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있는 교실

1.
‘돼지가 있는 교실’을 보면서 머리속을 스치는 영화가 하나 있습니다.

더 클래스(Entre Les Murs)라는 프랑스영화입니다. 교실이라는 공간을 두고 벌어지는 다양한 정치적 관계를 그리고 있는 영화가 더 클래스라고 하면 교실안의 구성원들이 하나의 화두(?)를 놓고 답을 찾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는 ‘돼지가 있는 교실’입니다.

화두란 “생후 1개월된 돼지를 6학년 2반 어린이 모두가 키워서 졸업할 때 잡아 먹자”는 선생님 제안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아주 단순합니다. 1년동안 돼지를 키우면서 발생하는 일들, 진짜로 죽여서 먹어야 하는지를 놓고 갈등한다는 내용입니다.? 영화는 1990년 TV다큐멘타리 프로그램에 다뤘던 실화라고 합니다.

2.
사용자 삽입 이미지일반적으로 돼지고기는 우리가 시장에서 구매하는 상품입니다. 생산자가 누구이든 우리는 시장에서 상품화된 돼지고기를 사서 먹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으로써의 돼지를 마주하지 않고 죽어서 상품화된 돼지를 마주합니다. 이런 모습에서 예외가 거의 없을 6학년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생명과 함께 일년을 지내고 나중에 죽여서 음식으로 만들어야 하는 화두가 던저졌습니다.

영화는 중반이후 졸업을 앞둔 어느 시점부터 진지한 토론을 보여줍니다. 특히 아무런 대본없이 학급회의에서 20여분 동안? “P짱(돼지에게 지어준 이름)을 어떻게 할 지”를 놓고 토론하는 장면은 감동적입니다.

“애완동물이고 우리와 추억을 함께 나눈 P짱을 3학년이 맡아 키우도록 해야 한다”는 생명파(?)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은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식육센터에 보내야 한다” 는 책임파.

아이들은 13:13으로 졸업하는 전날까지 팽팽하게 대립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 표. 학급의 일원이며 교사인? 호시선생님이 결정합니다.

3.
아이들의 토론은 흡사 브리짓드 바르도가 몇 년전 한국의 개고기문화를 비판한 사건을 연상합니다. 국내에서 찬반양론이 벌어졌습니다.? 개라는 생명을 음식이라는 인간의 시각에서 보았습니다. .? ‘돼지가 있는 교실’은 사실 한걸음 더 나갑니다. 바로 인간중심의 시각을 버리는 아이의 시선입니다.

“삶의 길이는 누가 정하나요?”
“……..”
“하지만 지금 모두 P짱의? 삶의 길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죠”

그러나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대안은 별로 없습니다. 인간의 욕망과 필요에 의해 지배된 자연 및 생명앞에서 자유러운 사람은 거의 없기때문입니다. 다만 생명앞에서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경험을 가진 것만으로도

4.
영화속 장면을 보면서 경기도 교육청를 둘러싼 논란이 지나갑니다.

아이들이 학교급식때 남은 잔반으로 P짱을 키웁니다.? 위탁이 아니라 직영급식인 듯 합니다. 알아보니 일본은 초등학교는 물론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이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어린이는 어린이수당이 지급된다고 합니다. 또하나 눈여겨 본 점은 선생님의 역할입니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가르키는 것입니다. 교장과 교사,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좀더 존종하고 대등한 관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기도 교육청에서 추진하는 학생인권조례는 좀더 대등한 관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인데 이 마저도 쉽지 않아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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