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전산직 이후

1.
증권사 IT와 증권IS(IT Service) IT는 동반자입니다. 그렇다고 파트너라고 할 수 없습니다. 갑과 을로 만납니다. 아주 좋은 경우 친구이지만 갑과 을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갑과 을을 벗어날 때가 일어납니다. ‘갑’인 증권사 IT직원이 퇴사를 할 경우입니다. 더이상 ‘갑’이고 싶어도 ‘갑’일 수 없는 경우입니다.(^^)

자본시장법이 발효된 후 신설증권사는 IT인력을 채용하기 위하여 곳곳에서 사람을 구했습니다. 증권사에 다니는 사람부터 프로젝트를 하러 들어온 IS회사의 개발자까지 손을 뻗었습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2000년 전후로 증권사 IT부서가 급속히 성장할 때도 전직을 한 경우가 많습니다.

IMF이후 평생직장이란 말은 사라졌습니다. 과거와 다르게 퇴직,전직은 일상적입니다. 지금 충실한 사회생활을 한다고 하여 미래의 생활을 보장해주지 않는 시대입니다. 자의든, 타의든, 아니면 자연의 법칙이든 –  나이를 먹든 – 새로운 환경을 준비하여야 합니다.

2.
회사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표님을 찾아뵈러 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옵니다. 과거에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던 후배 혹은 대표. 증권사 프로젝트를 할 때 같이 일했던 분들. 어떤 분들은 CIO였습니다. 지금은 어떤 일을 하시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알 필요도 없지만. 고위직에 올랐지만 현직이 아닌 분들도 있습니다. 저의 기준으로 보면 많은 나이가 아닙니다. 이제 쉰 중반을 넘어선 정도입니다. 인생 2막은 남의 문제가 아닙니다.

부장이나 임원이 정년 퇴임할 때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일할 자리를 만들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사업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에 다니셨던 IT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인력파견입니다. IT시스템을 운영하려고 하면 개발자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직원들은 정직원으로 채용할 수 없습니다. 조직인으로 갈고 닦은 기술이 없고, 이미 퇴직을 앞둔 분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사업이 인연의 도움을 받아 개발자를 파견하는 일입니다. SDS, LG CNS와 같은 IT서비스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전산이 IT자회사로 통합하면서 점점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증권사 전산직에 있던 분들이 전직 혹은 퇴직한 후 가장 많이 찾는 곳이 IT서비스업체입니다. 금융기관 경력으로 전직을 하기때문에 부장급이상으로 옮깁니다. 몇 년동안 열심히 일합니다.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승진을 할 수 있느냐, 아니면 퇴직을 해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나? 어느 경로를 밟더라도 선택을 항상 있습니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선택은 좁아집니다.

어디서 무슨 일을 시작하더라도 출발점부터 인생 설계를 하여야 합니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분들은 전산직이든 아니든 투자에 관심이 많습니다. IT라고 하지만 관련업무를 필수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하기때문에 HTS와 같은 도구를 이용한 투자가 쉽게 다가옵니다. 특히 선물/옵션과 같은 파생상품이나 ELW는 전산적인 노하우가 있으면 좀더 투자를 잘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배경으로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일이 전업투자자입니다. 회사설립후 모증권사에 취직했던 후배들도 지금은 전업투자자입니다.(^^) 물론 직무중 남들이 보지 못하는 투자기회를 포착하여 창업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ELW로 이름을 날리는 ‘수퍼메뚜기’가 그렇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도 인생 2막이라는 퇴직이후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투자를 통해 떼돈을 벌지 않는 한, 퇴직금조차도 없는 직업이라 미래를 준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미래를 위한 준비, 전직/퇴직을 위한 준비. 정답이 없습니다. 다만 제가 본 몇가지 경우를 소개할까 합니다.

모 증권사에 아주 좋아하는 후배가 있습니다. IT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eBiz에 관심이 많아 IT기획 혹은 온라인서비스분야를 담당하였습니다. 뜻하는 바가 있어 지점장으로 나갔다가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복귀하였습니다. 한 두해지만 이미 시간이 흘러서 자리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 때 기회를 찾은 곳이 해외사업이었습니다.  보통 증권사가 해외진출하는 방식과 달리 현지 IT업체와 공동으로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는 일이었습니다. 주된 사업은 한국형 증권시스템을 현지화하여 수출하는 일입니다. 모기업과 비교하면 아주 작은 회사입니다. 허나 현지 경영인으로 의욕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경영인에서 물러나더라도 현지 경험은 미래를 위한 귀중한 밑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회사에서 개발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증권사도  동서증권이 무너진 후 진출한 경우라고 합니다. 대만을 근거로 중국으로 진출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기회가 많을 수 있지만 기회가 곧 성공은 아닙니다.

금융기관에 근무하던 분들이 창업을 하면 영업적 역할을 많이 합니다. 앞서 IT서비스 회사에 취직한 분들과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금융기관에 근무하다 가장 성공한 – 지금은 재기를 모색중이지만 – 회사가 (주)티맥스 박대연회장입니다. 14년동안 한일은행 전산부 경험을 토대로 Transaction Middleware인 Tmax를 만들었습니다. 동서증권이 문 닫으면서 증권사 경험을 토대로 솔류션을 개발한 경우도 있습니다. 흔히 창업을 할 때 자신의 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사업아이템을 찾으라는 말을 하는데 딱 부합합니다. 단순히 영업적 역할을 하는 경영자나 임원이 아닙니다.

3.
금융투자회사 전산직은 차이는 있을지언정 급여가 좋습니다. 몸이 고달프지만 꾹 참고 다닐만 합니다. 앞서 지적했듯이 어떤 회사도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기때문에 미래를 위한 자기관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첫째 출발점에 설 수 있었던 주특기를 끝까지 유지했으면 합니다.
은행은 순환 보직이 제도화되어 있습니다. 반드시 지점경력을 확보하여야 하고 본사 후선업무도 해야 합니다. IT이기때문에 IT만을 하는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증권IT도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가 있지만 보통 전산직으로 계속 일합니다. 어느 정도 승진을 하다 보면 전산이나 프로그래밍으로부터 멀어지고 관리직으로 바뀝니다. 주로 프로젝트관리입니다. 이 때 자기관리를 하지 못할 경우 스스로의 가치를 관리직 경험, 증권직 경험에 가두게 됩니다. 경력이 쌓이더라도 전산과 관련된 지식을 습득하고 프로그래밍을 계속 하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는 자산은 최악의 경우 처음으로 돌아가더라도 무언가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줍니다. 능력도 있고 기회가 닿아서 CIO까지 오른다고 하더라도 프로그래밍 – 개인적으로 – 을 계속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같은 전산직이라도 다른 관점으로 해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영업을 하는 후배에게 자주 예를 드는 책이 “우체부 프레디”입니다. 같은 일이라도 다른 태도를 가지고 하면 성과와 만족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즈니스모델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창의성을 모방,모방,모방이 쌓여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의 모델 – 혹은 프로세스 – 를 분석하고 분석하고 분석함으로써 IT적 혁신을 이끌어내고 사업화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각광을 받고 있는 저축은행을 통한 주식매입자금서비스도 시작은 프로세스혁신이었습니다. 손쉽게 ‘인력파견’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인력파견도 경쟁입니다. 초기 현금흐름을 위해 인력파견을 할 수 있지만 도약을 위해선 다른 수익모델이 필요합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모델보다는 가장 잘 아는 곳에서 찾는 것이 가장 확률이 높습니다.

셋째 작은 팀을 맡더라도 소사장과 같은 개념으로 경영자적 마인드를 키웠으면 합니다.
모든 팀은 제한된 자원을 투입하고, 투입된 자원을 최대로 동원하여 최대한의 성과를 내야 합니다. 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꿈과 비전이 있는 팀빌딩, 성과가 있는 팀빌딩을 통해 훈련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합니다. 모든 기업은 한명이상입니다. 1인기업이든 대기업이든 경영의 원리는 동일합니다.

넷째 재직한 회사에서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최대한 활용하였으면 합니다.
아는 후배는 회사에서 MBA교육을 받았습니다. 저는 대표를 하면서 하고 싶었지만 기회를 만들기 쉽지 않았습니다. 안철수씨는 현직이면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경영수업을 받았습니다. 교육 훈련이든 해외견학이든 무엇인든 경험을 쌓는데 도움이 되는 모든 것을 챙겼으면 합니다.

다섯째 현재 몸담고 있는 조직과 최대한 좋은 관계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이후에 무엇을 만들더라도 나를 가장 잘 이해해주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현재의 동료입니다. 동료 및 선후배가 ‘나’를  긍정에너지, 행복바이러스로 생각하도록 해야 합니다. 저도 2005년 주식매입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증권사의 협조를 받지 못해 실패했습니다. 그렇지만 2007년이후 이 모델은 성공한 비즈니스입니다. 차이는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새로 설립한 회사가 제품을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납품을 받을 회사는  과거 나의 직장입니다.

4.
보통 직장인이 회사를 다니면서 아이들 교육시키고 부모님 생활비를 드리고  집도 장만하다 보면 미래를 위한 준비가 쉽지 않습니다. 미래가 꼭 통상적인 정년 퇴직이후는 아닙니다. 정년퇴직이 사라진 지금 미래는 바로 내일 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준비를 하지 않으면 미래는 시련이 될 뿐입니다.

정리해놓고 보니 아주 일반적인 글이 되었습니다.사실 꿈꾸는 미래는 상식을 철저히 실천한 사람이 이뤄갑니다.

아는 바를 하나하나 실천하는 오늘이었으면 합니다.

5 Comments

  1. 최석민

    안녕하세요. smalllake님 잘지내십니까?

    예전에 트위터에서도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 우선 추석잘 지내시고요!!

    제가 hiper 오픈소스 때문에 부탁을 좀 드리고싶습니다.!

    개인적으로 krx쪽 증권데이터를 핸들링해서, 알고리즘을 만들고싶은데,.. 처음부터 하나하나 핸들링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마침 smalllake님 blog에서 오픈소스글을 읽고 매일을 보냅니다.

    지금도 오픈소스를 받는게 가능한지 여쭙고 싶습니다.

    그리고 smalllake님은 꼭 한번 뵙고싶습니다. 실례가아니라면 추석이후에 시간을 한번 내주셧으면합니다.

    ps) 아 그리고 지난주에 모임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언제 모이시는지 알고싶습니다!

    mobile:01072220571
    big.render:big.render@gmail.com

    감사합니다

    Reply
    1. smallake

      잘 읽었습니다. 추석이후에 메일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요청하신 부분은 개발자와 함께 정한 원칙이 있습니다. 나중에 메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즐거운 명절이 되시길 바랍니다..

      Reply
  2. 사라함

    티맥스…. 박대연 회장이여요…^^;;

    Reply
    1. smallake

      아~~~오탈자입니다. 죄송..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성이 김가라 그래서 김이라고 생각한듯…

      죄송 그리고 감사…

      Reply
  3. smallake

    “퇴직? 웬만하면 버텨라”… 전직 금융 IT인들의 충고

    http://www.delighit.net/link.php?id=8810

    아주 현실적인 충고를 합니다. 박기록기자님이 국민은행 퇴직사태를 보면서 올린 기사입니다. 사실 현실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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