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래 강화도를 돌 계획이었습니다.추석날 아내와 합의를 하였습니다. 처갓댁을 다녀오면서 춘천 가족여행으로 바뀌었고 열차표를 예매하려고 할 때 큰 딸이 반기(?)를 들었습니다.
“나! 시험공부를 해야 하니까 둘이서 다녀와…”
“공부하라”는 말도 하지 않는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래서 모든 것이 취소.
“음…어디로 갈꺼나?”
김포.강화.두물머리.남한산성. 그동안 다녀온 곳을 떠올렸지만 맘이 가는 곳은 없었습니다. 지난 번 상암동을 갔을 때 가양대교에서 봤던 엘리베이터가 생각났습니다.
“아~ 자전거로 가양대교를 넘을 수 있겠다..”
그래서 결정했습니다. 하트코스를 아주 크게 해서 울트라 하트코스(^^)를 달리기로 했습니다.
2.
몇 일 비때문에 상처 많은 풍광보를 손보고 열시쯤 나섰습니다. 인덕원고개를 넘어 학의천으로 접어들었습니다. 폭우로 곳곳이 쓰레기 투성이입니다. 안양천 구간은 더 심했습니다. 빗물에 쓸려온 자동차를 세대나 봤습니다. 그중 한대는 소형버스입니다. 물살이 엄청 셌었나 봅니다. ?강변 저지대에 만들어 놓은 공원들은 물난리가 나면 진흙과 오물 투성이로 변합니다. 다시 사용하려면 시간과 인력을 필요로 합니다. 어제도 소방차를 동원하여 진흙을 제거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안양천합수부 진입로는 아직 손길이 닿지 않아서 1Km정도 진흙으로 뒤덮여 있더군요. 다들 넘어지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안양천을 내려오는 동안 하늘을 보았습니다. 너무 맑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먼지를 싹 쓸어간 듯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하늘은 파랗고 높았습니다.
한강. 안양천 합수부에서 바라본 강북은 너무 깨끗합니다. 지금껏 본 모습중 가장 맑았습니다.
이제 가양대교로 향합니다. ?가양대교 남단에서 북단으로 넘어가는 길을 모른채 떠났습니다. 느낌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가양대교 못 미처서 좌측으로 양동진입로 입구가 보였습니다. 순간 “이 길이다”는 생각이 들어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동네 주민에 물으니 아주 쉽게 가양대교로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다리는 중앙선과 좌우측로가 있습니다. 좌우측로에서 중앙로로 길을 넘어야 다리를 건널 수 있습니다. 이 때 건널 때 사고 위험이 있습니다. 자동차가 양보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정상속도로 진입할 뿐이고 건너는 사람이 알아서 조심해야 합니다. 양보운전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가양대교에서 처음으로 건널목에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사소하지만 사람을 배려하는 행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양대교 엘리베이터는 상암 DMC를 찾아갈 때 알았습니다. 사실 상암 DMC로 들어가는 길은 세 곳입니다. 그중 가장 멋없는 길입니다.
지난 금요일 상암동 하늘공원을 찾았지만 시간상 그냥 지나쳤습니다. ?어제는 맘 먹고 하늘공원을 올라갈 생각이었습니다. 억새공원이 있는 쪽은 자전거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합니다. ?난지도는 사실 쓰레기로 만든 구릉입니다. 난지도는 70년대 개발시대 서울인근 모든 쓰레기를 실어다 매립한 곳입니다. 넝마주이들이 쓰레기속 폐품을 주어서 생활을 하던 터전이기도 합니다. 그 시절 분리수거도 없었서 가능했습니다. ?한동안 난지도를 공원화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난지도는 짧은 시간 하늘공원으로 탈바꿈하였고 생태계가 조성되었습니다. 자연의 위대한 힘입니다.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서울은 그림입니다.
3.
하늘공원을 뒤로 하고 멀고 먼 팔당대교로 향합니다. 약 50Km를 달려야 합니다. 폭우로 강물을 불었고 팔당댐이 수문을 열어놓아서 강물은 누런 황토빛을 띕니다.
?이 때문이지 물길이 만나는 곳곳마다 강태공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평소보다 몇 배가 많았습니다. 안양천합수부, 탄천합수부, 팔당대교근방, 서울의 숲근처등등. 손맛을 느끼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지만 잡은 잉어나 붕어를 어떻게 하실런지 몹시 궁금합니다. 하늘공원에서 얼마가지 않아 난지도 캠핌장이 보이더군요. 곳곳에서 고기를 구워먹고 있는지 숯불에 고기가 타는 냄새로 가득합니다.
“아~~배고파..”
어떤 회사가 모꼬지(MT)를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정들이 맞지 않아 난지도 캠핌장으로 장소로 정했습니다. 선발대가 먼저 고기를 먹고 일을 마친 사람들이 늦은 시간에 합류해서 즐겁게 하루를 보냈다는 이야기입니다. ?굳이 먼거리를 가지 않고 노을공원에서 야경도 즐길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장소였습니다. 조만간 모꼬지를 가볼까 합니다. 양화대교를 지나면 절두산 순교성지가 보입니다. 전철을 타고 다닐 때 자주 보던 곳입니다. 잠시나마 경건한 마음으로 조용히 지납니다.
한강 용산공원에서 잠시 휴식. 가져온 술떡으로 요기를 하고 아이스커피를 한잔 했습니다. 다시 힘을 내서 팔당으로 향합니다. ?작년 코스모스가 한창일 때 찾았던 구리시민공원, 아직 절정은 아니지만 곳곳에 코스모스꽃이 가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곳곳에 수해로 길을 끊겨서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팔당대교밑에 도착. 진입 차로를 타고 팔당대교에 올라서 속으로 ‘만세’를 외칩니다. 집을 떠난지 100Km.
혹시 모르시는 분을 위한 팁. 팔당대교 북단에서 남단으로 가는 방법. 팔당대교로 가는 자전거도로 끝에서 팔당대교로 넘어가는 차도로 진입합니다. 갓길로 오르막으로 오르자마자 팔당대교 인도가 나옵니다. 여기서 인도로 올라서 쪽 직진. 다시 자전거를 내려놓고 내리막길로 달려서 직선구간이 나올 쯤 우측으로 강으로 내려가는 비포장도로가 보입니다. 이쪽으로 진입하면 끝.
4.
팔당대교에서 과천오는 길. 갑자기 쌀쌀해지 날씨탓에 춥웠습니다. 100Km도 넘는 거리를 오랜만에 달려서 무릅도 시큰시큰.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면서 한강을 달립니다. 여의도에서 자전거로 퇴근할 때 봤던 야경과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휘향찬란하더군요.
집에 도착하니 여덟시가 넘었습니다. 136Km. 열한시간동안 나들이였습니다.그래도 어제 여행은 풍광보와 함께 바람,구름과 햇볕을 느낀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대단하십니다..이러다가 속초 투어 가시는건 아니신지 ^^ 저는 그제 어제 꼴랑 50km 탔더니 무릅이 약간 아팠는데..(아마 회사에서 왼쪽 무릅을 책상 다리로 앉고 일해서 그럴수도 있겠고)
저는 이제 중급입문자일 뿐….
자전거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눈 몇백Km, 누구는 시속 몇십Km, 누구 자전거는 얼마.
자전거를 그저 꾸준히 즐기면 최고. 몇십KM를 타더라도 내가 즐거우면 끝.
가을입니다. 햇빛속으로 나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