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ZeroAOS 서비스를 위한 시험. 몇 개월동안 주말이면 했던 일입니다. 지난 주말도 시험을 예정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재택을 하기로 했습니다. 스치는 바람이 온기를 담은 듯 하여 자전거 순례를 할까 생각도 했지만 자전거를 탈 때 느끼는 바람은 상상외입니다. 그래서 산을 택하였습니다. 그냥 산이 아니라 산속에 있는 성지, 삼성산 성지입니다.
날이 풀리면 자전거로 가보고 싶었던 성지입니다. 답사도 할 겸 미리 가보았습니다. 다만 수 없이 다녔던 등산길이 아닌 길이고 싶었습니다. 어떤 분의 블로그를 보니 관악산 둘레길로 삼성산 성지를 다녀왔더군요. 2구간 둘레길입니다. 1구간을 포함하면 4시간정도 걸릴 듯 합니다.
관악산 둘레길 1구간은 사당역 까치고개에서 시작합니다. 이정표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길이 안내하는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지난 겨울 폭설로 등산로는 아직 눈으로 덮혀있습니다. 산에 오를 때 문제는 항상 이정표에서 일어납니다. 몇 십분쯤 오르니 낙성대공원과 연주대로 나뉘는 이정표에 다다랐습니다. “둘레길이지만 낙성대공원 방향이 아니겠지” 하며 낙성대를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을 올랐습니다. 가다보니 진짜로 낙성대로 향하는 등산로였습니다. 중간에 또다른 이정표가 나오리라 생각했지만 선택을 잘못했습니다. 잠시 연주대밑 삼거리에서 서울대로 내려갈지, 왔던 길을 되돌아갈지 고민을 했습니다. 시작할 때 계획했던 둘레길을 걷는 목표를 선택하였습니다. 한참 내려가다 ‘낙성대공원’과 ‘사당역’을 알리는 이정표를 만났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걸으면서 만났던 길은 작년말 야간산행때 보았던 길이었습니다.
2구간 둘레길로 가려고 오랜만에 서울대를 걸었습니다. 건물, 건물, 건물뿐입니다. 대학이 기업화하는 듯 하더군요. 다만 서울대미술관(MOA)의 디자인은 눈에 띄더군요. 미술관앞 조형물도 인상적이었습니다.
2구간 둘레길을 오르기 앞서 서울대앞 분식점에서 라면과 김밥을 먹었습니다. 오래전 가건물이 있던 자리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네요. 유명한 편의점이 자리잡고 있는데 나이 드신 분들이 일하고 계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서울대 파출소는 휑 하고 대신 등산로 입구엔 등산객과 음식점으로 왁자지껄합니다. 2구간 머리길은 등산길과 같습니다. 입구에서 100미터쯤 들어가니 바로 갈림길이 나옵니다. 갈림길을 오르니 장승과 솟대가 좌우로 길게 들어선 길입니다. 이정표를 따라 좀더 오르면 관악산과 서울대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가 나옵니다. 여기서 삼십여분 걸으면 삼성산 성지에 다다릅니다.
우리는 삶의 곳곳에서 만나는 이정표가 있습니다. 이정표를 앞에 두고 우리는 선택을 고민합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무엇을 선택을 할까요?
2.
삼성산 성지는 1839년 기해박해 때 새남터에서 군문 효수(軍門梟首)의 형을 받고 순교한 앵베르 주교와 모방, 샤스탕 신부가 1836년부터 1901년 11월 2일 명동 성당 지하 묘소로 모셔질 때까지 묻혀 있던 묘자리라고 합니다.
성지를 방문했을 때 다른 성지와 달리 신자들의 참배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성지를 참배할 때 꼭 ‘십자가의 길’ 기도를 올립니다. 이 날은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는 신자님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사순시기때문이었습니다. 재의 수요일로 사순시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사순시기 동안 기도,자선 및 단식을 실천하라고 하고 기도중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라고 합니다. 제가 사순시기임을 몰랐습니다.(^^)
교황깨서 발표하신 사순절 담화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믿음은 진리를 깨닫고 따르는 것이며(1티모 2,4 참조), 사랑은 진리 안에서 “걸어가는” 것입니다(에페 4,15 참조)
사랑은 믿음의 실천입니다. 종교적인 믿음을 떠나 가치를 이루기 위하여 노력하는 삶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합니다.
(*)Jacques Chastan(정야고보) 신부가 가족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1839년 9월)
지극히 사랑하올 부모님과 형제, 자매들께 주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기 빕니다. 올해에는 부모님의 소식을 듣는 즐거움을 누리게 되나 하고 기대해 보았으나, 여태껏 아무런 편지도 받지 못하였습니다.
주님의 뜻이 그러하다면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빌 뿐입니다만, 제게는 작은 희생을 하나 더 주님께 바치는 셈이 되었습니다.
이곳의 소식들은 상당히 고무적인 것들이어서 제게는 영광이었는데, 올해도 주님의 보호 아래 아무런 불상사 없이 저의 넓은 구역을 순방하였고, 영적인 수확을 풍부히 거둘 수 있었으나,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시는 비할 데 없이 좋은 곳으로 머지않아 들어가게 될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는 앞서 가신 영광스러운 순교자들과 함께 영원한 휴식을 누릴 수 있게 되리라 여겨집니다.그렇지만 제가 알려드리고자 하는 소식 때문에 부모님과 형제들이 너무 상심하지 않게 해 달라고 주님께 기도드립니다. 그러니까 15년 전부터 우리의 사랑하는 선교지(宣敎地 Mission)는 어느 정도의 평온을 누려왔습니다.
박해 때문에 흩어졌던 신자들이 다시 모여들 수 있었는가 하면, 선교사들을 모실 수 있게 되어 큰 기쁨을 누리게 되었으며,주교님까지 입국하시게 되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기쁨도 잠시 뿐 약 백 명의 신자가 체포되고 재산은 몰수당하고, 육신은 매질로 만신창이 되었고,혹형과 감언이설을 견디지 못한 신자들은 배교함으로써 하느님의 원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악마는 올해 들어 더욱 더 날 뛰고 있는데,지독한 박해 때문에 나이나 성별이나 신분에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영광스러운 순교자가 되고 있습니다.
두 달 동안에 25명이나 모진 고문을 당한 끝에 참수, 치명하셨고, 5명은 고문 도중에 혹은 그 후유증으로 죽었으며,150명 이상의 신자들이 감옥에서 같은 운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배교한다는 말 한 마디만 한다면 그 혹독한 고통에서, 또 서서히 죽어가는 감옥에서 풀려 날 수 있지만 주님의 은총에 힘입어 이 모든 형벌을 기쁘게 견디어 내고 있습니다.
끝까지 견디어 내면 참된 행복을 분명히 누릴 것입니다. 그러나 악마의 양떼를 흩어버리거나 도살장으로 끌고 가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목자까지도 잡아 없애려 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11일에는 주교님이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되자, 수많은 포졸들을 지방에 보내어 이 나라에 와 있는 두 선교사들을 잡아들이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신자들뿐만 아니라 갓 입교한 예비신자들까지도 선교사들에게 기꺼이 은신처를 제공해 주어 우리는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신자들이 숨겨둔 덕분에 우리들은 넉 달 동안 숨을 수 있었지요. 만일 장상의 분부가 없었더라면 지금도 우리는 안전하게 숨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교님께서 현 상황에 미루어 보건데, 지금은 목자가 양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칠 때라고 현명하게 판단하시어 직접 자수하심으로써 착한 목자의 모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에게 당신처럼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박해자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아니라 세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피난하라는 주교님의 명령을 받들어 우리가 은밀히 숨어 있었다면, 이제 관헌에게 자수하라는 명령도 피신 명령처럼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다만 이 모든 일을 통해 하느님의 좋은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곳 선교지로 오기 전에는, 하느님을 위해 언젠가는 고통을 받아야 할 것임을 각오하고 있었고, 주교님이 당신처럼 하라고 불러 주셔서, 저는 이제 곧 순교의 월계관을 받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아끼는 이 한국 땅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5명의 신자들이 고문을 당하고 있었고, 또 그 끔찍한 소식을 들으면서 상당히 겁에 질려 떨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 후로 주님께서는 제게 용기의 은총을 주셨고 더욱이 제게 성사를 받은 많은 이들과 신입교우들, 심지어 10∼15세의 어린이들까지 혹독한 고문을 끝까지 견디어 내면서 보여준 모범 덕분에 큰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내일 동료 신부를 만나러 갑니다. 거기서 주교님을 압송해 간 장교가 초조히 기다리고 있는 지정된 장소로 둘이 함께 나아갈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를 감옥으로 끌고 가겠지요.
그 곳에서 주교님을 다시 뵙게 된다면 또 수개월 전부터 순교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랑하는 회장들과 열심한 신자들을 다시 만나게 되면 큰 위로가 되겠습니다.
어쨋거나 저의 온 마음은 주님께로 향해 있는데, 만일 이 좋은 기회를 통해 지극히 사랑하는 주님과 온전히 하나가 된다면, 부모님께서는 저의 이 행복 때문에 괴로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히려 주님께 크나큰 감사의 기도를 올려 주십시오.
제가 왔던 것처럼, 하느님께 순교의 문을 통해 천국에 들어가는 은총을 허락하신다면, 그곳에서도 여러분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마지막이 될 이 편지를 통해 지극히 사랑하올 아버지, 어머니, 형님과 동생, 누이들, 친척과 친구 여러분에게 하직 인사를 올립니다.
주님의 은총으로 제게는 금도 돈도 없으니 유산으로 남길 것이라고는 신자들이 마련해 준 옷 몇 벌이 전부인지라 뒤처리 하는 일도 없습니다.
이 세상의 물질로 보면 가난하나,십자가의 은총으로 보면 비옥한 이 선교지로 저를 불러주신 주님께 끝없는 감사를 올려 주세요.
이제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더 길게 쓸 수가 없어요. 사형당하기 전에 편지를 쓸 기회를 얻으면 기꺼이 서신 올리겠습니다.
부모님, 형제, 자매님! 자식으로 사랑받았고 형제로 정을 나눌 수 있었음은 제게는 더 없는 영광입니다.
그렇기에 아들로서 부모님께, 한 가족 된 형제, 자매들 에게 사람으로 지닐 수 있는 가장 큰 사랑과 정성으로 인사드립니다.
정 야고보 올림(Jacques Chastan)
안녕하세요. 예전에 넥스트웨어 다니던 김선영입니다. 검색하다가 우연히 들어왔어요. 한 번 뵙고 싶었는데 연락이 끊겨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찾아왔네요. 건강하신지요?
아! 예전 블로그때 댓글을 주셨던 기억이 있는데. 맞나?(^^) 늦었지만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저는 건강합니다. 실패한 것은 순간이니까 건강해야죠. 그래야 도전도 할 수 있고…Steven Kim이 페북주소네요. 페복으로 연락을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