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의 점심은 도시락입니다. 회사 근처 식당에서 배달해먹는 도시락이 아니라 집에서 싼 도시락입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도시락을 들고 다니다가 사회생활 하면서 대부분 도시락을 잊고 삽니다. 아! 요즘 학교에서 집단급식을 해서 도시락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아쉽네요. 한겨울 난로에 쇠도시락을 얹어놓고 누룽지만들어 먹던 기억들을 요즘 아이들은 모르니~~~
그러다가 어느 때부턴가 도시락을 들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몇몇이 같이 도시락을 먹다가 한두명씩 빠지면 다시 주변 식당을 어슬렁거렸습니다. 작년 가을 드디어 작심을 했습니다.
“혼자 먹더라도 도시락을 싸자!”
신한은행 구내식당이 너무 좋아서 자제하지 못하고 많이 먹었더니 체중이 80Kg을 넘었기때문입니다. 한두번 혼자 도시락을 먹었지만 집사람의 잔소리가 귓가에 맴맴거립니다.
“사람이 다른 사람과 같이 식사를 해야지 혼자서 밥먹으면 어쩌냐? 사회생활을 해야지~~~”
그래서 점심은 포기하고 저녁만 먹기로 했습니다.
2.
다시 여의도로 복귀하고 오늘까지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항상 도시락을 가지고 다닙니다. 오늘 도시락 반찬을 살펴볼까요?
“더덕구이, 부추콩가루무침, 가지무침, 씀바귀무침” 그리고 ‘사과 반개”
밥은 콩이 들어간 현미밥입니다. 여기에 회사 냉장고에 갔다놓은 김치와 멸치. 생멸치는 고추장에 찍어 먹습니다.
혹 기억나세요. 여름에 밥맛이 없을 때 보리차에 밥을 말아서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서 후루룩~~~. 그런 식입니다.
사람들은 물어봅니다.
“어떻게 도시락을 이렇게 싸올 수 있냐?”
그런데 반찬을 도시락용이 아닙니다. 그냥 아침에 먹던 반찬중에 몇몇을 골라 가져옵니다. 부모님들이 나물반찬과 잡곡밥을 좋아하셔서 항상 밥상에 나물과 된장이 빠지지 않습니다. 물론 아침에 나물을 반찬으로 내려면 집사람이나 어머니가 고생을 합니다. 맘속으로 항상 고맙습니다. 쉬는 날이면 설겆이정도는 하지만 부모님이 계시니 부엌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네요..(^^) 하지만 도시락은 보통 제가 쌉니다. 아침 먹고 그릇을 싱크대에 놓고 밥 담고 반찬 담습니다.
회사에 도시락동아리(?)가 있습니다. 사내에서 근무하는 여직원 세분, 신입사원 한명 그리고 저입니다. 각자 싼 도시락은 다 다릅니다. 그렇지만 본인이 아니면 누군가 정성스럽게 싸준 도시락들입니다. 점심시간은 그냥 수다시간입니다. 남자든 여자든 그냥 심각하지 않은 이야기를 떠듭니다. 조직원을 늘리려고 노력하지만 파견나가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쉽지 않습니다. 좀더 조직원을 늘린 다음 가을이 다가오는 한강에서 식사를 해볼까 합니다.
식사 끝.
이제 설겆이가 남았습니다. 도시락을 들고 화장실로 갑니다. 세제없이 그냥 물로 깨끗하게 도시락을 씻습니다. 그리고 신문지위에 살짝 뒤짚어 놓습니다. 건조과정이죠. 퇴근전에 도시락을 다시 배낭에 담으면 그것으로 하루는 마무리됩니다.
3,
최근 도시락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평소 먹던 양을 반으로 다 줄이려고 도시락에 담는 밥을 반으로 줄였습니다. 뚱뚱이 도시락이 홀쭉이로 변하고 있습니다. 아침도 반으로 줄였습니다. 다 체중관리때문입니다. 우선 7Kg을 빼려고 합니다. 그러면 73Kg전후가 됩니다.
저녁 술자리에서도 안주발을 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술을 먹을 때 폭식하는 경향이 있어 가능하면 안주는 아주 적게 술도 적게 하려고 합니다.
조미료도 먹지 않고
좀더 여유있게 동료와 대화도 하고
우리 농산물도 사랑할 수 있는
도시락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같이 한끼 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