사로 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길을 따라 계속 가면 곰돌이동산이 있습니다. 여기서 좌측 문원동 산능선을 타고 내려오면 과천교회-과천역입니다.

이 길을 지날 때마다 안타깝습니다. 문 닫은지 몇 년 된 IT정보나라와 곰돌이공원때문입니다. 두 곳다 서울시 재산인 듯 합니다만 몇 년째 흉물로 방치되어 있습니다. 시의회나 집행부가 고민해서 재활용을 하면 좋을텐데. 가령 곰돌이동산은 기숙이 가능한 교육훈련시설로 바꾸어 임대를 해도 될 듯 하고, IT정보나라도 시민교육시설로 위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약 8Km정도의 둘레길입니다. 비공식 둘레길입니다. 도시의 또다른 면을 볼 수 있는 길입니다.

4.
어디를 걷는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걷는가입니다.
걷기를 운동으로 하든, 사색으로 하든 그것은 개인이 선택할 문제입니다.

어떤 길의 시작은 길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의 도전이 있었고 그 뒤를 따라 사람들의 자취가 쌓인 것이 길입니다.

인생이 그러하듯히 나만의 길을 만들어 보시면 어떨지. 길위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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