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속의 명절

1.
1999년 설날을 몇 일 앞둔 날.
저는 S투자증권에서 HTS 업그레이드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IMF가 터지기 전에 서비스를 시작한 시스템이지만 IMF때문에 관심에서 사라져보렸습니다. 그러다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당연히 장애가 발생하였습니다. 업그레이드는 장애개선이었습니다.? 구두로 합의하고 몇달동안 작업을 하고 있는데 설명절이 다가오는데 대급 지급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었습니다.? 참으로 난처했습니다. IMF때문에 돈은 없고 명절은 다가오고….
꾹꾹 눌렸던 화가 회의시간에 팍 터졌습니다. 지금까지 일한 것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선 말이 없고 추가개발건을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참지 못한 죄가 있긴 하지만 너무 화가 나서 그냥 그자리에 개발자들을 철수시켰습니다.

그렇게 그 해 설은 쓸쓸히 맞았습니다. 다시는 S투자증권근처를 가지 못했습니다. 속된 말로 “찍혀서”(^^)

2000년 설날도 S증권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는 제일C&C에서 주사업자를 하고 우리가 HTS 서버 및 클라이언트를 개발공급하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프로젝트는 이미 끝났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고객이 요청한 Java Swing으로 HTS를 개발했는데 “실행속도가 너무 늦다”고 하여 벌금조항을 걸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제일C&C 담당부장을 찾아가서 하소연을 했습니다. 약간의 지연은 인정하더라도 “실행속도문제때문에 검수를 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우리 잘못이 아니다” 라고 말하고 일부 결제라도 해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설 전날까지 아무런 이야기가 없더군요. 겨울 바람이 왜 그렇게 시린지…..

넥스트웨어 임원 및 대표를 하면서 명절때 급여나 떡값걱정을 하지 않은 때는 별로 없습니다. 아마도 10억원 투자를 받았을 때와 그 다음해정도. 매해 고통이었습니다.? 특히 2005년 체불임금때문에 매출이 가압류당하면서 맞았던 2006년 추석은 암담하였습니다.

서여의도에 임대해 있었던 사무실도 월세를 내지 못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체불임금이라도 해결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해결책이 없이 하루가 끝나 직원들이 퇴근한 다음 혼자서 버스를 타려고 나오는데 참으로 바람이 차가왔습니다. 뼈속이 시릴 정도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냥 눈물이 나더군요….

2007년 추석은 더욱더 가슴이 아픕니다. 외환선물과 한맥선물에서 진행하였던 FX ASP서비스가 나름대로 수익을 내는 상황에서 어렵지만 급여를 한달이라도 내보내고 추석휴가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추석휴가를 마치고 출근한 첫날 남아있던 직원들이 사표를 쓰겠다고 통보를 해왔습니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줄이 아니라 진짜로 무너졌습니다. 이 때도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엉엉 울 자신은 없고 그냥 길가다 멍하는 하늘을 보고 느린 노래 하나 부르면서 울었습니다.? 마지막 남아있던 최소한의 신용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저를 믿고 기다려주었던 채권자들에게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냥 그렇게 사람들사이에서 잊혀지기를 기다리는 것외엔…

2.
사용자 삽입 이미지경영자라는 신분일 때 명절은 즐거운 날이 아닙니다. 명절은 고통입니다. “돈을 벌지 못하는 경영자,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경영자”로 살아야 하는 고통이 명절때 풍선처럼 더 커집니다. 가슴속에서 부풀어 올라 내 몸의 곳곳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 합니다.? 그 아픔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나이드신 분들이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시죠.
“돈이 원수다”

명절이라 나누기 보다는 명절이라서 내 것을 더 챙기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2 Comments

  1. 인생사세옹지마

    사장이란 자리는 참으로 외롭고 힘겨운 자리이지요.
    참으로 애잔함을 느끼게 되네요.
    그래서 이태리쪽에서는 가족경영이 많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회사의 위기와 기회의 순간에 가장 힘이되어주는 버팀목이 가족이니까요.

    Reply
    1. smallake

      통장에 항상 잔고가 있지않은 사장의 비애죠..
      모든 사장들이 다 그렇지 않을텐데.

      창업하면 성공만을 소개하거나
      가장 비극적인 결론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싫어서
      히노애락이 있는 자리가 사장임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

      버팀목이 가족이라는 말씀엔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가족경영이 대안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위험관리를 할 때 언급하는 말처럼.

      “가족은 절대로 같은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

      좋은 하루 되세요.

      Reply

Leave a Comment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