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살아남기 둘

1.
여의도에서 살아남기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살아 남기 위한 네가지 법칙을 이야기했습니다.

첫번째 법칙. “무조건 독점을 만들어라”
두번째 법칙.”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실탄을 확보하라”
셋번째 법칙.”갑에 찍히지 말아라.”
네번째 법칙.”기술로 승부하지 말라.관계로 승부하라”

세상을 살다 보면,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경험적으로 얻는 지혜가 통하지 않는 때가 있습니다. 저성장, 고령화 그리고 증권산업 재편. 3각파도가 몰아치고 있는 여의도가 그렇습니다. 저성장과 고령화는 구조적인 이슈입니다. 90년대 초반 여의도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변화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누구도 겪지 못한 흐름입니다. 증권산업 재편은 외부 변화가 몰고온 내부적인 반작용입니다. 처음에는 개별 회사차원의 반작용이었지만 이제는 산업 전체가 변화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 속에서 증권사도 증권사 직원도 자본시장생태계에서 먹고사는 IT회사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도 생존을 고민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을 한 이후 세번의 불황을 경험하였습니다. 첫번째 불황은 IMF 직후 1년입니다. 이 때의 불황은 불황을 느끼기도 전에 호황으로 이어졌습니다. 거품이긴 하지만 인터넷 거품이 여의도를 휘몰아치면서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불황은 2004~5년 전후한 때입니다. 인터넷 거품이 터진 후 IT기업간의 경쟁이 커지면서 한계기업은 도산하였습니다. 둘째 불황은 자본시장IT기업의 조정과 자본시장법으로 호황으로 이어집니다. 증권사가 속속 세워지고 새로운 IT수요가 생깁니다. 경쟁에서 이긴 기업들이 성장할 기회를 맞았습니다. 앞서 정리한 법칙은 이 때의 경험입니다. 세번째 불황은 금융위기 이후 경제의 활력이 작아진 가운데 2012년말부터 시작하였습니다. 불황의 파고는 잦아들지 않고 점점 세고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서 네가지 법칙은 작동하지 않습니다.

“독점을 만들어라” 독점을 만들고자 하여도 수요가 있어야 합니다. 경쟁이 있고 그 결과 독점이 있는데 경쟁 조차 불가능합니다. 복지부동입니다.

“실탄을 확보하라” 실탄은 유동성입니다. 통장의 잔고가 없으면 영업에 따른 실적입니다. 시베리아벌판 같은 여의도에서 ‘호호’ 하면서 조금 땅을 녹이려고 해도 꿈적도 하지않습니다. 실탄을 확보할 방법이 없습니다.

“갑에 찍히지 말아라”. IT발주가 끊긴지 오래입니다. 오백만원도 전결처리할 수 없습니다. 내부직원도 짜르는 판에 외주줄 일감이 없습니다. 있어도 직원이나 외주직원이 더 많이 일하도록 합니다. 비용 대비 작업량을 대폭 늘리고 있습니다.

“기술로 승부하지 말라,관계로 승부하라” 관계가 있어도 비즈니스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발주가 없기때문입니다. 비즈니스가 없는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습니다. 비용을 지불하고 관계를 유지한다고 해도 보상받을 길이 없습니다. 친구 혹은 선후배로써 관계는 있을 수 있지만 비즈니스 관계가 더 이상 없습니다.

지금 여의도는 딱 두가지 유형의 기업만이 생존합니다. 통장에 현금이 많은 기업입니다. 도토리 키재기 같던 기업들의 경쟁장이었던 여의도가 부익부빈익빈이 지배하는 시장으로 바뀌었습니다. 돈 많은 기업만이 살아남습니다. 또다른 기업은 유지보수를 꾸준히 하는 기업입니다.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만 결과는 부족하더라도 현금이 들어옵니다. 현금이 있으면 굶어죽지 않습니다. 기업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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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10년말 잠시 머물렀던 회사를 나와서 재창업하여 스타트업으로 들어선지 4년에 접어들었습니다. 그 사이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만 ZeroAOS를 개발하고 서비스로 제공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기회도 만들었지만 외적인 충격과 내적인 한계가 맞물려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성공하지 못했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다시금 도전하고 있기때문입니다. 외적인 충격은 건전화정책입니다. 내적인 한계는 파트너간의 관계입니다. 지난 11월말부터 ZeroAOS 1.0을 버리고 ZeroAOS 2.0을 다시금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초 파트너중 한 명과의 관계를 단절하였습니다. 저는 품질, 파트너는 수입에 대한 불만이 켜져 단절로 나아갔습니다. ZeroM을 대신하여 ZeroBUS를 개발하였고 ZeroBUS를 기초로 재개발, 단위시험 및 종합시험을 하였습니다. ZeroAOS 2.0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최초 1.0을 개발하였던 기간과 비교할 때 50%의 시간이 또 발생하였습니다. 6개월동안 수입이 없습니다. 당장 개발을 위해 현금이 들어가지 않지만 가장으로서의 책임은 오롯이 남습니다. ZeroAOS의 빈자리를 잘 메워주던 것이 알고리즘교육입니다. 이 또한 강사의 이유로 3월부터 중단한 상태입니다.

어떤 후배가 찾아왔습니다. 사실 제 고민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이런저런 고민을 늘어놓습니다. 듣습니다. 그렇지만 해답을 줄 능력이 없습니다. 결론은 뻔 합니다.

“아무리 여의도가 어렵더라도 여의도에 진입하기 위해 흘린 땀을 잊지말고 여의도의 가능성을 따져서 생존여부를 결정하라”

저도 이런 질문을 해봅니다.

여의도가 스타트업에 미래가 있는 곳인가? 여의도를 떠나서 새로운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곳은 있는가? 귀농이 답인가?

수 많은 질문을 해보지만 어떤 경우라도 트레이딩이 자본시장에서 중요한 비지니스라는 점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눈을 여의도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해 보았습니다. 일본에 있는 아는 분들에게 ZeroAOS 혹은 기타 서비스가 가능한지, 혹 수요가 있을지를 물어보았습니다. 중국도 알아보았습니다. 싱가포르도 알아보았습니다. 해외 사업을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열매가 맺히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당장 문제를 해결할 답이 아닙니다. 생존을 위해 다른 답이 필요합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 비즈니스 책임자로서의 책임. 제 어깨에 올려진 무게는 무겁습니다.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면 여의도에 살아남지 못합니다. 아는 후배는 여의도에서 살아남으려고 잠시 멈추었던 SI를 다시 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다시금 SI를 하려고 합니다. 나이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일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이 PM이 가능한지 요청을 하셨습니다. 이럴 때 쓰는 표현이 있습니다.

不敢請固所願

오랜만에 이력서를 정리했습니다. 95년 한국증권전산이 발주한 증권PC통신인 코스윈에서 시작하여 마지막 프로젝트인 신한은행 IBMS까지 정리해보았습니다. 기억에 가물가물한 것도 많습니다. 대표이사였기때문에 본사에서 총괄한 프로젝트도 많습니다. 홈트레이딩시스템, 웹트레이딩시스템, FIX/OMS, 외환증거금거래시스템 및 장외파생상품관리시스템 등.

제안이 성공할지 모르지만 성공을 해야죠. 그래야 제 주변 사람들이 편안합니다.

그리고 알고리즘 아카데미에 관심이 있는 분이 계시면 연락주세요.  두 분정도 따로 준비를 해보시겠다고 했습니다만 주제가 있는 기획을 해볼까 합니다. 최소한 금융공학적 지식과 수학을 알아야 하고 Python으로 개발할 수 있는 분이어야 합니다. 아래 프로그램의 파트너로써 함께 할 수 있는 분입니다.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

주제는 Direction, Trend 그리고 Momentum (1)와 관련이 있는 전략들입니다.

주변을 보면 다들 어렵다고 합니다. 몇 년전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삶을 마감한 분이 계셨습니다. 어렵더라도 떠들고 다니세요.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크든 작은 누군가와 나누세요.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혹 이겨내지 못하더라도 마음속 화를 버리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남겨진 시간이 많기 때문입니다.

여의도에서 IT와 관련된 일을 하는 분의 건투를 빕니다.

4 Comments

  1. 오용진

    김사장님 고군분투하시는군요, 저도 조만간 귀국하면 뭔가 같이할일응 찾아보겠습니다

    Reply
    1. smallake (Post author)

      아~ 저는 계속 해외에 계실 것으로 생각했는데 귀국하시네요. 뭐, 당장은 아니겠지만.
      어디에 계시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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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조성우

    힘내세요 ㅠ_ㅠ

    Reply
    1. smallake (Post author)

      ㅋㅋㅋ 힘을 내려고 하고 힘을 내니까 이런 글도 써요. 감사합니다.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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