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의 삶속에서 진짜 ‘우리’가 있을까?
나의 삶속에서 ‘나’만 있지는 않을까?
도시의 삶은 나를 나만 위하도록 합니다.
모두가 경쟁이고 모두 이겨야 합니다.
경쟁에서 낙오하면 패배이고 죽음입니다.
내 존경하는 친구여.
자네는 어떤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보다 더 아름다운 것을 보신 일이 있으면 저에게도 나누어주십시오. 저의 메마른 심령 위에 향기로운 기름을 부어주십시오. … 심한 생존경쟁의 싸움터에서 휴식을 간구하는 미약한 저에게 동심의 감화로 눈물을 일으켜주십시오.
저는 너무나 메말랐습니다. 너무나 외롭습니다. … 휘황찬란한 물질문명의 베일보다는, … 밤이 되면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이 불야성을 이루고 자동차의 행렬이 불야성을 이루는 도시의 소음보다는, 귀뚜라미 우는 사랑방에 모여 동네방네 친구들과 벌이는 사랑의 토론이 얼마나 멋있을까요!
그렇지만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해 죽음을 선택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
지금 이 시각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생을 두고 맹세한 내가, 그 많은 시간과 공상 속에서,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니될 나약한 생명체들.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의 고향이로다. ……
오늘은 토요일. 8월 둘째 토요일.
내 마음에 결단을 내린 이날.
무고한 생명체들이 시들고 있는 이때에 한방울의 이슬이 되기 위하여 발버둥치오니,
하느님, 긍휼과 자비를 베풀어주시옵소서.
전태일. 40주기입니다.
우리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아주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가 아닌 우리,
같음이 아닌 다름을, 다름이 아닌 같음을
‘홀로’가 아닌 ‘더불어’를
생각하는 한달이었으면 합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