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체험, 관악산 대 청계산

1.
북한산이 서울이나 경기북부에 사시는 분들의 뒷동산이라고 하면 관악산과 청계산은 남부에 사는 분들의 뒷동산입니다. 산행을 위해 특별한 준비없이 그저 배낭을 메고 등산화 끈을 매면 갈 수 있는 친근한 산입니다.

산타기를 광적으로 즐기지는 않습니다. 삼십대 후반 주말마다 뒷동산에 오른다는 생각으로 두시간정도 청계산과 관악산을 오르내렸지만 먼 곳까지 등반여행을 떠나지는 않습니다. 노동운동을 하던 80년대말 지리산종주가 마지막인 듯 합니다.

이번 여름 청계산을 몇 주에 걸쳐 다녔습니다. ‘청계산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하면 건방질 수 있고 그저 맛을 느꼈을 정도입니다. 관악산은 학교때부터 자주 오르락내리락하던 곳이라 친근합니다. 어제 추석휴가 내내 쌓였던 자전거 피로를 풀겸 올랐습니다.

2.
사용자 삽입 이미지보통 관악산을 과천에서 오르면 과천향교을 시발점으로 계곡으로 올라갑니다. 저는 항상 과천성당 뒷편 능선을 타고 오릅니다. 어제도 성당뒷편 보신탕집옆으로 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등산로 곳곳에? 태퐁 곤파스가 휩쓸고 간? 아픔이 배어 있었습니다. 밑둥채 뽑혀 쓰러진 아름드리 나무들이 즐비하였습니다. 제가 다니는 길은 성당뒷길 – 대공초소 – 관악사지 사거리관악문 – 연주대 암벽코스 – 관악산정상 – 연주대 – 연주암 입니다. 제가 다녔던 청계산 오르막은 느낌 좋은 흙과 높이 자란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운 길입니다.? 반면 관악산 오르막은 4부능선정도 나무 그늘을 만날 수 있고 대부분 암석과 햇빛에 드러난 길입니다. 어제도 예외는? 아닙니다. 맑은 가을 하늘에서 따가운 햇빛이 내리쬐었습니다. 터벅터벅, 느릿느릿 오르면 제1봉 대공초소에 도착합니다. 아마도 이 시간이 제일 힘듭니다. 아직 몸이 등산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통을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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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쬐는 햇볕뿐?아니라 바위에 반사되는 복사열도 견디기 힘듭니다. 가는 걸음 물통을 끼고 다녔습니다. 그래도 오르는 맛은 멀리 보이던 연주대가 점점 가까이 내 눈앞으로 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 관악문을 오르는 바로 앞인 관악사지 사거리입니다. 산을 오르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시야가 있습니다. 탁 트이고 세상이 내발 아래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청계산을 오르면 산림이 우거져서 느낌이 없습니다. 반면 관악산은 걸음걸음마다 새로움을 안겨줍니다. 이제 관악문과 연주대 암벽길입니다. 관악산을 좋아한다면 아마도 암벽을 오르내리는 맛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관악문은 바위사이로 난 등산로가 문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인듯 합니다.

그렇다고 힘든 길은 아닙니다. 아이들도 잘 다닙니다.(^^) 관악문을 지나 바위정상에서 바라본 주변이 장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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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연주대와 관악산 정산이 눈앞입니다. 연주대 암벽코스만? 지나면 바로 목표지점입니다.
멀리서 보면 암벽코스는 아찔 합니다. 그렇지만 가까이 가서 직접 해보면 무섭지도 불안하지도 않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지레 겁에 질려 포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용기를 내서 도전하면 ‘별 것 아니었네’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비슷합니다.

이제 정상. 연주대에 가서 부처님에게 삼배를 올립니다. 제가 아는 모든 분들이 ‘다 건강하기를’

南無世音菩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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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대는 과천팔경중 하나입니다. 요새 지방마다 무슨무슨 팔경으로 ‘관동팔경’ 흉내를 냅니다. 과천팔경도 맘에 들지 않지만 유일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곳이 연주대입니다. 예전에 KBS에서 방연된? 하늘에 닿은 곳 암자(庵子)에서 조용헌씨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암석으로 둘러쌓인 곳이 기도발이 잘 듣는다”고(^^)

연주대도 그런 연유가 있는지 복을 기원하는 분들로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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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점심공양을 먹고 계곡으로 내려갑니다. 관악산으로 발길이 가지 않는 이유는 내리막에 있습니다. 집안내력으로 무릅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아직 증상은 없지만 혹시 몰라서 가능하면 무리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특히 내리막에서 무리하면 100% 무릅이 시큰시큰거립니다. 관악산 계곡도 내려오기 좋지 않아서 쉬엄쉬엄 왔습니다.

내려와 집에 도착하니 옆집 석류나무가 가을소식을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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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청계산은 딸과 함께 오르기 좋습니다.관악산은 아들과 오르기 좋습니다. 어제 산을 오르는 도중 아들과 함께 등산을 온 후배를 만났습니다. 아이는 힘들어 하지만? 자식교육인지 같이 힘을 내어 산에 오르더군요.

관악산은 젊을 때 자주 찾아야 합니다.? 청계산은 나이 들어서 자주 찾아야 합니다. 저처럼 중년이면 관악산, 청계산도 가끔 가면 됩니다.(^^) 청계산을 가보면 맨발로 다니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장육부와 이어져있는 발바닥을 자극하고 건강을 얻기 위함입니다. 관악산은 튼튼한 두 다리와 등산화가 없으면 오르기도, 내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관악산은 햇빛을 만끽 할 수 있습니다. 겨울의 끝무렵 봄맞이 등산을 햇빛과 하고 싶을 때 딱입니다. 내리 쬐는 햇볕을 즐겁게 맞을 수 있습니다. 청계산은 물과 바람과 그늘이 함께 합니다. 머리를 식히고 마음을 편하게 하고자 할 때 그 맛이 더합니다.

관악산 연주암은 너무 유명합니다. 찾는 사람도 많아서 점심공양은 별로입니다.물론 공양이기때문에 불평할 수도 없습니다. 시주도 하지않으면 더 할 말이 없습니다. 이에 비하면 청계산 청계사는 고급요리입니다. 밥도 약간 찰지면서 꼬들하고 나물도 듬뿍. 맛있는 점심이 그리우면 청계산으로 가십시요. 물론 기준은 우리가 평소 먹는 음식이 아닙니다.

그래도 관악산과 청계산은 다른 듯 같은 우리 강산입니다. 험하지도 않고 시간을 내고 마음을 먹으면 가까이 갈 수 있는 뒷동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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