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만의 ‘이끼’

1.
박찬욱감독의 ‘박쥐’이후 근 일 년여만에 극장을 찾았습니다. 이번에 강우석감독의 ‘이끼’입니다. 결혼 전이면 심야, 신혼이면 저녁 중년이면 ‘조조’입니다.(^^) ?저도 당연히 조조를 선택하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만화 ‘이끼’와 영화 ‘이끼’를 두고 말이 많다는 이야기를 이동진씨 영화평론에 보았습니다. 그래서 영화로만 이끼를 느끼려고 만화는 보지도 않았습니다. ?첫장면. 어느 기도원에서 천용덕과 유목형의 만남으로 시작합니다. ?천용덕은 기도원 신도들은 몰살시키고 유목형은 그것을 알면서도, 이영지는 천용덕과 유목형이 저질은 살인을 알면서도 새로운 마을을 만들러 떠납니다. 돈과 폭력으로 세속적인 권력을 가진 천용덕이 마음으로 사람을 이끌어내는 유목형과 함께 인간의 구원을 위한 마을을 시작합니다. 아마도 이 때 두사람은 묵시적인 합의가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월남에서 전쟁이라는 복수를 저지른 유목형은 신에 귀의하여 끊임없이 용서를 구원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죄와 악이 넘치고 자신이 아닌 또다른 나의 복수가 필요했습니다. 아마도 천용덕의 역할이 복수가 아닐지. ?마을 청년들에 의해 강간당했던 이영지가 천용덕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유선생님은 절 구원해 주셨고 당신은 복수해 주셨죠.“라고.

영화에서는 왜 두사람이 함께 마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부족합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는 신권(神權), 종교를 유목형, 세속적인 권력은 천용덕이 맡아 마을을 이룹니다.

2.
영화에서 구원과 복수를 상징하는 성경구절이 나옵니다. 성경은 인간을 구원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유목형이 천용덕을 다시 보게 한 사건은 출애굽기 21장 24, 25절 “눈은 눈으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 화상은 화상으로, 상처는 상처로, 멍은 멍으로 갚아야 한다”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성경책위에 ?이영지를 강간하고 추방한 마을 청년의 이름들이 적혀 있습니다. 복수는 폭력이었습니다. 요즘 화두였던 화학적 거세가 아니라 폭력적이면서 기능적인 거세입니다.

세월이 흘러 자신의 세력을 안정적으로 구축한 이장은 더이상 종교적인 탈이 필요없었고 유목형을 정치적으로 거세합니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종교적인 권력은 세속적인 복수를 꿈꿉니다. ?유목형은 자신의 목숨으로 아들인 유해국을 마을로 끌어들이고 구원,탐욕과 복수를 향한 마지막 전쟁이 시작됩니다.

복수는 출애굽기의 구절 대로 이루어집니다. 곗돈을 떼먹고 도망간 친구를 산속에서 총으로 죽였던 하성규는 산속에서 유해국을 뒤쫓다 낭떨어지에서 떨어집니다. 몸 파는 아가씨들을 불태워 죽였던 하성규는 불에 타 죽습니다. ?이장의 하수인역할을 하던 김덕천은 자신이 저질렀던 것과 반대로 당합니다.

복수의 마무리는 신의 이름도 아니고 인간의 이름도 아닌 법의 이름으로 합니다. 부장검사의 명령을 무시하고 출동을 하는 보통검사가 합니다. ?현실에는 있을 수 없는 검사지만 꿈꿔 봅니다.

3.
“유해국씨? 유형목씨가 돌아가셨습니다… 와야겠죠?”

이영지의 전화 한 통이 내가 보았던 모든 것을 송두리채 뒤짚어 놓습니다. 이영지는 제목인 이끼처럼 납작 엎드려 내내 당합니다. ?어린 시절 마을 청년에게 당하고, 신앙촌에서는 천용덕과 그 패거리에 당하고 구원을 해주었던 유목형도 또한번 구원을 해주지 못합니다.

영화는 욕망을 지닌 사람이 몇 있습니다. 천용덕은 복수와 욕망을 상징합니다. 인간의 약점을 이용, 정치적으로 복종하도록 하여 돈과 권력을 손에 쥡니다. 떡고물도 나누면서 권력을 유지합니다. ?박민욱 검사도 정의로운 검사는 아닙니다. 먹물근성이 있고 천용덕사건을 자신의 입신양면(立身揚名)을 위해 이용합니다. ?그렇지만 이끼같은 약자인 이영지는 이 모든 사람을 뛰어넘는 욕망과 복수를 보여줍니다. 자신의 손에 피한방울 묻히지 않으면서 이끼로부터 배운대로 음지에서 조용히 복수를 돕습니다. 자신의 몸을 유린하고 정신적인 구원자를 살인한 이장세력을 몰아냅니다. 그리고 깊게 숨겨왔던 욕망을 이룹니다. 몇 백억이 넘은 땅의 소유권.

사용자 삽입 이미지?영화의 마지막 장면. 유해국이 아버지 일주기에 맞춰 다시 마을을 방문합니다. 그 사이에 마을은 레저타운으로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천용덕이 살던 높은 산위의 별장에선 이영지가 모든 것을 지휘감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을 한 가운데 높은 교회의 십자가가 보입니다.

자본과 종교가 결합한 새롭게 타락한 공간. 지난 십 여년동안 한국사회에 깊고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기독교 대형교회가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종교적 구원을 외치는 목사의 설교소리도 들리는 듯 합니다. 그런데 목사님의 모습이 천용덕을 닮아 보입니다.

4.
이제 만화를 볼까 합니다. 영화 ‘이끼’와 다른 느낌을 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영화 ‘이끼’는 2시간 40분이라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연기자들도 훌륭하고… 그래서 ‘조조’라서 요금을 5,000원만 낸 것이 미안합니다.(^^) 예고를 보니 좋아하는 최민식씨와 이병헌씨가 주연한 영화도 개봉하네요. ?8월이 기다려집니다.

(덧붙임)
새벽에 만화를 보았습니다. 두 장면이 “왜 함께 하였는지”에 대한단서를 보여줍니다.
분명 만화를 보고 영화를 본 사람이면 느낌이 달랐을 듯 합니다. 저 영화를 보고 만화를 본 경우라 만화가 좀더 친철하게 설명했다는 느낌정도. ?워낙 영화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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