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 동백

1.
누군가 나를 기억해준다는 말처럼 좋은 일은 없습니다.
누군가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말도 역시 좋습니다.

놀러와 ‘세시봉친구들’ 특집에 출연했던 조영남씨가 자신이 죽을 때 불러주었으면 하는 노래를 소개했었습니다. 사연이 있었습니다. 가수들이 죽으면 가수장을 하는데 영결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고인의 히트곡을 부른다고 합니다. 고운봉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 ‘선창’을 불렀다고 합니다.

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으려고 왔던가….

노래를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장례식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조영남씨도 자신의 히트곡이 데뷰곡인 ‘딜라일라’나 ‘화개장터’를 불러야 하는데 장례식과 맞지 않아서 ‘모란동백’을 녹음했다고 합니다.

원곡은 소설가 이제하선생님이 오래전에 취입한 ‘김영랑,조두남,모란동백’입니다. 간결한 반주에 허스키한 목소리를 부른 곡입니다.

칠십이 넘어 부르신 노래지만 역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2.
조영남씨가 기타 반주로 노래할 때 가사를 음미했습니다. 구구절절 가슴에 와닿네요.아마 이젠 누군가를 기억하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사람이고 싶은 나이인가 봅니다.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산에 버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번 모란이 필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 아가씨
꿈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불고 덧 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래벌에
외로히 외로히 잠든다 해도

또 한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또한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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