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시험을 두 번 본 큰 딸이 침대를 사달라고 합니다. 작년 겨울 분가한 후 이사온 아파트가 비좁아 침대를 버리고 책상과 옷장 그리고 이불만으로 일년을 산 큰 딸의 애절한(?) 소원입니다. 몇 일 방법을 찾았습니다. 오래전 메모를 해두었던 로프트침대가 떠올랐습니다. 때마침 광명에 개장한 이케아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로프트침대가 착한 가격에 있더군요. 그래서 토요일 아침 큰딸방을 대대적으로 정리했습니다. 책상을 정리해서 집안 곳곳으로 재배치하고 책도 정리했습니다. 길이를 재보니 210cm가 나옵니다. 로프트 싱글침대가 가능합니다. 정리와 대청소를 마치고 이케아 광명점을 찾았습니다. 이케아 광명점은 KTX, 롯데아울렛 그리고 코스크꼬까지 있는 광명 복합단지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규모가 놀라웠습니다. 힘들게 롯데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이케아 입구를 찾으니 긴 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하는 분들에게 물어보니 “안전상의 이유로 입장시킨다”고 합니다.
30여분을 기다린 후 입장한 이케아 광명점. 상상이상입니다. 아현동이나 사당도 가구거리와 완전히 달랐습니다. 대형 마트의 가구매장과도 달랐습니다. 의식주중 ‘주’와 관련한 모든 물품을 체험하면서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지상3층에 마련된 쇼룸, 체험공간으로 올라갑니다. 체험공간은 이케아 제품을 주제별로 분류한 후 꾸며놓은 곳입니다. 제품의 가격이나 질을 떠나서 장식한 상품들은 지름신이 강림하도록 합니다. 힘들게 전시한 로프트침대를 보니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자는 곳이 높다고 반대합니다. 천장을 고려하면 잠자는 곳의 높이가 걱정이긴 합니다. 고민을 하다 다른 아이템을 찾았습니다. 싱글침대인 ‘피엘세’입니다. 소나무 프레임만 4만원, 매트리스는 6만원입니다.배송비는 2만원입니다.
이케아의 경쟁력을 가격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느낀 경쟁력은 가격만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서 크게 성공한 할인매장인 코스트코와 같은 듯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케아가 가진 모든 제품을 쇼룸을 통해 체험할 공간을 제공하면서 창고형매장이 가진 가격경쟁력을 결합한 매장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음속 깊은 곳의 욕망을 자극합니다. 구매욕구를 갖도록 만듭니다.
아현동이나 사당동 가구거리의 상인들이 뭉치면 이케아 이상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광명 가구단지의 생산자들이 협력하면 더 좋은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까? 뛰어넘을 수 없는 장벽을 느꼈습니다. 이 때문에 광명내 소상공인들이 이케아 허가를 반대하였습니다. 경기도와 광명시는 반대를 무릅쓰고 허가를 내주면서 지역과 협력을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광명 지역을 포함한 국내 가구업체가 KTX광명역세권 내 이케아부지나 그 주변의 도시지원시설용지에 국내 가구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면 광명시와 이케아는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광명지역 가구업체들이 이케아 매장 안 660㎡(약200평)에 임대료 부담 없이 무료로 국내 가구를 전시해 주문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케아 광명점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 일부를 광명 지역 가구 업체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광명시 가구협회 등이 광명시흥보금자리 주택사업지구에 관련 회사를 만들어 이케아 측에 물건을 납품하는 것도 적극 지원키로 했으며, 이케아 측은 앞으로 광명지역 가구업체와 모든 현안에 대해 계속 논의하고, 광명시 가구협회에도 가입하기로 했다.
광명시도 광명지역 가구업체가 집중되어 있는 ‘가구의 거리’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명시, 세계적인 가구회사 이케아 광명점 건축허가중에서
그런데 협력이 이루어졌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2.
지방자치단체들이 세금과 고용을 내걸고 복합단지를 공약을 내겁니다. 과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전 시장이나 현 시장도 경마장 인근에 복합문화단지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광명 복합단지가 아마도 과천의 미래일 듯 합니다. 이케아는 아니지만 비슷한 공룡이 과천에 들어섭니다. 뉴코아가 입점했던 건물에 이마트가 들어선다고 합니다. 벌써 재건축을 예정하고 있는 아파트 주인들은 좋아합니다. 집값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옆에 있는 제일상가 벽에는 ‘입점반대’를 내건 현수막이 붙어 있습니다. 정부청사들이 세종시로 내려가고 이마트가 들어오고 과천에서 터잡았던 분들이 문을 닫습니다.
이케아는 이마트와 차원이 다른 회사입니다. 세계 40개국에 338개 매장을 가졌고 브랜드가치 세계 31위의 글로벌 가구 주방용품 기업으로 2012년 기준 연간 매출액이 40조이며 직원 수는 15만여 명인 회사입니다.
쇼핑을 마치고 나오는 길. 출구에 팻말이 하나 세워져 있었습니다.
여기는 대한민국 광명입니다! 소상공인 다 죽습니다!
그리고 소상공인을 위해 무료로 임대한 공간에선 가구가 아니라 커피 등을 파는 공간이 되었다고 하죠…. ㅜㅜ
아마도 짤린 듯한 댓글입니다만 그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