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면 하나.
크리스마스 이브. 큰 아이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하면서 시험지를 내밉니다.
“이게 뭐야?”
“내가 100점맞은 시험지. 내 선물”
그냥 웃습니다.
장면 둘.
크리스마스. 오랜만에 아내와 거실에 이야기를 나누던 중.
“몇년전만 해도 집에 있는 이것저것 갔다 팔아야 했는데…”
“그래도 빚 갚아야 하지만 한참 좋아졌어…”
장면 셋.
지난 일요일 아침. 목욕탕 갔다 오는 길에 아내가 말합니다.
“현주가 ‘엄마’는 편안한 사람이면서 힘든 사람이야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집에 왔서 둘째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편안한 사람이 무어야?”
“우리 마음을 이해주고 존중해주고 배려해주는 사람~~”
“그럼 아빠는?”
“아빠야 당근 편안한 사람이지..”
“그런데 일부러 엄마가 힘든 사람 역할을 하는 거 알지?”
“응~~~”
2.
2006년,2007년. 말이 사장이지 형편이 말이 아니었습니다.집에 있는 돈도 회사를 위해 가져갔으니까. 정보화촉진기금을 받기 위해 대표이사 보증을 섰습니다. 물론 담보물이 있어야 했습니다.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대출도 받았습니다. 아는 사장님에게 큰 돈을 빌리기도 했습니다. 아내가 모아놓은 돈도 갚겠다고 하곤 결국…. 회사가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 아내에게 동의도 구했지만 뜻대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 나도 힘들었지만 아내는 더 힘들었을 겁니다. 학습지교사도 과외선생도 하면서 생계를 꾸렸습니다.
2007년 9월말. 추석 휴가가 끝난 후 아침 인사로 들은 한마디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회사를 그만 두겠습니다….”
그렇게 어렵지만 힘들게 꾸려가던 회사는 희망을 꽃피우기 일보 직전 문을 닫았고 그 해 겨울은 무척이나 추웠습니다. 다들 떠나 버린
휑한 사무실에 혼자 남아서 남겨진 비품을 하나 하나 정리했습니다. 이곳 저곳에 전화해서 땡처리해주는 곳을 찾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받아보려고. 빨리 빈사무실이 나가야 하는데 한 달, 두 달, 세 달이 다 되도록 사무실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공돈이 몇 백만원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직거래하는 곳에 “노트북과 윈도우XP 정품 팝니다”라는 광고를 싣고 연락오면 먼 길을 마다않고 만났습니다. 몇 십만원이라도 모으려고.
그런데 아내에겐 회사 문 닫은 것이 전화위복이었나 봅니다. 밖으로 새는 돈이 없고 안정적으로 월급을 가져오고 사모님 생활보다 훨 좋았을 겁니다. 2008년, 2009년은 그렇게 지나온 세월입니다.
2009년 이번 크리스마스엔 아내와 아이들에게 직접 만든 카드로 이야기를 전달했습니다. 아내에겐 “주름살만큼이나 힘들었는데 건강해서 고맙다”고, 큰 아이에겐 “이젠 조금 마음을 열고 여유를 가지면 좋겠다”고, 둘째 아이에겐 “글씨도 크게 쓰고 책도 많이 읽자”라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권한을 포기하고 함께 책임을 버렸습니다.
문짝을 걷어차고 도전할 용기 대신 참고 참고 참고 참을 인(忍)을 배웠습니다.
3.
몇 주전 주말 KBS ‘남자의 자격, 마라톤 도전기’를 보았습니다.
출발을 좋았지만 중간에 발병이 나기도 한 사람.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만의 속도로 꾸준히 달려서 완주한 사람. 몇 번씩 쉬다 걷다를 반복하며 포기하려고 했지만 결국 걸어서 완주한 사람. 아름다운 도전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살아감, 그 자체가 아름다운 도전입니다. 힘들더라도 나를 응원하고 함께 걸아가는 동반자를 응원해서 종착점에 도착하는 것이 곧 아름다움입니다.
2010년, 앞으로 어떤 삶이 눈 앞에 펼쳐질지 모르지만 만약 날아오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다 함께 날아오를 수 있도록 노력해볼까 합니다.
나의 길은 계속되고 나의 꿈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연말에 한번 뵙고 새해 인사 드려야 하는데, 요즘 회사가 좀 시끌시끌하네요. ^^ 우선 여기다가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__________^
악~~무슨 말씀을…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내년에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새해엔 모임이나 한번 하시죠..연락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