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기업의 현실이라는 글과 비약

<아래글은 “현실을 모르시네요” 국내SW기업의 현실이라는 칼럼에 인용된 형태로 댓글을 달아봤습니다. 질문도 그렇고 답변도 그렇고. 너무 중소SW기업의 현실을 강하게 보여주려다 무리한 것같습니다. 아니면 제가 모르는 또다른 사실이 있을지….

을의 끝자락, 8일 오후 서울 강남역 부근의 가을 경치도 나쁘지는 않았다.이름을 대면 알만한 국산 소프트웨어(SW)의 A사장과 이날 커피 한 잔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처음부터 기사를 쓸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올해 사업은 잘 됐습니까”라는 말로 시작한 A사장과의 ‘인사치레’를 결국 기사로 옮겨 적게 됐다.아래 일문일답은 A사장을 통해 투영된 국산 SW업계의 현실을 허심탄회하게 정리한 것이다.

<물론 모든 SW기업이 같은 상황은 아니겠지만 A사장의 말만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상황은 예상했던 것 보다 심각했다.

그나마 이 회사는 매출 100억원이 넘는 회사로 SW 업체중에는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업체다.
특히 이 업체가 이런 사정이라면 이제 시작하는 업체나 더 작은 규모의 SW 업체의 사정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

이하 일문일답

()속의 문장은 이해를 돕기위한 설명임.
– 국산 SW업체 사장이 대기업 SI사의 사원을 만났다고 치자. 어느 직급부터 대기업 직원이 SW기업 사장에게 반말을 할 수 있을까.

“직급에 관계 없다. 대기업 직원 마음대로 한다”

(대형 SI업체와 SW업체는 을과 병의 협력적 파트너 관계라기 보다는 실상은 거의 종속적인 관계로 흐르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SI업체가 SW업체를 프로젝트에 달고 들어가니 SW업체로서는 SI업체에게 잘보일 수 밖에 없다. SW업체들이 SW분리발주를 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말을 한다는 사실로부터 대기업SI기업이 중소기업을 우습게 본다는 점을 드러내고 싶은 듯합니다. 다만 저의 경험으로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다만 대기업프로젝트매니저가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SW업체에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있습니다.물론 프로젝트진행이 잘되지 않을때…

– 만약 오라클 DB에 버그가 있어서 시스템이 다운됐다고 가정해보자. 이 문제를 누가 해결하나.

“SW기업이 버그 피해서 알아서 한다”

(프로젝트 진행중 SW에 버그가 발생하면 버그를 수정해서 제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SW버그의 원천적인 치료보다는 어떻게든 작동만시키면 된다는 식의 요구가 내려온다는 것이다. SW버그의 문제는 계속 내재돼 있다.)

모든 종류의 장애에 대해선 원인파악을 우선적으로 합니다. 어느 회사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그 원인에 대한 분석 및 대안을 놓고 회의를 해서 결정을 합니다. 질문처럼 DB자체가 문제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DB유지보수업체에 확인을 요청합니다. 보통 대부분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니까 그것이 문제죠….여기서도 파워게임이 벌어집니다. 힘이 쎈 쪽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물론 원인파악이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면 다르지만.

– 그럼, 고객이 HW 설계를 잘못해서 SW가 동작에 문제가 생겼다면, 누가 이문제 해결하나.

“SW개발사가 알아서 하드웨어 문제를 피해 SW를 탑재하고 커스터마이징을 한다.”
(하드웨어 문제도 SW 버그와 동일한 관점에서 문제의 시정을 요구한다.)

일반적으로 대기업SI업체와 작업을 할 때 하드웨어디자인은 대기업이 맡습니다. 아니면 발주처에서 별도의 용역을 맡겨서 설계를 합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 하드웨어설계때문에 SW가 동작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위의 질문이나 이 질문이나 SW업체가 약자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격강부회식으로 끌어들인 질문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자동차를 튜닝할 때는 당연히 돈을 낸다고 생각한다. SW의 튜닝이라고 볼 수 있는 커스터마이제이션은 어떤가.

“고객 또는 SI업체는 앞으로의 계약 또는 재계약을 무기로 ‘다지기 신공'( )을 보인다” (‘다지기 신공’이란 말을 잘 이해못했다. 말뜻은 어렵지 않다. 그냥 SW업체가 무료로 봉사하라는 요구다. 꼭 비용을 받아야 돼 이런 요구가 거의 대부분이라는 것. 다음 계약때 불이익을 당할까봐 어쩔 수 없이 SW업체는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

이점은 SW공급계약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를 따져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보통 솔류션이라는 형식으로 공급되는 반제품SW는 반드시 Customizing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가격산출을 할 때 이에 대한 비용을 포함합니다. (물론 원하는 가격을 100%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완제품을 공급하고 튜닝을 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다고 하면 제품자체에 개선점이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공급자측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제품의 완성도를 위하여 고객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합니다.

– 과학기술부 기술자 단가체계에는 중급 기술자 한 달 비용은 700만원이다. SW기업이 대기업SI에 공급하는 평균가격은.

“300만원, 그것도 접대하고 사정해서.”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유통구조 마진이 아무리 왜곡됐다하더라도, 손에서 모래가 빠져나가듯 중간에서 SW 노임이 너무 새나간다. 과기부 단가 얘기를 많이하지만, SI-SW 하청 구조로 이어지는 악순화 구조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서는 문제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 SW업체 입장에서는 사실상 원가에도 못미치는 구조 아닌가 )

재미없는 질문입니다.단순히 경력만을 놓고 얼마를 받는다고 이야기하는 식은 그만두어야 합니다. 경력이 곧 능력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고급도 300만원의 일을 못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진행중, 2년된 엔지니어(발주처)와 12년된 엔지니어(SW업체) 사이에 기술적 논란이 있다. 이 논쟁에서 누가 이길까.

“고객”

(누가 오래됐는지는 상관없다. 고객이 이긴다. 물론 경력이 오래됐다고 반드시 정답을 내놓을 수는 없겠지만 이같은 비합리적인 커뮤니케이션 문화는 프로젝트를 망치는 주범이다. 물론 프로젝트를 망치면 책임은 SW업체가 진다.)

실제로 이런 발주사가 있다고 하면 그 회사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금융기관에서 비합리적인 이유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술적인 논쟁이 있었으면 합니다. 서로간의 지식을 공유할 수 있게.그렇지만 예를 들어 SOA로 할까 EAI로 갈까 하는 논쟁을 개발단계에서 할 수는 없죠.

-국내 대형 SI사들은 올해 영업비의 90% 이상을 줄여, 정도경영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는 어떤가

“이제는 SW 기업이 영업비 90%을 지원하고, 접대도 SW개발업체가 한다”

(기가막히다. 정도경영은 요란한 말잔치라는 것이다. 대형 SI업체들이 발주처에 접대하는 것은 실제로 줄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기존 SI업체들의 역할이 고스란히 SW업체로 전이됐다는 점이다. SI업체들은 영업비용을 줄였다지만 그 고통은 SW업체들이 지게 됐다)

요새는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도 제가 영업비를 지원하고 영업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버는 돈도 얼마 없는데 영업비를 지원할 여력은 없죠. 아예 그 프로젝트를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매출이 100억이라는데 중요한 점은 실제 영업이익이 얼마인지가 궁금하네요.

– 경쟁이 심해져 제안서를 쓸 때 컬러 프릴트가 기본 사양처럼 됐다. 1000매의 제안서를 컬러인쇄하고 제본하는 데 드는 비용은 얼마일까.

“컬러인쇄는 A4 1매당 250원이 든다. 1000매 제안서 1부에 250만원 든다. 이 제안서를 10부 제출하면 2500만원 든다. 제안 내용은 20매안에 다 담길 수 있는데…”

(프린터 양이 많으면 제안서 제작때 할인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문제는 쓸데없는 내용으로 제안서 분량만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데 있다. 실제로 본질을 담을 수 있는 내용은 20~30장이면 족한데도 말이다.)

재미있는 질문의 하나네요…원가를 산정할 때 칼라프린터한대가 대략 500만원정도한다고 하고 토너가 20만씩 총 80만원이 들어간다고 하면. 2500만원이 아니라 580만원으로 제안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칼라프린터를 한대 장만하고.

– 3개월 계약에서 구축 기간이 3개월 초과했다. SW기업은 몇배 손해일까.

“원래 3개월에 추가 3개월 손해. 고객에게 미운털 박히면 지체상금까지 각오해야한다.”

– 6개월짜리 프로젝트 SW기업이 영업을 해서 대기업SI와 공동수주했다. SW기업이 돈을 받는 데 드는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영업3개월, 프로젝트 6개월, 검수 후 1개월 이후 3개월 어음으로 준다. 총 시간은 13개월 걸린다.”

(여전히 어음관행이 문제다. SI업체들이 상생을 위해서 일정 금액 이하의 금액에 대해서는 협력업체들에게 선지급을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그런 SI업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계약과 동시에 돈을 지급받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

저는 대부분 현금으로 받았습니다. 다만 유일하게 현대정보기술에서 어음으로 결제하려고 해서 안된다고 했던 기억은 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매출 100억정도의 회사면 아마도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다른 중소SW업체들의 인력을 공급받거나 제품을 공급받아서 프로젝트를 수행할 듯 합니다. 먹이사슬의 중간에서 아래단계에 대해 위의 회사는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보통 사람들은 내가 당하면 당한 만큼 다른 곳에 보복을 합니다. 그게 사람이니까…그렇지만 위와 같은 불평을 주장하고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하면 스스로가 그런 문제로부터 자유로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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