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후폭풍

1.
자본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많습니다. 그중 두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실물경제와 금융제도가 아닐까 합니다. 현재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파생시장 건전화방안’은 금융정책과 제도가 얼마나 크게 시장에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최근 신문을 보면 동양그룹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습니다. 처음 터질 때만 하더라도 영향이 크지 않기를 바랬지만 현실은 예상과 다르게 급속히 흘러갑니다.

가장 먼저 부정적인 전망을 읽었던 글은 뷰스앤뉴스 박태견 편집장의 글입니다.

동양 후폭풍’이 재계와 금융계를 강타하고 있다. 앞서 웅진그룹, STX그룹이 쓰러졌을 때보다 강도가 더 세다. 웅진과 STX는 금융기관들 타격이 컸다. 반면에 이번 동양그룹 사태는 개미들의 피해가 크다. 최소한 개인투자자 4만~5만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저축은행 사태때의 두배 규모다.

그러나 ‘동양 후폭풍’은 이같은 표피적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가장 큰 피해자들은 동양과 비슷하게 재무구조가 나쁜 중견그룹들이 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재벌닷컴>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그룹이 30대 그룹중 8곳이나 된다. 이 가운데 4곳은 빚을 내 이자를 갚는 ‘빚 돌려막기’에 급급한 벼랑끝 상황이다.

문제는 이들 한계그룹들이 동양 사태때문에 더이상 돈을 빌리기 힘들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기관투자자들은 2~3% 저리에도 AA등급 이상의 회사채만 사들여왔다. A등급 이하는 10% 가까운 고금리를 보장해도 기관들은 외면해왔고, 이는 개미투자자들 몫이었다. 그러나 동양 사태로 개미들이 무더기 피해를 보면서 더이상 이들 회사채를 소화해줄 주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한 펀드운영사 대표는 “가뜩이나 회사채 시장이 양극화돼 있는 상황에서 동양 사태가 완전히 한계기업들에게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며 “한계기업들의 자금조달 금리는 앞으로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고, 여기에다가 미연준이 연말에 양적완화 축소를 단행한다면 조달 금리가 더 급등하면서 1997년 IMF사태나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때처럼 한계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는 끔찍한 사태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동양 후폭풍’, 연말께 끔찍할 수도” 중에서

박태견씨을 글을 읽으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나오는 기사를 보면 예측이 맞아돌아가는 형국입니다. 한국경제신문은 분석기사에서 ‘신용공황’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하고 있습니다.

비우량 회사채 시장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기관투자가의 빈자리를 대신해온 개인들마저 보유 물량 헐값 처분에 나서면서 더 이상 시장을 지탱해줄 투자자를 찾기 어렵게 돼서다. ‘동양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까스로 버텨온 기업들에 결정타를 날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대로 시장을 방치했다가는 1%도 안 되는 극소수 상위 기업만이 자본시장에서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견기업들은 이미 ‘신용 공황’ 상태에 빠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회사채 시장 ‘불신 쓰나미’…1% 기업 아니면 못 버틸 판중에서

뷰스앤뉴스 박태견 편집장은 한국경제신문과 파이낸셜타임즈를 인용하면서 말 많던 가계부채가 아니라 기업부채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기업부채가 한국경제의 새로운 뇌관이라고 합니다.

“이미 과도한 가계 부채를 짊어진 한국이 동양·STX·금호산업·쌍용건설 등의 중견기업들의 잇따른 법정관리·부실 사태로 인해 기업 부실채권 문제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14일 지적이다. 는 “급증세에 있는 기업 부채가 한국 경제 안정성에 가계 부채보다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라고 덧붙였다. 국제금융계에 영향력이 지대한 외국 경제전문언론들도 마침내 한국 기업부채의 위험성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는 특히 “이명박 정부 초기 발생한 세계 금융위기 당시 기업에 대한 과도한 지원으로 공적자금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많이 생겼다”며 MB정권의 친기업정책이 중견기업 부실화의 주범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국내 상황은 가 우려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산 개인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된 ‘동양 사태’가 자금 시장에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편인 BBB급은 물론이고 A급 회사채도 발행이 취소되거나 금리가 폭등(채권값 폭락)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며 “시장의 신뢰가 낮은 기업에 투자를 꺼리는 현상이 급속히 퍼지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자체 신용만으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신용 공황’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신용 공황’ 발발 전야임을 전했다.
“‘신용공황’ 전야, 회사채금리 16%까지 폭등” 중에서

2.
동양그룹 사태이후 사채시장마저 얼어붙어다고 합니다. 어음깡으로 버틸 수 있는 기업도 버틸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채시장의 양극화, 1%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이라고 표현합니다.

명동 사채시장은 기업이 어음을 대폭 할인해 판매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제도권 밖의 자금 조달 시장이다.1금융권인 은행, 제2금융권인 증권사나 저축은행, 캐피털 등을 거쳐 대부업체로 불리는 제3금융권마저도 외면하는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곳이다. 대부분 월 금리 2~3% 고금리로 거래한다.한 관계자는 “지난 3~4년 사이 명동 사채시장에선 성원·벽산건설 등 구조조정에 들어간 중견·중소건설사 어음이 주력 상품으로 거래됐는데, 이 회사들이 줄줄이 부도를 내면서 사채업자들이 대규모로 피해를 보았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웅진·STX·동양그룹 등 그룹사도 무너지면서 그룹 계열사 어음도 ‘요주의’ 대상으로 떠올랐고, 사채시장이 더욱 위축되고 있다.

서울 을지로입구 전철역 인근의 한 사채업체 사장 이모(62)씨는 “요즘처럼 그룹사도 수시로 퍽퍽 쓰러지는 상황에서 재무제표는 별 의미가 없다”며 “사채업자도 장사하는 사람인데, 아무리 할인율이 높다고 해도 자금줄이 막혀 ‘오늘내일 (망)한다’는 소문이 퍼진 회사 어음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명동 私債시장 위축… 한계기업 자금難 더욱 심해져중에서

사채시장만이 아니라 자본시장에도 악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동양증권이 위기에 빠졌을 때 동양에서 빠진 자금을 끌어오려고 했을 때만 해도 행복하였습니다. 동양증권이든 아니든 원금 보장이 안 되는 금융상품이 모두 위험하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시장이 죽쑤고 있다고 하네요.

◇회사채 수요 ‘뚝’..기업 자금조달 ‘빨간불’=10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수요예측 미달 비율은 33%로 집계됐다. 수요예측 미달 비율은 지난 6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68%까지 치솟은 후 7월 41%, 8월 22%로 안정추세를 보였지만 동양 사태를 계기로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만큼 회사채에 대한 기관의 수요가 줄었다는 의미다.

회사채 시장의 냉각은 이달들어 더 심화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신용등급 A-), 동부제철(BBB) 등의 회사채 수요예측은 모두 미달됐다. 한화갤러리아는 당초 3년 만기로 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려 했으나 기관 수요는 40억원에 그쳤고 동부제철도 2년만기 400억원의 모집금액 중 수요는 199억원이 불과했다. 대부분 BB등급이었던 동양 계열사들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위험 기피 심리가 번진 탓이다.

◇ELS 등 ‘썰물’..창조경제도 ‘찬물’=동양 사태로 원금 보장이 안 되는 증권상품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증권업계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시장이 얼어붙었다. 이들 상품은 발행사인 증권사의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되는 무보증사채의 성격을 갖고 있어 중소형 증권사의 피해가 큰 편이다.

최근 ELS를 발행한 중소형사는 청약률이 ‘제로’라는 굴욕까지 당했다. HMC투자증권은 ELS 1149회와 1150회는 청약한 투자자가 1명도 모이지 않았다. 교보증권 역시 ELS 1636회차와 1637회차 청약률이 0%로 발행이 취소됐다. 동양 사태의 핵심에 있는 동양증권도 최근 ELS와 DLS 등 7개 파생상품을 공모했지만 청약률 미달로 발행에 실패했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서는 자금 유출도 지속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17일 43조3048억원에 달했던 CMA 잔고는 지난 7일 41조9296억원으로 1조3752억원이 줄었다. 기관의 경우 CMA 잔고를 1000억원 가까이 늘렸지만 개인 잔고가 1조5000억원 줄어든 영향이 컸다.
‘악동’ 동양 후폭풍, 자본시장 흔들중에서

3.
2014년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30대 그룹 회사채가 30조원이라고 합니다. 한국경제가 신용공황의 수렁에 빠지지 않고 잘 버틸 수 있을까요?

올 하반기부터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30대 재벌그룹 상장사 회사채가 3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재벌들의 전체 미상환 회사채 규모는 80조원이 넘었다.좌초한 동양그룹의 회사채는 2015년 말까지 약 1조5천억원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집계됐다.

14일 재벌닷컴이 총수가 있는 자산 상위 30대 재벌그룹이 발행한 회사채 내역(발행가액 기준)을 집계한 결과 올 하반기 이후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모두 80조9천400억원 규모였다.
30대재벌 회사채 만기 내년까지 30조 육박중에서

여의도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으로 점점 머리가 아픕니다.맥쿼리증권이 ELW사업을 철수한 배경은?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금융정책은 바뀔 기미조차 없습니다. 여기에 동양의 후폭풍이 밀어닥치니 죽을 날짜를 기다라는 말기환자와 같은 꼴입니다.

이제 여의도에서 떼 돈 벌기로 소개했던 것들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버팀목처럼 바뀌고 있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현금을 확보한 회사는 살아남고 현금이 말랐거나 말라가고 있는 회사는 없어지려고 합니다. 시간이 문제입니다.

(2013.10.16 덧붙임) 이런 기사도 있네요.

“3900억원 규모의 ‘저축은행 후순위채권’ 사태 때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파장이 일었습니까. 2조원에 달하는 동양 사태의 후폭풍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도 가지 않습니다.”

15일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이같이 탄식했다. 사상 최악의 금융사태로 번지고 있는 ‘동양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자본시장 황폐화가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자본시장 황폐화는 시장지표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고객예탁금은 지난 11일 15조3141억원으로 떨어지며 2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동양사태 이전 19조원에 달하던 예탁금이 한 달여 만에 4조원 이상 급감한 것이다. 3분기 주식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5조6903억원으로 2007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현재 시장에서는 외국인만 있을 뿐이다.
투자자 속속 이탈…시장불신 극에 달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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