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향신문 칼럼입니다. 전문을 인용합니다.
한적한 시골길에 버스 한 대가 달린다. 한 남자가 손을 들자 여성 운전사가 차를 세워 그를 태운다. 버스는 다시 달리고 잠시 후 또 두 남자가 차에 올라탄다. 그들은 강도로 돌변해 승객들을 위협하고 돈을 갈취한다. 강도들은 내리면서 운전사를 길가 풀섶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다. 버스 안의 승객들이 모두 외면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아까 탔던 남자만이 강도들의 악행을 제지하려 한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그는 강도의 주먹에 얻어맞고 휘두른 칼에 상처까지 입은 채 쓰러진다.
2001년 제58회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비롯해 국제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받았던 11분짜리 중국 단편영화 <버스 44>의 전반부 내용이다. 데이얀 엉(伍仕賢) 감독을 국제적 스타 반열에 올린 <버스 44>는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고 하며 부산국제영화제 등을 통해 한국에도 소개된 바 있다. 이 영화의 내용이 최근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제목이 ‘어느 버스 기사’ 등으로 바뀌고 시점이나 강도 숫자 등은 약간 다르긴 하지만 줄거리와 주제는 영화 그대로다.
“한참 뒤 깡패 3명과 여성 기사가 돌아오더니 여성 기사는 아까 깡패를 제지하려다가 다친 중년 남자한테 다짜고짜 내리라고 하였습니다. 중년 남자가 황당해하면서, ‘아까 나는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느냐?’고 하니까 기사가 소리 지르면서 ‘당신이 내릴 때까지 출발 안 한다!’고 단호히 말합니다. 중년 남자가 안 내리고 버티니까 승객들이 그를 강제로 끌어내리고 짐도 땅바닥으로 내던져버렸습니다. 그러고 버스가 출발했는데….”
홀로 남은 남자는 다친 몸을 이끌고 어렵게 다른 차에 편승하게 된다. 얼마 후 그는 참혹한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한다. 바로 그가 탔던 44번 시외버스가 절벽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경찰은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고 전한다. 여성 운전사가 그만 내려놓고 모두 저승으로 데려간 셈이다. 그녀가 성폭행당하는 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었던’ 승객들은 과연 죄인일까.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 세월호 사태 국면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모양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 모두 그 버스 안의 승객은 아닌지요?” 글을 올린 누리꾼의 논평처럼.
[여적]‘버스 44’중에서
실화입니다. 그래서 더 울림이 큰 듯 합니다. ‘버스 44’가 더 관심을 받나 봅니다.
2.
그런데 이 사건보다 더 충격이 큰 사건이 우리 앞에서 일어났습니다. 사망자와 실종자를 더하면 300명이 넘습니다. 44명의 7배입니다. 더 충격은 구조 0명입니다. 영화는 44명의 방관자이지만 현실은 오천만의 방관자입니다. 대통령부터 모두 방관자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큰 충격을 받았을 중고등학생들이 말합니다.
“죽는 것보다 슬픈 것은 잊혀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