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개발자

1.
개발자들의 노화. 저도 고민했던 주제였고 증권개발자들이 늙어간다를 쓰기도 했습니다. 요즘 프로젝트를 하면서 개발자의 노화를 뼈저리게 체험합니다. 현재 팀을 이루는 25명중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이 계십니다. 네살이 많습니다. 50대 후반입니다. 개발자의 평균연령은 40대 중반에서 후반입니다. 20대가 몇 분이 있습니다만 비중이 높지 않습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6개월이 넘어가지만 나이 든 개발자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저도 젊은 사람이 아니고 저와 비슷한 또래이거나 나이가 많다고 해서 개발이나 관계에서 문제를 보이지 않기때문입니다.

우현히 늙은 개발자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단 글을 읽었습니다. 순전히 제목때문에 읽었던 글입니다. 글이 늙은 개발자의 문제라고 정의한 부분을 보면 이렇습니다.

고용 단계의 문제: 젊은 관리자가 늙은 개발자를 뽑고 싶지 않아 한다.
주도권 문제: 리더-팀원 관계에서 주도권을 잃게 된다고 생각한다.
사내 호칭 문제: 늙은 개발자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른다.
관리 업무 문제: 나이가 들면 으레 관리 업무를 하거나 높은 직급을 가져야 한다.
연봉 문제: 직급이 낮으면 높은 연봉을 주지 않는다.
이미지: ‘젊은 기업’ 이미지에 ‘늙은 개발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글을 쓴 Nairrti가 누군지 궁금했습니다. 게임개발자연대 대표를 맡고 있는 김종득씨라고 합니다. ‘게임개발자연대’ 설립에 힘을 보태주세요!을 보니까 94년 HiTel ‘게임제작동호회에서 활동을 하셨더군요. 대략 40대초반 내지는 중반일 듯 합니다. 게임개발자들의 인권과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한 일을 하시나 봅니다. 늙은 개발자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글을 왜 썼는지 의도가 궁금했습니다. 문제라고 나열한 문제는 젊은 개발자 혹은 관리자들이 생각하는 문제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글을 읽으면서 왜 문제인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이 일하는 늙은 개발자. 사적인 자리에서는 ‘형님’이라고 합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부장’이라고 합니다. 리더의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스스로의 능력에서 나옵니다. 젊은 개발자가 뛰어난 능력을 보이면 고개를 숙일 수 있는 늙은 개발자들도 아주 많습니다. 이미지? 젊은 기업은 나이가 아니죠. 사업을 하는 방식이나 문화입니다. 나이는 숫자입니다. 그리고 상대적입니다. 숫자로 일반화할 수 없는 것이 사람에게는 너무 많습니다. 잡스는 애플을 거대한 스타트업이라고 하였습니다. 스타트업은 젊은 기업입니다. 나이 든 잡스는 늙은 개발자든 젋은 개발자든 상관없이 끊임없이 혁신하는 조직문화를 통하여 젊은 기업을 만들었습니다. 기업이나 개발조직에서 중요한 문제는 개발문화이지 개발자의 나이가 아닙니다.

흔히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이야기할 때 남과 다른 창의성을 바탕으로 대박을 이룬 개발자와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생고생을 하는 3D노동자로서의 개발자를 구분합니다.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듯 합니다. 그래서 두 부류사이에 만리장성을 쌓습니다. 하는 일은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소프트웨어 비지니스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여러가지입니다. 그중 창조적 능력이 하나일 수 있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그러면 소프트웨어개발의 본질이 ‘창의성’일까요? 다른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창의성을 필요없는 장식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창의적 사고는 어떤 일에나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과 다른 사고를 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성공의 열매를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프트웨어개발이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만이 하는 일은 아닙니다. 전혀 창의적이지 않은 사람도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말하면 누군가의 요구를 전산적인 도구를 이용하여 만들면 됩니다. 새로운 방식도 가능하고 구닥다리 방식도 가능합니다.

저보다 몇 살 많은 대학선배는 스스로를 ‘정보화시대의 노가다’라 합니다. 유명한 대기업을 다니다가 오래전 퇴직하여 사업을 했습니다. 사업이 여의치 않자 프리랜서 개발자로 살아갑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늙은 개발자이고 늙은 노동자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노동을 오래했기 때문에 젊은 개발자과 비교할 때 강점도 있고 단점도 있습니다. 단점보다는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팀을 만들면 앞서와 같은 문제들을 문제가 아닙니다. 나이가 소프트웨어개발에서 아주 중요한 걸림돌이지 않습니다. 만약 조직이 지향하는 목표와 문화에 부적합한 개발자가 있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도태시키면 됩니다.

2.
젊은 개발자가 없다고 탓하지 말고 늙은 개발자에게 기회를 주었으면 합니다. 늙은 개발자도 끊임없이 학습하여 과거를 파는 개발자가 아닐기 바랍니다. 소프트웨어산업도 노령화를 앞두고 준비를 하여야 합니다.

얼마전 대학 진로를 고민하는 큰딸에게 ‘컴퓨터공학과’를 추천하였습니다. 대박, 성공, 창의적 사고? 이런 것과 관련이 없습니다. 큰 딸이 관심을 가진 분야는 방송컨텐츠입니다. 그렇다고 신문방송학을 전공한다고 길이 열리지 않습니다. 저의 조언은 이랬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렇지만 앞으로의 사회는 더욱더 정보화에 의존한 사회이다. 정보화의 기본은 정보기술이고 정보기술에 대한 이해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필수적이다. 프로그래밍언어는 꼭 배우라.

산업화시대의 노동자가 공장 노동자이었다고 하면 정보화사회의 노동자는 소프트웨어개발자이다. 소프트워어개발을 할 수 있으면 최소한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남과 다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의도하지 않은 기회를 얻을 수도 있고 사업을 직접할 수도 있다.

내 딸이 개발자로의 삶을 산다면 오래 오래 즐겁게 일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2 Comments

  1. 가오리

    small lake 작은호수…ㅋ
    꿈이 그렇게 작고 낭만적이고 소박하니, 항상 힘든겁니다~

    Reply
    1. smallake (Post author)

      작고 낭만이 있고 소박한 삶이 어느 때부터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생각이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삶이 있겠죠.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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