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

1.
노동절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고통받는 노동자를 묻어버렸습니다. 당연합니다. 나의 과거이고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당한 참변입니다. 모두 내 가족에게 벌어진 일인양 슬퍼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시작은 인재입니다. 세월호 선주, 선장, 기관장이 만든 재앙입니다. 그렇지만 세월호 참사는 인재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관재입니다. 안기부를 포함한 해경, 해양수산부, 행정안정부, 청와대가 만든 합작품입니다. 재난을 앞에 둔 사람이면 생명이 우선이어야 했지만 책임 있는 고위 공무원과 관료들은 인명이 아니었습니다. 자리 보존이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을 모시지 않습니다. 오직 대통령만 모였습니다. 대통령의 안위만을 모셨습니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세월호와 함게 침물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이 죽어가는데 어른인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렇게 떠나 보내서 슬픕니다.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았습니다. 추모 미사에 참례하여 아이들의 평화를 빌었습니다. 분향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분향소를 앞에 두고 멀리 아이들의 영정이 보이는 순간 가슴속에서 숨겨두었던 눈물이 흐릅니다. 눈물만 납니다. 숫자로만 알고 있던 주검입니다. 아이들을 눈에 담으려고, 가슴에 담으려고 헌화할 때까지 계속 영정을 보고 또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다 볼 수 없었습니다. 너무 많았습니다. 가슴에 담기에 너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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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모든 부모와 어른의 심정이라고 생각헸습니다. 그렇지만 아닌 분도 많습니다. 그런 대한민국이 싫어지네요. 돈 있고 권력 있는 분들이 더 그러니 내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입니다. 떠나야 하나, 싸워서 바꿔야 하나.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이 절대로 잊으면 안되는 날입니다.

2.
어제 성서 40주간 교육 때 수녀님이 강의끝에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오래 전에 회자한 글이지만 세월호 아이를 생각하면 찡합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는 우리에게 이런 존재입니다. 무언가 해주고 싶은…

얼마전에 저녁 때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아는사람 소개 받고 전화드렸는데요….컴퓨터를 구입하고 싶은데……여기 칠곡이라고….지방인데요…….6학년 딸애가 있는데…. 서울에서 할머니랑 같이 있구요….

……(중략)……

사정이 넉넉치 못해서 중고라도 있으면……….. ”

통화 내내 말끝을 자신 없이 흐리셨습니다.
나이가 좀 있으신 목소리 입니다.
82쿡의 어느 분이 소개 시켜 주신것 같았습니다. 82쿡을 모르시더라구요….
당장은 중고가 없었고 열흘이 좀 안되서 쓸만한 게 생겼습니다.
전화드려서 22만원 이라고 했습니다. 주소 받아 적고 3일 후에 들고 찾아 갔습니다.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어딘지 몰라서 전화를 드리자 다세대건물 옆 귀퉁이 샷시 문에서 할머니 한 분이 손짓을 하십니다.
들어서자 지방에서 엄마가 보내준 생활비로 꾸려나가는 살림이 넉넉히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악세사리 조립하는 펼쳐진 부업거리도 보이고……

설치하고 테스트하고 있는데 밖에서 푸닥푸닥 소리가 들리더니 “어! 컴퓨터다!” 하며 딸래미가 들어 옵니다. 옆에서 구경하는 딸아이를 할머니가 토닥토닥 두드리시며
“너 공부 잘하라고 엄마가 사온 거여.학원 다녀와서 실컷 해. 어여 갔다와….”
아이는 “에이씨~” 한 마디 던지구선 후다닥~ 나갔습니다.
저도 설치 끝내고 집을 나섰습니다.

골목길 지나고 대로변에 들어 서는데 아까 그 아이가 정류장에 서있습니다.
“어디루 가니? 아저씨가 태워줄께….”
보통 이렇게 말하면 안탄다 그러거나 망설이기 마련인데
“하계역이요~”
그러길래 제 방향과는 반대쪽이지만 태워 주기로 하였습니다.
집과 학원거리로 치면 너무 먼거리였습니다. 마을버스도 아니고 시내버스를 탈 정도이니…..

사건은 이제 부터 시작입니다……..
한 10분 갔을까…..
아이가 갑자기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고 합니다.
“쫌만 더 가면 되는데 참으면 안돼?”
“그냥 세워 주시면 안되요?”
패스트푸드점 건물이 보이길래 차를 세웠습니다.

“아저씨 그냥 먼저 가세요…”
이 말 한 마디 하구선 건물속으로 사라 졌습니다.

여기까지 온 거 기다리자 하고 담배 한 대 물고 라이터를 집는 순간 속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보조석 시트에 검빨갛게 피가 있는 것입니다.
“아차…….”
첫 월경입니다.
(이걸 가르켜서 맞는 다른 단어가 있을것 같은데 뭔진 모르겠습니다)
보통 생리라고 생각지 않은 것이 이미 경험한 생리라면 바지가 셀 정도로 놔두거나 모르진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나이도 딱 맞아 떨어지고…
방금 당황한 아이 얼굴도 생각나고….
담뱃재가 반이 타들어갈 정도로 속에서 ‘어쩌나~ 어쩌나~’ 그러고만 있었습니다.

바지에 묻었고……. 당장 처리할 물건도 없을 것이고…….
아이가 화장실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아까 사정 봐서는 핸드폰도 분명 없을텐데……

비상등 켜고 내려서 속옷가게를 찾았습니다.
아…이럴 땐 찾는 것이 진짜 없습니다.

아까 지나온 번화가가 생각났습니다.
중앙선 넘어서 유턴해서 왔던 길로 다시 갔습니다.

아~~~ 차가 많습니다…..

버스중앙차로로 달렸습니다. 마음이 너무 급했습니다.
마음은 조급한데 별별 생각이 다 났습니다.
여동생 6학년 때 첫 월경도 생각나고….

청량리역 거의 다 와서 속옷가게를 찾았습니다.
아우…제가 싸이즈를 알 리가 없습니다.
젤 작은 싸이즈부터 그 위로 2개 더 샀습니다.
속옷만 사서 될 일이 아닙니다.

아이 엄마한테 전화하려고 했는데 멀리 계신데 이런 얘기 했다가는 진짜 맘 아프실 것 같았습니다.
집사람 한테 전화 했습니다.
“어디야?”
“나 광진구청”
“너 지금 택시타고 빨리 청량리역… 아니 오면서 전화해. 내가 택시 찾아 갈께….”
“왜? 뭔 일인데”

집사람에게 이차 저차 얘기 다 했습니다.
온답니다….아…집사람이 구세주 같습니다.
“생리대 샀어?”
“인제 사러 갈라고….”
“약국가서 XXX 달라 그러고 없으면 XXX 사….속옷은?”
“샀어…바지두 하나 있어야 될 꺼 같은데…..”
“근처에서 치마 하나 사오고…. 편의점 가서 아기 물티슈두 하나 사와….”

장비(?) 다 사 놓고 집사람 중간에 태우고 아까 그 건물로 갔습니다.
없으면 어쩌나….하고 꽤 조마조마 했습니다.
시간이 꽤 흐른 것 같기 때문입니다.

집사람이 주섬주섬 챙겨서 들어갔습니다.
“애 이름이 뭐야? ”
“아..애 이름을 모른다…. 들어가서 재주 껏 찾아봐….”

집사람이 들어가니 화장실 세칸 중에 한칸이 닫혀 있더랍니다.
“얘…있니? 애기야… 아까 컴퓨터 아저씨….부인…언니야….”

뭐라뭐라 몇마디 더 하자 안에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네….’ 하더랍니다.
그때까지 그 안에서 혼자 소리 없이 울면서 낑낑대고 있었던 겁니다.

다른 평범한 가정이었으면 축하받고 보다듬과 쓰다듬…. 조촐한 파티라도 할 기쁜 일인데……
뭔가 콧잔등이 짠…..한것이…. 가슴도 답답하고…..
누가 울어라 그러면 팍 울어 버릴수 있을 것도 같고…..
혼자 그 좁은 곳에서 어린애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요….

차에서 기다리는데 문자가 왔습니다.
(5분 이따 나가께 잽싸게 꽃 한 다발 사와)

이럴 때 뭘 의미하고 어떤 꽃을 사야 되는지 몰라서 그냥 아무거나 이쁜거 골라서 한 다발 사왔습니다.
건물 밖에서 꽃들고 서 있는데 아…진짜 얼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둘이 나오는데 아이 눈이 팅팅 부어 있더군요….

집사람을 첨에 보고선 멋쩍게 웃더니 챙겨 간 것 보고 그때 부터 막 울더 랍니다.
집사람도 눈물 자국이 보였습니다.

패밀리레스토랑 가서 저녁도 먹이려고 했는데 아이가 그냥 집에 가고 싶다고 합니다.
집에 내려다 주고 각자 일터에 가기엔 시간이 너무 어중간 했습니다.
어떻할까…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이미 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오면서 그집 사정이 이러이러 한 것 같더라 하는 등의 얘기를 하면서 오는데 ….
“그 컴퓨터 얼마주구 팔았어?”
“22만원”
“얼마 남았어?”
“몰라, 요번에 82쿡 수원 컴터랑 노트북 들어가면서 깍아주구 그냥 집어 온거야…”

“다시 가서 주고오자….”
“뭘?”

“그냥 집어 온거믄 22만원 다 남은거네…..”
“에이…아니지… 10만원두 더 빼고 받아 온거야…..”
“그름 10만원 남았네….. 다시 가서 계산 잘못 됐다 그러구 10만원 할머니 드리구와….”
“아…됐어….그냥가…그건 그거구 이건 이거지….구분은 해야지….”

“10만원 드리고 그래픽카드 바꿀래…(새로나온 그래픽카드입니다.ㅜㅜ 너무 비싸서 집사람 결제가 안나는…^^) 안드리고 안바꿀래?”
뭐 망설일 여지는 전혀 없었습니다……
신나서 바로 차를 돌렸습니다.
집에 들어서니 아이가 아까와는 다르게 깔깔대고 참 명랑해 보였습니다.

봉투에 10만원 넣어서 물건값 계산 잘못 됐다고 하고 할머니 드리고 왔습니다.
그 자리에서 아이 엄마에게 전화해서 램값이 내렸다는 둥 해서 대충 얼버무리고 돌려 드려야 한다니 참 좋아 하셨습니다.

나와서 차에 타자 집사람이 제 머리를 헝클이며 “짜식~” 그랬습니다.
운전을 시작 했습니다.

“어?~어디가?”
“용산………………… ㅡㅡ;”

밤 11시 쯤 제가 금방 산 그래픽을 설치하고 기분을 만끽하고 있을 무렵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 엄마 입니다….
“네…여기 칠곡인데요…컴퓨터 구입한…….”

이 첫마디 빼고 계속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저 역시 말 걸지 않고 그냥 전화기… 귀에 대고만 있었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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